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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마음 치유…자연의 맛과 풍류에 취해볼까

[경남맛집] 김해시 장유면 '수선재'

김민지 기자 kmj@idomin.com 2012년 06월 27일 수요일

우리나라 음식점 개수는 인구 1000명당 12.2개로 미국(1.8개)과 일본(5.7개) 대비 최대 10배나 될 정도로 많다.

여자들이 옷을 사도 사도 늘 부족하게 느끼는 것처럼 음식점도 우후죽순 늘어나지만, 정작 먹을 데는 없다. 요즘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건강한 삶을 중시하기 때문에 무조건 싸고 양 많다고 해서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는 옛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다.

영국 출신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는 "잊지 말자.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의 말처럼 밥, 잘 먹어야 한다. 특히 맛도 좋고, 보기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지난 2003년 창원시 대방동에 처음 문을 열고 3년 전 김해시 장유면 관동리에 둥지를 튼 '수선재(樹仙齋)'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음식을 먹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아는 곳이었다. 이곳은 사찰 음식의 대가인 적문 스님의 문하생이었던 정문성 씨와 그의 딸이 직접 요리를 하고 그의 사위 허진 씨가 서비스를 담당한다.

문을 여니 신명과 흥이 가득 실린 가야금 선율이 가장 먼저 손님을 반긴다. "오랫동안 한반도에 살면서 쌓아온 한국인만의 독특한 풍류가 있잖아요. 수선재에 풍류와 맛을 담으려고 했죠"라고 말문을 여는 허진 사장은 호텔 마케팅매니저 출신이다. 그의 장모는 전라도 출신으로 수십 년간 한정식 음식점을 운영했고 장인은 30년 동안 약재상을 운영했다고 했다.

   
 
  구절판, 샐러드, 버섯구이, 우렁초무침, 두부소박이, 들깨탕, 탕평채, 겨자냉채, 도토리묵 잡채 등 자연을 닮은 요리가 한 상 가득히 나왔다./박일호 기자  

알다시피 사찰음식은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를 사용하지 않고 양념은 주로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낸다. <능엄경>에 따르면 오신채는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을 일으키고,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해지기 때문에 삼매를 닦을 때에는 오신채를 끊어야 한다. 약선은 병이 난 후보다는 병이 나기 이전에 미리 예방한다는 동양의학 '치미병'을 원칙으로 하고 약선요리는 좋은 음식을 꾸준히 먹음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거나 몸속의 병을 서서히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수선재는 '자연음식전문점'을 표방하며 사찰음식과 약선한정식의 좋은 점만 가져왔다. "일본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음식 하나하나 어떤 효능이 있고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자세히 설명해주더라고요. 단순히 '끼니 때우기'가 아니었죠"라고 말하는 허 사장은 요리가 나올 때마다 모두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 수정식 코스에는 구절판, 샐러드, 버섯구이, 우렁초무침, 두부소박이, 들깨탕, 탕평채, 겨자냉채, 불고기, 도토리묵잡채 등 20가지 요리가 나온다.

   
 
  구절판, 샐러드, 버섯구이, 우렁초무침, 두부소박이, 들깨탕, 탕평채, 겨자냉채, 도토리묵잡채 등 자연을 닮은 요리가 한상 가득 차려져 나왔다. /박일호 기자  

한 상 가득 예쁘게 차린 밥상을 보니 한복을 보는 듯했다. 한복의 직선과 곡선의 조화, 상박하후의 단아한 아름다움, 생동감 넘치는 화려한 색채가 고스란히 음식에 담겼다. 만두이긴 한데 꼭 해삼 모양으로 생겼다. "궁중에서 만들었던 만두인데 여름만두라고 해요. 오이로 만든 소를 넣고 해삼 모양으로 싸서 찐 만두예요." 얇은 밀 피 안에서 아른아른 비치는 푸른색이 시원한 바람으로 변해 다가왔다. 사각사각 씹히는 오이 맛에 입맛이 절로 난다.

그 다음 기자의 레이더망에 잡힌 것은 두부에 소를 넣어 크로켓처럼 튀긴 두부소박이다. 오이소박이처럼 들어가 있는 소는 느타리버섯을 잘게 찢어서 양념한 것으로 눈 감고 먹으면 꼭 소고기 맛이 났다.

씹을 때 나는 바삭한 소리가 미각뿐 아니라 청각까지 즐겁게 해 가야금 선율과 잘 어울렸다. 참나물과 한번 곁들어 먹어보라는 허 사장의 말에 두부소박이와 참나물을 한입 가득 베어 물으니 여름철 청량감이 밀려온다.

다음엔 무엇을 먹어볼까 두리번두리번하다가 어디선가 날아오는 고소한 냄새를 맡았다. 들깨탕이다. 비타민과 불포화 지방산이 듬뿍 든 들깻가루와 멸치를 우려낸 육수가 만나 담백하면서도 고소해 입맛을 돋워준다. 너무 되지도 않고 무르지도 않아 목 넘김이 편했다. 쫀득쫀득한 도토리묵잡채와 논 고둥(논우렁이)을 맛깔 좋게 무친 우렁초무침 등도 이곳만의 별미였다.

수선재에서 느꼈다. 밥만 잘 먹어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메뉴 및 위치>

◇메뉴 : △선정식 1만 6000원 △수정식 2만 6000원 △약선정식 5만 원. ◇위치 : 김해시 장유면 관동리 465-9. 055-314-2882.

사찰음식 '콩' 주재료…부족한 단백질 보충

사찰음식이란 절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한국 음식에서는 궁중음식과 사찰음식을 특수음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찰음식은 불교가 국교인 국가 중에서 대승불교 국가에서 주로 잘 발달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불교가 전래된 지 1600여 년이 됐는데 사찰음식의 역사도 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사찰음식은 일반 가정과는 달리 매우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음식의 재료로 이용한다. 특히 콩을 많이 이용하는데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위해서다. 또 전이나 튀김 등의 기름을 사용하는 조리법이 많은데 에너지 보충을 위한 것이다.

사찰음식은 담백하고 깔끔한 게 특징인데 각 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오신채와 산 짐승을 뺀 산채와 들채, 나무뿌리, 나무껍질, 해초류, 곡류 등을 가지고 음식을 만든다. 또한 음식의 조리 방법 역시 간단하게 주재료의 맛과 향을 살린다.

/참고 정해옥 저 〈한국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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