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신경통·관절염 약재로 쓰는 딱총나무

장마가 올 때를 알고 서둘러 꽃잎을 접던 들꽃들과 애타게 하늘을 올려보던 농부들 모두에게 단비는 내려주지 않고 연일 무더위 소식만 들려옵니다.

밤이면 무논에 개구리 소리 낭랑한 유월인데 하늘은 연일 쾌청하여 8월의 무더위가 계속됩니다. 장마를 기다려 보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숨짓는 농부들의 타는 가슴과는 다르게 장마 끝나고 7~8월에 피는 꽃들이 사방에 피어 있어 놀랐습니다.

5월에 피는 패랭이 꽃이랑 8월에 피는 마타리 꽃이 함께 피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들꽃들을 계절에 따라 즐기던 내 눈에는 장마를 기다리던 패랭이랑 장마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던 마타리가 서로 갸웃거리다가 함께 피었구나 싶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무학산 숲길을 걷는데 저편 그늘 밑에 새하얗게 피어 있는 손바닥만한 꽃송이가 보입니다.

숲을 헤치고 다가가보니 놀랍게도 딱총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이 역시 4~5월에 피는 꽃입니다.

4월에 피는 딱총나무 꽃이 한창 열매가 익어갈 6월말에 피었다. /박덕선

7월이면 열매가 익어갈 때인데 아직도 꽃을 한창 피우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기후 환경의 변화가 꽃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4월초가 되면 브로콜리처럼 앙증맞은 꽃송이가 먼저 열리고 꽃이 피는 봄꽃인데 7월이 다 된 이 계절에 피었습니다.

7월이면 열매가 익는 달인데 말입니다. 8월쯤에 열매를 거두어 두고 가을에 가지를 잘라 두었다가 긴요한 약재로 쓰던 딱총나무입니다. 우리 할머니가 좋아하던 나무인데요. 골담초랑 쇠무릎 뿌리를 함께 넣고 달여서 약식혜를 해서 두고 먹으면 신경통·관절염을 앓지 않는다고 해마다 만들어 주셨는데 어린 우리는 단 맛에 어른들 먹을 것까지 다 먹어치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민간요법처럼 딱총나무의 약명은 '접골목'입니다. 부러진 뼈도 이어줄 만큼 그 약효가 뛰어나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뿐만 아니라 줄기를 채취해 뒀다가 두고두고 달여 먹으면 골다공증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꽃을 따서 즙과 물을 섞어 찜질 마사지를 하면 기미·주근깨까지 말끔히 없앤다는 영약이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잎을 쓰고 가을에는 열매를 쓰며 겨울에는 껍질을 써서 피부 관리를 하면 맑고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인간의 뼈를 호랑이 앞정강이 뼈처럼 단단하게 해 준다는 영약인 접골목. 산지 숲 그늘에서 간간이 만날 수 있는 이 재주 많은 나무 앞에서 행복에 젖습니다. 뿌리부터 잎까지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는 딱총나무, 잘 가꾸고 보호하고 또 합리적으로 이용하여 우리의 건강을 지킬 비결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늦은 꽃을 피운 이 꽃송이에게도 단비가 촉촉이 내려 가을이 오기 전에 제대로 열매를 여물 수 있는 기후의 은총이 내려주기를 기원하며 정성스레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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