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는 왜 만날 가야돼?" "꼭 영어 공부를 해야 돼?" "대학에 꼭 가야 돼?"

오늘 따라 유난히 학교에 가기 싫은지, 작은 녀석이 아침 밥상 앞에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해댄다.

'학교에 다녀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야'라는 식의 식상한 대답을 해주자니 내 손발이 먼저 오그라들고, 그렇다고 달리 시원하게 답을 해줄 말도 떠오르지 않고….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는 얼른 밥 먹으라고 재촉하면서도 마음은 작은 녀석 가방만큼이나 무거워진다.

일전에 아이들과 '로또 당첨되면 뭐 할까' 상상하기 게임을 했는데, 큰 아이는 나이답게 예쁜 옷, 세계 여행을 상상하고, 작은 녀석은 강아지 돌봐주는 게 어지간히 부담스러웠던지 강아지 돌보는 로봇을 사겠다고 하면서 '엄만 뭐 할 거야?'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냥 엉겁결에 '엄마는 돈이 많으면 아이들이 매일 매일 가고 싶어 하는 그런 학교를 만들 거야'라고 했더니, 작은 녀석이 '그런 학교가 어딨어? 말도 안 돼'라며 도리질을 치는 것이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 '즐겁고 신나는 학교가 어딨냐?'고 말하는 현실에서 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격증에, 보습학원에, 시험에 길들여진 채 자란 내 아들 녀석이 여전히 지루하고 지친 얼굴로 고등학생이 되어 내 앞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질문을 한다. '선생님, 모두가 대학에 꼭 가야 되는 거예요? 라고.

잘 모르겠다. 대다수 학생의 장래희망이 안정적인 공무원인 교육 현실에서 더 큰 비전을 가지라는 나의 외침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알면서도, 즐겁고 신나는 학교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내가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아이가 자라서 가게 될 학교는 지금보다 조금 더 즐겁길 바란다. 스펙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거나, 밤늦은 과외수업 때문에 학교 책상이 간이침대가 되는 학교가 아니라, 시나 소설을 읽으며 청춘다운 고민도 하면서 몸과 마음이 같이 성장하는 학창 시절을 누리게 해 주는 곳이길 바란다.

   
 

좋은 대학 인기학과가 아니어도, 대학에 가지 않는다는 선택을 한다고 해도 충분히 그 선택을 지지해 줄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한다. 그들이 어린 시절 상상했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수없이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그마저 따뜻한 격려로 끌어안아 주는 곳이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열심히 아이들과 함께 설레는 꿈과 아름다운 시를 이야기한다.

'얘들아, 기막힌 첫사랑이 있는데 시로 한 번 들어 볼래?'라며….

/이정주(김해분성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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