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박신형(31)·이진영(32) 씨 부부

2008년 겨울, 박신형(31) 씨는 동아리 여자 친구에게 당일 일정으로 스키장에 갈 것을 제안했다. 대신 둘이 가면 머쓱하니 각자 친구를 한 명씩 데려오기로 했다. 목적은 스키장이었지만, 잘 되면 2대 2 소개팅도 겸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일석이조? 그건 둘째 치고 신형 씨는 스키장에 가자고 제안한 친구에게는 아무 마음이 없었을까.

“동아리가 여학생이 16명이고 남학생이 5명이었어요. 합창 동아리인데 서로 성별 구분없이 모두 편한 친구로 지냈지요. 그 친구한테 무슨 마음이 있지는 않았어요. 그냥 스키장에 가고 싶었지요.”

신형 씨가 남자 친구 한 명 데리고 오고, 동아리 친구가 여자 친구 한 명을 데려왔다. 그때 나온 사람이 이진영(32) 씨였다. 그런데 1년 뒤 부부가 될 신형 씨와 진영 씨는 서로 첫 만남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하루 만에 다녀오는 일정이었는데, 늦게 출발하기도 했고 스키 탄다고 정신이 없었어요. 같이 놀기는 했지만 서로 특별한 인상이 남지는 않았지요.”

   
 

돌이켜보면 상당히 운명적이었어야 할 첫 만남은 그렇게 무심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두 번째 만남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솔로였던 신형 씨는 스키장에 같이 가자고 했던 친구에게 이미 소개팅 ‘민원’을 넣어둔 상태였다. 그 친구는 스키장에 함께 갔던 친구를 다시 불러냈다. 소개팅 자리에 나간 신형 씨는 이미 안면이 있었던 진영 씨가 나와 있자 조금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진영 씨 역시 신형 씨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반응은 비슷했다. 하지만, 둘은 금방 익숙해졌다.

“연애를 한다기보다 그냥 편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제가 휴학하고 남해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서로 전화 통화를 많이 했지요. 자주 통화하고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 좋은 감정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화로 사귀자고 얘기를 했지요.”

   
 

서로 좋은 감정이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다. 신형 씨는 복학을 했고 그즈음 진영 씨는 통영에서 일하게 된다. 창원-남해 커플이 다시 통영-창원 커플이 된 셈이다. 진영 씨는 주말에 창원을 왔고, 신형 씨는 창원에서 종종 통영에 놀러 갔지만 데이트는 주로 전화로, 그러니까 전파 위에서 이뤄졌다. 그래도 가끔 만나는 만큼 애절한 맛은 더했다. 물론 방해 세력(?)도 있었지만….

“아내가 통영에서 일할 때 큰오빠 집에서 살다 보니 통금시간이 있었지요. 저녁 10시까지 집에 들어가야 해서 오랜만에 만나도 아쉬울 때가 잦았습니다.”

신형 씨는 졸업과 함께 통영에 일자리를 구했다. 데이트다운 데이트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신형 씨는 자취를 했다. 진영 씨 통금시간은 여전했지만 둘 사이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2008년 2월에 처음 만나 이듬해 결혼했으니, 연애 초반 더딘 진행이 오히려 결혼까지 속도를 낸 힘이 된 셈이기도 했다.

“결혼 전에 첫째가 생겼어요. 아이를 혼수로 준비한 셈이지요. 결혼을 미룰 이유가 없었습니다. 촛불로 분위기를 내고 프러포즈를 했지요.”

양가 부모님은 모두 개방적인 분이었다. 아들·딸이었던 자식들을 사위·며느리로, 그리고 손녀도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2009년 6월 6일 신형 씨와 진영 씨는 통영에 신혼집을 마련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착해요. 저를 잘 이해하고요. 저보다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제가 직장에 적응할 때도 많은 도움을 줬지요. 혼자 통영에 있었을 때 많이 의지했습니다. 그 점이 가장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신형 씨와 진영 씨는 지난해 창원으로 이사했다. 진영 씨 지인이 창원에 많이 살고 있어 더 익숙했다. 무엇보다 자녀 교육 문제를 고려했을 때 창원이 더 괜찮으리라 판단했다. 신형 씨는 창원에 있는 제조업체에 취직을 했고 진영 씨는 살림을 맡았다. 그 사이 둘째까지 맞아 1녀 1남이 됐다.

“아내가 아이 둘을 거의 도맡아서 키워요. 요즘은 시댁이나 처가 어르신들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처가는 멀리 있고 시댁 어른들은 모두 일을 해서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요. 그런 점이 미안하고 늘 고마워요.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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