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의식' 강하고, 세대 간 소통과 교류도 활발…연극 작업 열망도 강해

거제 극단 예도가 <선녀씨 이야기>로 제30회 전국연극제 대상을 받았다. 이로써 경남은 지난해 사천 극단 장자번덕 <바리, 서천 꽃 그늘 아래>에 이어 전국연극제에서 2년 연속 대상인 대통령상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전국 최고 수준의 연극 고장임을 알렸다.

전국연극제 2연패는 오로지 경남 연극만이 가진 진기록이다. 지난 1996년 극단 마산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와 이듬해 진주 극단 현장 <불의 가면>이 연달아 전국연극제 대상을 거머쥔 이래 두 번째다. 이러한 선배 연극인들이 세운 업적을 후배 연극인들이 다시 이었다.

그렇다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남 연극이 이토록 전국 무대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경남 연극계는 '화목'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연극계 내에는 서로 다른 지역과 극단이라는 시·공간적 장벽을 넘어 '연극 동지'라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게 형성돼 있다. 다른 극단에 사람이 모자라거나 소품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상호 부조 형식으로 상생하려는 마인드가 투철하다.

이번 전국연극제 대상을 받은 <선녀씨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은 전국연극제를 위해 '경남 연극 드림팀'이 뭉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대다수 배우와 스태프는 극단 예도 소속 단원이 맡았지만,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취약한 부분은 다른 극단과 협업을 통해 보완해 냈다.

거제 극단 예도 <선녀씨 이야기>팀 대상 수상 모습.

진해 극단 고도 차병배 씨와 통영 극단 벅수골 출신 움직임 아티스트 김대건 씨가 배우로, 통영 극단 벅수골 제상아 사무국장은 기획 및 사무를 맡았다. 창원 극단 미소 장종도 씨는 조명 오퍼레이터를, 벅수골 소속인 이규성 씨와 진주 극단 현장 이금철 씨는 무대제작과 무대감독으로 각각 활약했다.

이 가운데 장종도 씨는 이제 20대 후반 나이로, 선배 연극인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큰 무대 경험을 쌓게 하고자 함께한 경우이다. '경남 연극'이라는 큰 틀 속에서, 먼 훗날까지 내다보는 노력이 이어지는 분위기 또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활발한 협업과 동료 의식은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경남 연극을 이끄는 중추는 4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으로 이어지는 세대다.

통영 장창석·박승규·이상철, 마산 문종근, 창원 천영훈·현태영 등 50대에 접어드는 이른바 '어른'들 밑으로, 진주 고능석, 사천 이훈호, 진해 유병철·김소정, 거제 심봉석 등 연극 작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실천력이 강한 40대 중반의 허리라인이 튼튼하다.

아래로는 거제 이삼우, 밀양 김은민, 마산 최성봉, 통영 제상아·이규성, 김해 이정유 등이 받친다. 특히 이들은 모두 극단 대표 겸 경남연극협회 지역지부 대표를 맡고 있어 정기이사회 등을 통해 한 자리에 모이는 때가 잦다. 각 세대 간 소통과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앞서 말한 협업 체계와 이를 위한 소통 구조 확립은 '연극 작업의 질을 높이려는 열망'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다.

제30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거머쥔 거제 극단 예도 <선녀씨 이야기>의 한 장면.

한 예로 통영 극단 벅수골 장창석 대표는 50이 넘은 나이에도 새 작품들을 연일 연출하며 의욕적인 활동을 펼친다. 한국연극배우협회 경남지회장과 경남연극협회 직전 회장을 역임한 같은 극단 소속 이상철·박승규 씨도 작품에 배우로 나선다. 전업 연출가인 마산 극단 객석과 무대 문종근 대표는 메세나 등에서 받은 지원금과 사비를 털어 '소극장 뮤지컬' 등 서울 대학로에서 벌어지는 연극 작업의 새로운 시류를 지역에 이식하고자 노력한다.

진주 극단 현장 고능석 사무국장 역시 '환경 아동극'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하고, 유명 움직임 디렉터 고재경 등을 영입해 지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비언어극, 마임 등 장르의 다양화를 꾀한다. 진해 극단 고도 김소정 배우 겸 상임 연출은 '신체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지역에 선보이고자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을 돌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이처럼 장년층들의 활발한 활동과 젊은 연극인들이 펼치는 새로운 시도가 쉴새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경남 연극계 내 협업 체제와 맞물려 '동기 부여'와 '신선한 자극'을 줘 '경남 연극 전체 질 향상'에 자양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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