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미리배워 수업 등한시 학원 안보내는‘의식’아쉬워


모든 지역 모든 학교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초등학생 과외가 이만저만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어제오늘 일도 아니라서 말하기가 새삼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초등학교 높은 학년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낮은 학년 아이들도 점점 마찬가지가 돼 가고 있다.
4학년인 큰 아이 말을 들어보면 국어.영어.수학 등 학교서 배우는 교과목을 학원에서 먼저 배우는 아이가 한 반에 3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1학년인 작은 아이 반에도 영어학원에 나가거나 미술 학원에서 영어.수학 따위를 곁들여 배우는 아이들이 꽤 된다.
문제는 일단 아이들이 학교 선생님 말씀을 잘 듣지 않는 데서 생기는 것 같다.
수업 시간에 떠드는 아이를 불러 “너 왜 떠드니.” 하면 “학원에서 다 배웠어요” 하고는 전혀 미안한 구석도 없이 웃으며 앉는다는 게 우리 아이 이야기다. 그러고는 조금 있다가 다시 장난치고 떠들어 조용할 때가 없다고 한다.
이른바 교실 붕괴가 초등학교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서 배울 게 없다. 그냥 친구들이랑 놀고 장난치러 학교에 온다. 배워야 할 지식은 이미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앞당겨 배워버렸다.
이같은 풍토에서 악순환은 갈수록 심해진다. 무력감에 빠진 선생님은 의욕을 잃고 타성에 젖어간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니까 갈수록 더 학원으로 몰린다. 학원에 갈 형편이 안되는 아이들, 또는 부모가 손수 가르칠 처지가 못되는 아이들은 어디서도 제 대접을 못받는다.
학교에서는 학원에서 모든 것을 배운 다른 아이들에게 치인다. 방과후에는 또래들이 학원에 다 가버려 어울려 놀지도 못한다. 부모가 없는 집에 들어가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pc방.오락실 따위에서 시간을 메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말 대책이 없다. 막연하다. 아이들 처지를 생각하니 섬뜩하기까지 하다. 여태까지는 아이들을 국어.영어.수학 학원에는 보내지 않았지만 얼마나 지탱할는지 이제는 자신하지도 못하겠다.
선생님도 다른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입제도가 바뀌지 않고는 모두 미봉책밖에는 안되겠지만, 아쉬운대로 예체능은 몰라도 학교 교과를 가르치는 학원에는 보내지 않는 용기를 모든 학부모들이 일시에 가질 수는 없을까.
(양인정.가명.39.창원시 신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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