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내홍 사태 해결안·재창당·진보가치 등 놓고 대립각

'형님(강기갑)과 아우(강병기)'는 서로 포옹했지만 통합진보당의 나아갈 바에 대한 의견은 달랐다.

통합진보당 당 대표 후보로 나선 강기갑 후보(기호1)와 강병기 후보(기호2)는 경남에서 농민회 활동을 함께해 온 '30년 지기 동지'로 본인들도 그렇고 주변 인사들 역시 친형제처럼 지내왔다고 입을 모은다. 두 후보는 당내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각 정파(들)의 대표선수가 됐고, 비례 국회의원 부정 경선으로 불거진 통합진보당 내홍 사태를 갈무리하기 위해 내놓은 로드맵은 달랐다.

강기갑 후보와 강병기 후보는 22일 저녁 창원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당직선거 후보 합동연설회 및 토론회'에 참석해 경남의 통합진보당 당원들과 만났다.

강기갑 후보는 당내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직을 수행하며 느꼈던 고충을 토로하는 한편 정파 패권주의를 가장 경계했다. 통합진보당의 총체적 위기를 불러들인 원인을 왜곡된 정파운동으로 꼽았다.

2012 통합진보당 동시당직선거 당 대표와 경남도당 임원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22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경상남도농어업인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강기갑(오른쪽) 후보와 강병기 후보가 만나 악수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박일호 기자

강기갑 후보는 특히 "국민들은 옛날처럼 계몽의 대상이 아니다. 국민의 민심이 우리와 맞지 않더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은 국민의 머리 위에 앉아서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진보 진영의 목소리까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 당의 진성당원제 정신을 왜곡하는 잘못된 하극상의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동부연합으로 대표되는 당내 정파적 패권주의를 해소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혁신을 이끌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반면 강병기 후보는 당 혁신 운동에 동의하면서도 지금까지 통합진보당이 추구해온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데 좀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 강병기 후보는 "평생 자기희생을 통해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싸워온 분들의 가치가 틀렸다고 도전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통합진보당의 현 사태를 진단했으며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서 스스로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병기 후보는 자신이 당권파와 비당권파를 중재할 수 있는 인물임을 강조했다. 강병기 후보는 "이긴 쪽은 진 쪽을 굴복시키려 할 것이고 굴복하지 않으려는 쪽은 극렬한 저항으로 맞선다면 당이 어떻게 되겠나. 우리가 나서서 양쪽의 충돌을 막고 중립지대에서 당을 제자리에 세우려 한다"고 설명했다.

강병기 후보는 또한 "공공의 적으로 몰리는 구당권파조차도 지금 이대로 가자는 사람이 없고 혁신을 거부하지 않는다"며 "구당권파를 내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기갑 후보는 "정파 패권주의 해소를 위해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학생까지 아우르는 재창당 운동을 하겠다"며 "민중 중심성으로 당이 운영되면 정파는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병기 후보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자는 말을 외면해서는 안 되고, 그것을 외면하는 순간 대중정당이 못 된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히 눈높이를 맞춰서 우리를 낮추기만 하면 진보정당의 가치를 잃을 수 있기에 중심을 잡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