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모임 '창원시그룹' 용지문화공원서 공연 마련

지역의 문화사회학자 김용기 교수는 어떤 행사가 있기 일주일 전 그 '어떤 행사'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행사는 준비과정 자체가 매우 각별한 문화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느 날부터 페이스북의 '창원시 페이지'에서 수다를 떨더니만 뚝딱 이렇게 멋진 행사를 만들어낸다. 연출과 기획을 할 수 있는 자원들이 블록으로 동원된 것도 큰 몫을 했겠지만 '창조적 자발성의 동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말한 SNS 오프라인 모임에서 발현된 '창조적 자발성의 동력'이 시민사회에서 어떤 힘을 발휘하는가를 여실히 보여 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축제가 펼쳐졌다. 대표적인 SNS(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 내 창원 지역 오프라인 모임 '창원시 그룹'. 이들이 만든 '페이비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손민규)는 지난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창원 용지문화공원에서 '페이스티벌 인 창원(Facetival in Changwon)'을 펼쳤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린 Fun(펀)하고 Happy(행복)한 시간 = 14일 오전. 뜨겁게 달궈진 해를 구름이 반쯤 가려 선선한 바람이 살랑거린다. 그래도 수은주가 20도 후반과 30도 초반을 오가는 매우 후텁지근한 날씨다. 물놀이 하기 딱 좋은 날씨. 가로 세로 각각 10m, 수심 70㎝ 이리뛰고 저리뛰어도, 크게 넘어져도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는 에어바운스 풀장. 페이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 온 아이들은 첨벙첨벙 물 속을 뛰어다닌다. 아이들 노는 모습이 재미났는지 부모들도 함께한다.

   
 

그렇게 낮 한때가 지나고, 하늘이 어스름하게 보랏빛으로 물들 때 본격적인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은 마술사 이상진 씨가 이끄는 마술팀의 무대로 시작됐다. TV에서나 보던 카드 마술, 링 마술 등 현란한 퍼포먼스가 이어지자 보는 이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마술 공연이 끝나갈 즈음 김두관 지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이어 벌어진 베꾸마당의 길놀이와 문화두레 어처구니의 창원오광대 공연은 김 지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길놀이패가 김 지사 앞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 김 지사 앞에서 판을 벌인 베꾸마당 길놀이패는 김 지사를 일으켜세웠다.

쭈뼛쭈뼛 박수만 치며 망설이던 김 지사는 길놀이패의 북돋움에 이내 장단에 몸을 맞추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김 지사의 돌발행동에 김 지사와 함께 앉아있던 석영철, 손석형 도의원도 함께 일어나더니 함께 어깨를 들썩였다. 시민·정치인이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된 무대였다.

지역 유일의 재즈팀 김희영 트리오와 가야금연주자 서은주 씨의 퓨전콘서트는 관객들이 이전에 듣지 못한 색다른 음악적 감성을 일깨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대한민족무예예술인총연합회(무예총)는 창원이 낳은 역사 인물 최윤덕 장상의 기상을 이어받자는 축원의 의미를 담은 대북공연으로 지역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강의 눈물'이 인간의 눈물을 자아내다 =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보디페인팅 작가 배달래 씨의 퍼포먼스 '강의 눈물'. 배달래 작가의 지역 첫 단독 공연의 의미를 지닌 이 퍼포먼스는 보디페인팅 퍼포먼스라는 생소한 예술세계를 시민들에게 한 걸음 바짝 다가가게끔 만들었다.

   
 

무분별한 4대 강 사업으로 파헤쳐진 강의 모습을 인간의 몸짓 언어와 미술적 색채 언어로 심오하게 표현한 작품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깨끗한 물이 담긴 상자에 구겨진 채 담긴 인간. 그 인간을 파란 물결을 표현한 듯한 무용수가 관객 앞에 데려다 놓았다. 이내 물결의 흐름을 표현하는 무용수. 그의 몸짓이 계속되자 깨끗한 물이 점점 시커멓게 변해간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 그 속에서 생명을 상징하는 듯한 상징물을 내어놓는다.

이어 하얗게 몸을 칠한 두 사람이 등장한다. 그 사이에 배달래 작가가 선다. 하얀 몸에 티 없이 맑고 순결한 몸. 거기에 형형색색의 물감이 온 몸에 덧칠된다. 머리에서 발끝, 한쪽 손끝에서 다른 쪽 손끝, 엉덩이에서 등으로 몸을 돌아 다시 가슴으로 배달래 작가와 두 명의 모델은 그렇게 뒤얽혔다. 배달래 작가는 붓을 높이 치켜들어 모델에게 단호히 뿌리기도 했고, 붓 대신 손끝에 물감을 묻혀 연주하듯 몸을 칠하기도 했다.

격렬한 신디사이저의 음과 전자기타의 마찰음, 거기에 장구 소리가 더해진 기묘한 음악은 무대의 감흥을 고조시켰다. 이내 각종 색이 온 몸에 덧칠 돼 시커멓게 된 두 모델. 두 사람은 마치 순수하고 맑은 강이 인간의 욕심으로 고통받아 더럽혀지는 광경을 묘사하는 듯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관객들과 호흡했다.

이어 푸른 천을 두른 행위자가 맑은 물이 든 어항에 금붕어와 하얀 꽃 송이를 들고 등장했다. 푸른 천의 행위자는 마치 푸른 물의 신, 자연을 뜻하는 듯 했다. 두 모델은 그 푸른 천의 행위자 곁에서 생명의 구원을 얻고자 하는 듯한 몸짓을 잇는다. 이들의 모습이 고통스러운 듯한 푸른 천의 행위자 그는 금붕어와 꽃을 들고, 높은 사다리를 오른다. 그리고 그 맑은 기운을 아래로 아래로 흘려보내는 듯한 몸짓으로 두 사람을 구원한다.

어항을 받은 두 사람 이내 마음이 평안해졌는지 천천히 몸을 돌려 무대 뒤로 향한다. 전혀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 그리고 쉬이 이해하지 못할 예술가들의 몸짓에 관객들은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무대를 지켜봤다. 낯설고 생소함에 무엇을 뜻하는 퍼포먼스인지 묻는 관객도 있었지만, 대부분 행위자들의 몸짓에 눈을 떼지 못하고 몰입을 했다. 한 관객은 이들의 몸짓에 눈물을 보이며 흐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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