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경남의 수제 초콜릿 전도사 강은숙 씨

18일 오전 '동네 사람' 주인공으로 만난 강은숙(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씨와 1시간 남짓 이야기를 주고받고서 이 낱말이 떠올랐다. '무척 쾌활함!'.

강 씨는 용호동에서 '초콜릿 커피숍'(가게 이름 미카)과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공방을 운영(체험반, 취미 과정, 전문가 과정)하고 있다. 가게는 지난 5월 18일 문을 열었다. 강 씨는 초콜릿 디자이너(쇼콜라티에)다. 손님들에게 내어주는 음식은 커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게에서 손수 만든다고 했다.

"다른 뜻이 있어서 5월 18일(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문을 열게 된 건 아니고요. 애초 4월 말에 오픈하려고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어떻게 '초콜릿'과 인연이 닿았느냐고요? 음,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고, 내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 조금이나마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 솔직히 돈도 좀 벌 수 있는 일 어디 없나, 하고 찾는데, 초콜릿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 날, 신문에 난 초콜릿 전문가 다룬 기사를 읽었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서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더라고요." 이후 서울에 있는 한 공방에서 솜씨를 갈고 닦았다고 한다. 경남에서는 '수제 초콜릿 전도사'로 불리기도 한다고.

간식 혹은 등산할 때 '체력이 좀 달린다' 싶을 때나 먹는 초콜릿이 뭐가 그리 좋을까. 우선 시중에 '대량 생산'되는 초콜릿과는 달리 수제 초콜릿은 100% 카카오버터와 천연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또 초콜릿을 먹으면 페닐에틸아민이라는 물질이 많이 분비돼 기분이 가라앉을 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들뜨거나 불안할 땐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제 친구 중에는 의사도 있고, 변호사도 있거든요. 그런데 대개 이들 직업은 아픈 사람을 돌보거나 다툼을 해결하는 거잖아요. 반면 저는 늘 좋은 에너지와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찬 사람과 일하거든요. 수제 초콜릿 만드는 방법 배우려고 공방을 찾는 사람들, 대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고자, 좋은 사람에게 선물을 하려고 옵니다. 초콜릿을 만나고 나서부터 저도 계속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아요. 초콜릿 때문에 저는 부자가 됐어요. 마음 부자 말입니다!"

   
 

우울증을 앓거나 발달장애 학생이 수제 초콜릿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도 큰 보람을 느낀단다.

열심히 살았고, 또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강 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스스로 아름다운가게 창원 중앙점에 전화를 해 초콜릿 기증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일주일에 한 번, 초콜릿을 기증했다. 아름다운가게 쪽에 확인하니, 한 번 기증할 때마다 40만 원어치를 맡겼다고 한다. '우와, 손이 참 크신 분이구나.' 지금은 아름다운가게에 '공정 초콜릿'이 들어와서 초콜릿 기증은 하지 않고,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 '꼬맹이'들과 즐겁게 놀면서 '재능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1일에는 아름다운가게 중앙점과 팔룡점과 함께 커피숍에서 행사를 열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아름다운가게를 소개하고, 수익금 일부를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기도 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남들에게 마음껏 퍼주며, 즐겁게 사는 이들의 공통점은 얼굴에서 '밝은 기운'이 넘친다는 점. 그는 또 뭘 퍼주면서 즐겁게 살 궁리를 하고 있는 걸까.

"우리 초콜릿 커피숍이 문화공간으로 많이 활용됐으면 합니다. 전시회, 발표회 등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공간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빌리는 데 돈이 필요하냐고요? 제가 돈 계산 같은 걸 잘 못합니다. 뭐 돈 많은 곳은 받고, 없는 곳은 안 받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인터뷰를 마치면서 "인물 기사는 독자에 대한 기본 정보 제공 차원에서 연세가 꼭 들어가야 합니다"라고 했더니, "그냥 40대 여성이에요. 저는 사람 이름과 숫자 같은 거 잘 기억하지 못해요"라며 웃는 이 분, 참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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