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사고 성찰하는 중국

중국이 자체 개발한 고속철도의 이름은 '화해호(和諧號)'다. 화해(和諧)란 후진타오 주석이 제창한 일종의 사회이념이다.

고속철도는 지난 2007년 본격적으로 운행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화해호의 속도가 시속 400km를 넘어서자 세계는 중국 고속열차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고속열차가 앞으로 중국 경제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어 나온 세계 기록 경신은 중국인에게 하늘을 찌를 만한 자신감을 심었다.

지난 7월 23일 오후 8시 27분(한국시각 7시 27분) 절강성 원저우(浙江省 溫州市)에서 발생한 화해호 간 추돌은 이런 자신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 철도부는 다음날인 24일 이 사고가 벼락 때문에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관영 언론마저도 이런 발표에 의문을 품었다.

사고 원인과 피해자 수 등 중국 철도부의 해명은 무엇하나 명확하지 않았다. 7월 28일 <남방주말>이란 주간신문의 한 시평은 철도부의 변명이 아니라 눈물이 보고 싶다고 질타했다. 사고 수습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7월 28일 철도부 상해철로국 국장이 원조우역 신호 설비 설계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사실 그동안 중국에서 일어난 큰 재난에 비하면 '겨우' 40명이 죽은 이번 추돌 사고는 그리 큰일도 아니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이 사건으로 자신들의 현재를 본 듯하다. 양적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질적 발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드러난 중국인들의 고민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화해호야 말로 중국에서 가장 안전한 열차라고 자랑해 왔다. 최근 몇 년 고속철도 사업은 거의 수직선으로 표현될만한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발전 속도를 내적인 요소들이 따라잡지 못했다. 이것에 대한 반성이 포털 곳곳에서 보인다.

8월 5일 <중국상보>는 대약진 방식의 (몰아붙이는) 건설 방식에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인간 중심이라는 (중국 공산주의) 이상이 흐려지지는 않았는가 하고 되물었다.

이런 문제의식은 고속철도와 비슷하게 중국 정부의 전폭 지원을 받고 승승장구하던 다른 산업 분야까지 퍼졌다. 항공, 핵발전 등 급성장 중인 산업 종사자들은 이번 사고에서 교훈을 얻기에 바쁘다.

8월 5일 <민항자원망>이란 항공산업저문매체는 이번 사고의 가장 큰 교훈을 속도와 위험은 정비례한다고 정의했다. <북극성전력망 뉴스센터>도 고속철도처럼 성과를 노리고 무모하게 돌진하다가는 결국 수많은 모순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나친 대외 의존, 양극화 등 중국식 경제 성장이 직면한 문제점은 그동안 수없이 거론됐다. 이번 사고는 중국인들에게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 개발 사업이 인간적인 성찰 없이 진행될 때 어떤 끔찍한 결과를 내는 지 생각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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