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요즘 뭐합니까?] 윤용근(한나라당·진주2) 경남도의원

윤용근 경남도의원(57)의 '정치 불운'은 그를 아끼는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1995년 민선 1기 시작을 알리는 지방선거에 진주시장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이후,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경선 포함 여섯 번을 낙선했다. '4전 5기'는 윤 의원에게 한가로운 말이었다.

1980년 한국 정치의 격랑기 때 윤 의원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장을 맡아, '서울의 봄'을 이끌었다. 꽃은 피었으나 암울했던 1980년 5월이 지나고 6월이 되자마자, 윤 의원은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체포, 구속, 제적됐다. 그리고 그의 표현대로라면 "죽음의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윤 의원은 YS의 천거로 정치권에 뛰어든 황병태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리고 강삼재 전 의원을 도와 1992년 대선을 치렀고, 이강두 전 의원의 보좌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잔뼈가 굵은 셈이다. 그리고 지역 정치를 해보겠다는 큰 꿈을 품고 고향에 왔으나 그의 정치 불운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강삼재 총장이 만류했으나 1994년 6월부터 진주에 와서 95년 선거를 준비했습니다. 죽을 둥 살 둥 지역을 누비고 다녔는데, 선거 한 달을 남겨놓고 공천제도가 도입됐습니다."

   
 

당 공천을 받지 못한 윤 의원은 낙선했고, "선거 때만 되면 공천을 못 받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그리고 지난 2008년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 자격으로 도의원에 당선됐다. 그리고 2010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재선 도의원이 되었다.

윤 의원은 정국을 좌지우지하던 국회의원들과 함께 기획과 조정 일을 도맡아 했지만 도의회 입성해 정치의 기본을 다시 체득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생활정치, 민원 해결, 지역 발전 실현을 위해 동분서주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윤 의원은 자신에게 들어오는 진주 지역 민원은 무조건 해결한다는 마음자세다. "이야기해봐야 면전에서는 한다고 해놓고 핑계만 대고 거짓말만 한다"는 말이 가슴에 사무쳤기 때문이다.

일례로 도의원 초창기에는 한센병 환자촌에 차량 지원을 해주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 속앓이를 했을 정도다. 차량 비용은 3000만 원에 불과했으나, 관청의 지원을 받으려 하니 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 그냥 넘어가면 흐지부지됐을 일을 윤 의원은 끝까지 부여잡고 공무원들과 함께 노력해 차량 지원이 이루어지게 했다.

"정치인들은 거짓말쟁이라는 말에 가슴이 아파서 약속을 지키려고 노심초사했는데, 막상 이루어지고 보니 마음이 후련했고 감격했습니다. 도의원들이 많이 알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열정입니다. 열정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뛰면 안 되는 일이 없죠.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끝까지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윤 의원은 진주시 현안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요 아젠다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진주시 숙원 중 하나인 평생교육원 진흥원 설립과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진주 배영초등학교 터에 교육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다문화가정 지원센터 설립과 6·25 양민학살 유해발굴 사업도 공을 들이는 것 중 하나다. "보도연맹 등 국가 공권력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있다면 서둘러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윤 의원은 '경남도의회 혁신도시 특위 위원장'을 맡아 LH 본사 진주 일괄이전이라는 결과를 도출하는데 많은 애를 썼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도 그의 소신은 확고했다. "제가 위원장이지만 윤용근 수고했다는 소리 안 나옵니다. 섭섭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훨씬 전에 이루어졌어야 할 사업이 정부가 핸들링 잘못해서 이렇게 됐다는 겁니다. 지역갈등 조장하고 에너지 소진시켰죠. 이미 결정돼 있는 일인데 경남도가 승리했다 할 수 없죠. 연금관리공단 빼가는 것 보세요. 얼마나 웃기는 일입니까."

윤용근 의원이 지금까지의 '정치적 불운'을 도의회 의정활동을 통해 조금씩 털어낸다고 했을 때 그 근원에는 '정치적 소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윤용근 의원은 지난 7월 말 한나라당 도의원들이 주도한 경상남도 추경예산 삭감 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은 반발했던 표결 결과는 28대 20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뜻대로 이루어졌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몇몇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고, 나머지는 전원 반대였다. 이때 윤용근 의원 혼자만 이에 따르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기권표 대신 본회의장에서 자리를 뜸으로써 자신의 소신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이들이 있긴 했으나, 윤용근 의원처럼 공개적으로 소신을 밝히지는 못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사고 때문에 진주시민을 희생시켜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진주시민이 한나라당 공천보다 우선이다. 그것이 나의 철학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추경예산안이 삭감될 때 가장 큰 쟁점은 모자이크 프로젝트와 낙동강 대체 상수원 용역비였고, 이들 모두 진주시 현안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것들이었다.

모자이크 프로젝트는 진주시의 먹거리 산업을 180도 혁신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뿌리산업과 연관돼 있었고, 대체 상수원 용역비는 남강댐물 부산 공급론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았다.

윤 의원은 "뿌리산업은 저의 치적 사업이 아니다. 잘 되면 진주시장과 김재경 의원에게 공이 돌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LH 본사 이전보다 더 큰 사안이 물거품 될 수 있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냐"고 설명했다. 또한 "남강댐 물 부산 공급 논란은 경남도가 더 답답한 처지다. 우리가 3억 5000만 원 들여서 3000억 원 사업을 할 수 있다는데 왜 이걸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윤 의원은 "도의원 당선시켜 준 것은 한나라당 공천이 아니다. 진주시민들의 표였다. 진주시민들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지방자치 발전에 공천 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나라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대접 못 받는 이유는 공천제도 때문입니다. 정당정치의 이점이 있을 수 있으나, 시민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담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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