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 청년 실업문제 노래하는 창원 인디밴드 '없는 살림에'

그들을 처음 본 곳은 안철수·박경철의 청춘콘서트 오프닝 무대였다. 두 번째로 만난 곳은 창원대에서 열린 조국 서울대 교수의 진보대통합 강연회에서 역시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들은 배민(32·보컬·작사), 이승철(27·작곡·기타), 정다운(20·노래·건반) 씨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였다. 청년의 실업문제를 노래하고 있었다.

'없는 살림에'는 최근 창원시 문화발전 커뮤니티 '언노운'과 함께 거리공연에도 나섰다. 지난 1일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인디밴드 '셀피쉬', '밴드 노리터'와 함께 두 번째 거리공연을 했다. 상남동 분수광장에서는 격주로 토요일 오후 7시에 이들의 거리공연이 열린다.

◇"우리의 삶을 노래할 뿐" = '없는 살림에' 밴드와 첫 만남의 장소 때문이었을까. 그들을 상당히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이들로 오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오해들은 자연스럽게 이해로 바뀌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현재 청년들의 모습을요. 대다수 청년들이 정규직, 비정규직의 취업문제로 아등바등하고 있잖아요. 그게 지금 청년들의 모습이잖아요."

리더 이승철 씨의 말이다. 20~30대 초반의 청년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청년들을 넘어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그들은 분명한 정치적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자신들의 삶을 노래하고 있을 뿐이었다.

배민 씨는 "한번은 소속되어 있는 경남청년회에서 청년생활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청년들을 만날 수가 없어 어려웠어요. 시내로 나가 보아도 중·고등학생들이 더 많고…, 청년들이 가장 많은 곳이 PC방이더군요."

배 씨는 기성세대의 사회적 구조에 갇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어릴 때부터 '성공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라고 배우며 자란 청년들의 안타까움을 말했다. 그래서 청년들의 삶을 노래한다고.

◇"우리요? 정말 '찌질'합니다" = 그들은 유난히 무대에서 '찌질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자조적인 말일까. 아니다. 배민 씨는 "실제로 정말 찌질하기도 하고요(웃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막연히 '넌 잘 될 거야, 언젠가 성공할 거야, 그러니까 힘내' 보다는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많은 청년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힘들어한다. 그 모습을 배민 씨는 '찌질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찌질하다'는 것은 주위에 많은 가장 보통적인 사람들이 늘 고민하는 것이므로 '평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가장 우선되는 고민은 아니었지만 경제적인 측면도 늘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단다. 그러면서 "우리가 평범해지려면 세상 모든 것이 평범해져야 하겠죠"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할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 특별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음악이 너무너무 좋아" = '없는 살림에'는 각종 지역의 문화행사가 있는 곳이라면, 더 정확히 불러만 주면 웬만해선 무대에 오른다.

'없는 살림에'는 또 최은석(24·베이스), 이상련(24·드럼) 씨와 함께 '계란말이'라는 밴드도 겸하고 있다. '계란말이'라는 밴드의 이름은 자꾸 말아먹어서 붙인 이름이란다. 최은석 씨는 "죽기 전에는 꼭 한번 해보세요. 무대에 오르는 그 느낌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워요"라며 무대에 오르는 희열을 전했다.

   
 

시작은 경남청년회 문화부에서 지난해 4월 '워킹푸어'라는 밴드였단다.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전국 창작가요제 본선까지 진출했었단다. '계란말이' 밴드의 명칭은 이전까지 '아직은 없어요'였단다. 최근 제주 강정마을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 지역 언론사 기사에 '이름 없는 밴드'라고 소개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단다. 그러면서 '없는 살림에'라는 명칭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도 줄곧 한다.

하지만, 줄곧 음악만 하며 먹고살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고민은 없을까. 그들은 애초부터 '음악으로 돈을 벌어야지'하고 시작한 사람은 없었단다. 대신 그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연주를 더 잘할 수 있을까, 좀 더 재밌을까, 많은 사람이 공감할까'였다. 음악을 정말 즐기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또 오르고 싶어도 오를 수 있는 무대가 그리 많지 않단다. 지역문화행사의 부족한 다양성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최근 언노운, 다른 밴드들과 레이블을 이룬 것도 지역문화행사의 다양성을 끌어내 보고 싶어서란다.

인터뷰를 한 날에는 경남청년회로서 지역아동 및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함께하는 명랑운동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그들은 밴드활동 외에도 많은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었다.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발짝 떨어져 보면 거리에서 인디밴드로서 공연을 하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한 발짝 다가가서 보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들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 '없는 살림에'는 실제로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어때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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