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생서 기업체 대표, 무릎장애 좌절않고 기회로, 신제품 에어렉서 개발 성공

17년 전 30대 초반의 그는 꿈이 있었다. 고향인 경북 영덕에서 고등학교 진학 대신 직업훈련원을 택한 그였다.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 방송통신고를 졸업하고, 직업훈련원에서 선반, 기계가공, 기계설비 기능사 자격증을 딴 것도 다 그 꿈을 위해서였다. 창원으로 삶터를 옮겨 한 밸런스 호이스트 수입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다가 1995년 드디어 회사생활을 접고 밸런스 호이스트 독자 브랜드 개발을 시작했을 때 그는 비로소 꿈을 현실로 바꿀 기회를 잡았다. 그가 개발한 '무동력 레일시스템'은 기존 전동식 호이스트와 달리 구동장치 필요 없어 생산성이 높았고, 그 장점은 시장에서 제대로 먹혀 들었다. 창업 3년만에 12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도 올렸다. 2009년 10월까지 직원 20명에 30억 원 가까운 매출 실적은 그의 꿈이 거의 이뤄졌음을 상징할만 했다. 하지만, 그는 그제서야 알았다. 자신이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았다는 사실을.

(주)동성산기(창원시 동읍 화양리) 정해룡(49) 대표이사의 첫번째 꿈이 산업기계였다면, 그의 지금 꿈은 헬스기계다. 그것도 학생, 노약자, 장애인들의 운동과 재활을 위한 스마트 헬스기계다.

   
/박일호 기자

2009년 10월, 두 번째 꿈을 선택한 그는 제품 연구개발을 위해 8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했다. 30개가 넘게 활동하던 모임을 모두 정리하고, 좋아하던 운동마저 끊고 제품개발에만 매달렸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2년 동안 25억 원이 넘는 개발비와 인건비를 쏟아 붇자 '먹고 살만하니까 쓸데없는 일을 벌인다'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실제로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왜 그랬을까.

"당시 단일 제품만으로는 장기적인 매출 신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저를 믿고 곁을 지켜준 직원들을 위한 더나은 혜택도 기대하기 어려웠고요. 특히 저 자신도 공장에서 잔뼈가 굵은 몸인데 이제 겨우 49살이란 사실을 깨닫고 보니 결코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될 일이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제품이 바로 산업현장에 들어가는 공기압 기술에 IT기술을 접목한 공압식 재활 운동기구 '에어렉서(Airexer)'다.

이 운동기구는 무거운 금속원판 없이 공기압을 이용해 무게조절이 가능하다. 간편한 작동법은 어린아이는 물론 장애인과 노약자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편의를 제공한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쉽고 간단하게 공압 하중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스마트 기술이 접목된 에어렉서 시스템은 신용카드 크기의 작은 스마트카드 한 장으로 자신의 몸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운동의 종류와 운동량을 다운받아 평생 개인기록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이 장점이다. 또한 프로그램 내의 운동처방 횟수, 시간, 중량, 사용근육 등의 운동 콘텐츠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정 대표의 신제품 개발에는 작은 이야기 하나가 더 숨어 있다. 정해룡 대표 자신이 장애3급의 불편한 몸이라는 사실이다.

"84년 당시 태권도 선수로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훈련 도중 무릎 인대를 심하게 다쳤었는데 그 때는 잠깐 치료하고 요양하면 나을 줄 알았었죠."

하지만, 정 대표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 사업을 막 시작한 상태에서 몸은 혹사당했고, 급기야 옛날 다쳤던 부위가 심각한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양 무릎 인대와 연골이 거의 못 쓸 정도로 나빠져 있더라고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훌쩍 흐른 뒤였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7번의 수술을 받았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그랬다. 정 대표에게 찾아온 병마와 장애는 그에게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라는 일종의 계시였다. 정 대표는 그렇게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재활운동기구들의 불편한 점들을 직접 경험하게 됐고, 그래서 개발에 착수해 세상에 내놓은 제품이 바로 에어렉서다.

정 대표는 자신의 제품이 어린이와 장애인, 노약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나 비만문제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큰 역할을 하기를 고대했다.

   

/박일호 기자

"초등학교 비만예방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제가 다시 말하지 않아도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압니다. 소아비만과 그로 인한 만성퇴행성 질환과 성인병 발병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부담으로 이어지죠. 현재 학교현장에 도입돼 있는 학생건강체력평가시스템(PAPS)에 저희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보다 완성도 높은 체력관리와 비만관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 대표는 끝으로 자신의 바람을 이렇게 전했다. 참고로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이 세상 아닙니까. 사장으로서 모든 걸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저는 빈 손으로 떠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 사업체를 꼭 건실하게 키원내 직원들에게 아파트 한 채씩 선물하고, 자녀교육과 노후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니 마음이 흐뭇하고 없던 힘도 생겨납니다.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무릎 수술을 7번이나 했지만 여전히 걸어다니며 꿈을 꿀 수 있음을 하나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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