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빼다지를 열다-축구선수 김창수(창원 성산구)

‘빼다지’. ‘서랍’의 경상도 방언입니다. 그 빼다지 속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있곤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열어 본 빼다지에서 발견한 추억 한 조각은 때때로 무념무상의 시간여행에 오르는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피플파워에서는 <경남도민일보〉가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문화면 독자 참여마당으로 연재해온 ‘빼다지를 열다’를 신문에 담지 못했던 현재 모습까지 곁들인 〈피플파워〉판 ‘빼다지를 열다’를 선보입니다. 역시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채워갈 공간입니다. 사진과 사연을 함께 담아 in@idomin.com 으로 보내주시면 소중하게 다루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집 안에 있는 것보다는 집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았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친구들과 동네를 뜀박질하고, 자전거를 타고, 편을 짜서 술래잡기를 하고…. 사진을 보면 딱 알 수 있죠? 오른쪽이 저입니다. 개구쟁이처럼 생기지 않았나요?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쪽으로 돌리고 왼쪽으로 돌리고. 공을 내 마음대로 가지고 놀았습니다. 책상에 앉아있으면 가만히 있질 못했죠. 온통 공 생각뿐이었습니다.

   
 

방과 후에는 친구들과 축구를 곧잘 했습니다. 어둑어둑해져도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골대를 향해 공을 뻥 차면 그 기분이야말로, 설명할 수 없죠. 그러던 어느 날. 축구감독님이 저를 불렀습니다. “축구 한 번 해볼래?”라고 물었죠. 해보고 싶었습니다. 쉼 없이 축구를 할 수 있다니, 너무나 기뻤습니다. 우선은 부모님께 여쭈어 본다고 했습니다.

“엄마, 아빠. 축구감독님이 나보고 축구 해보래. 잘한다고. 하고 싶어요.”

부모님은 제 성화에 못 이겨 취미로 해 보라고 했습니다.

“축구도 좋지만,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해.”

하지만, 축구는 저에게 취미가 아니었습니다. 전부가 돼버렸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부모님은 “축구팀에는 들지 마라. 공부를 해야지”라고 말씀했습니다. 축구팀에 들고 싶어 안달이었는데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축구감독님은 저희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기를 여러 번이었고, 저도 만날 부모님에게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엄마, 나 축구하고 싶어.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정말요. 지켜봐 주세요.”

끝내 부모님께서는 허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전 축구팀이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죠.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죠. 올 수를 받아온 적도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면 아침 운동을 먼저 했습니다.

원체 몸이 말랐고 잔병도 많았습니다. 입술이 불어 터져도 아프다는 내색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운동인데, 안 좋은 모습을 보이면 부모님이 곧 축구를 그만두라고 할 것 같았습니다.
초등학교 축구성적은 좋았습니다. 우승도 했죠. 축구를 취미로 했다면 그렇게 힘들진 않았겠지만, 언젠가는 멋진 축구선수, 국가대표가 될 생각을 하니 힘이 들기도 했습니다. 설렁설렁한 것도 싫어했고 남한테 지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말 수는 적었지만 자존심이 무척이나 셌죠. 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계속 연습하고 연습했습니다. 기분은 좋았습니다.

제 뜻대로 공이 움직이지 않거나, 감독님한테 핀잔을 들으면 힘이 쭉 빠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일기장에 꿈을 키웠습니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부산으로 갔습니다. 창원에서 부산까지 매일 시외버스를 타고 오고 갔죠. 버스를 지겹게 탔습니다. 그때는 몸도 허약해서 멀미도 곧잘 했습니다. 버스를 타는 게 얼마나 싫었던지…. 지금도 버스를 타는 게 싫습니다.

힘이 들 땐 일기를 씁니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공이 제대로 차지지 않을 때 노트에 글을 적으면 제 마음이 한 결 나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어렸을 때 썼던 일기를 보면 마음이 흐뭇합니다. 꿈을 이뤘기 때문이죠. 어렸을 때 그토록 바라던 국가대표가 됐습니다.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죠. 마냥 뛰는 것이 좋았고, 공을 차는 게 좋아서 시작했던 축구. 오늘도 전 멈출 수 없습니다. 더 나은 선수가 되고자 오늘도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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