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이범식 선생의 창작 오페라 〈뚜나바위〉를 연주했다. 창작 오페라의 특성상 작곡을 전공한 필자가 음악감독 겸 개막공연 지휘를 맡게 되었다.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지 않은 약사인 이범식 선생이 작곡한 오페라이기에 초연 전부터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 때문에 많은 스태프가 세심한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이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고 주위 분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 그런데, 축하와 격려를 받는 와중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꼭 서두에 "서울에서…"란 말씀을 많이 하셨다. "서울에서…."

필자는 창원에서 태어나 자라서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이다. 지금까지 젊은 작곡가로서 나름 열심히 창작·연주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활동을 소흘히 해본 적이 없다. 특히 '대구'든 '서울'이든 혹 외국이든, 창원보다 큰 규모의 음악시장을 가진 타지역에서 연주를 한다고 신경을 더 쓰고, 창원 지역이라 해서 덜 쓰고 하지 않았다.

장소가 어디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무대를 향한 일반인의 눈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문화사대주의적 시선이 짙게 깔려 있음에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어릴 때만 해도 미국 등 물 건너 왔다고 하면 무조건 좋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미국이나 유럽산, 일본산 제품들에 대한 신뢰는 높다. 반면 중국산 제품을 생각해보자. 아마 불신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고,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싼 것이다. 만약 가격을 제대로 낸다면 품질이 좋은 중국제품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문화상품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미국이나 영국의 뮤지컬은 무조건 우리나라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또 서울의 연극은 지방보다 당연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는 예술계 전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문화사대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이 아닌데도, 누가 좋다고 하면 그 의견을 비판 없이 따르며 쉽게 휩쓸린다.

요즈음 국내에서 외국 유명 연주단체의 공연이 자주 열린다.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열리는 이런 공연은 대부분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외국에서 많은 공부를 하고 훌륭한 기량을 쌓은 뒤, 국내를 비롯해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들의 공연은 입장료가 비싸지 않거나 무료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객석은 여기저기 텅 빌 때가 많다.

   
 

혹자는 국내 혹은 지방 연주자들의 기량이 떨어지는 만큼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국내 연주자의 공연이라면 무조건 낮추어 보는 편견이다.

더 심각한 것은 외국이나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오는 공연의 경우, 지방에서 지나치게 확대포장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문화 소비자로서 이성적 판단과 선택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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