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 창원경륜장

안전요원이 가방 멘 입장객들에게는 잠시 양해를 구한다.

"혹시 인화성 물질 같은 게 들어있지는 않을까 해서요."(안전요원)

"불 지르는 사람도 있나요."(입장객)

"그렇지는 않은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요."(안전요원)

이 관문을 통과하면 창원경륜장 안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책자를 하나씩 들고 있다. 선수들 몸 상태·소속팀·선수 간 친분 등을 통해 예측 결과를 분석한 예상지다. 5~6명 사람이 모여 쭈그려 앉아 예상지를 들여다보며 분석에 들어간다.

"인마 이거 요즘 영 아니던데…."

"5번이 4번 넘어서겠나?"

"못 넘어선다. 이거는 무조건 4(번 1위)·5(번 2위)다."

그러는 사이 화면과 방송에서는 구매 마감이 5분 남았음을 알린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면서 사람들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만 원짜리 여러 장을 든 사람들이 구매 창구로 몰려든다. 발매하는 직원들 손길도 빨라지며 기계처럼 움직인다.

구매가 마감됐다. 1·2위를 순서대로 맞히는 쌍승에 8221만 6000원, 순위 상관 없이 1~3위 안에 든 3명을 맞히는 삼복승에 6685만 200원이 베팅됐다. 삼복승 가운데 가장 낮은 배당률은 3.9배다. 1000원을 걸면 3900원을 받게 된다.

   
 

경주 시작과 동시에 누군가가 큰 소리로 '○○아 오늘 한번 가자'라고 한다. 이 사람이 응원하는 ○○○ 선수가 1~3위 안에 들면 쌍승·삼복승 할 것 없이 높은 배당률이다. 여기 사람들은 이걸 두고 '터졌다'라고 표현한다. 터졌을 경우 다수는 돈을 잃고, 일부만 환호성 지르게 된다.

경주 두 바퀴를 남겨놓고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보는 이들은 초집중이다. 마지막 한 바퀴를 알리는 타종 소리와 함께 보는 이들 심장도 크게 뛴다. 선수들을 향한 주문 소리도 커진다.

"인마! 지금 치고 나가라!"

"자리 내주지 마라! 바짝 붙어라!"

반 바퀴를 남겨놓고 3번 선수가 치고 나온다. 결승선을 남겨놓고는 뒤처져 있던 6번이 치고 나오면서 7명이 혼전 속에 결승선을 통과한다. 경륜장을 자주 찾지 않는 이들은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헷갈려 하지만, 대부분은 "3(번 선수 1위)·6(번 선수 2위)·2(번 선수 1위)네"라고 알려준다.

안도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탄 섞인 욕설을 하며 구매권을 바로 찢어 버리는 이들도 있다.

판정결과가 화면에 나오자 속속 창구로 돈을 찾으러 간다. 이제 다시 다음 경주를 위한 분석에 들어간다. 은행 인출기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이 사이로 곳곳에 아이들도 눈에 띈다. 아빠·엄마 따라온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따로 있다. 놀이방, 그리고 조금 더 큰 아이들은 '아이넷 세상'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한다. 한 부부는 잠시 짬을 내 놀이방 딸 아이에게 간다. 딸 아이가 징징거리자 부부는 짜증을 낸다. 대충 아이를 달랜 부부는 예상지를 들여다보며 다음 경주 분석에 들어간다.

야외 휴게실에는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담배를 입에 물고 예상지를 들여다보다 실시간 배당 현황이 나오는 모니터를 확인한다. 한 남성은 그렇게 담배 2개비를 피운 후 결심한 듯 베팅 준비에 들어간다. 구매 창구에 줄 선 이들 중에는 한쪽 눈에 안대 한 사람, 목발 짚은 사람도 있다.

그렇게 하루 14번의 경주가 이어진다. 마지막 경주에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이들이 많다. 모두 20억 원 넘는 돈이 베팅된다.

3개 층으로 된 이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식당·매점·카페·은행·노래방·인터넷 공간·영화상영관·이용실·수유실 등의 편의공간이 있다. 입장료 400원으로 즐기기 부족함 없는 레저공간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400원에 그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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