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기운 부족하면 두려움 커…무서움 이겨 내도록 기력 보충

간이 크다. 간이 부었다. 간이 배 밖에 나왔다. 간이 작다. 간이 생기다 말았다. 간이 콩알만 하다. 간 떨어질 뻔 했다. 대담하다. 담력이 세다. 담력이 약하다.

용감함과 겁이 많음에 대한 이러한 비유적 표현에서 보듯 한의학적 관점에서 '겁'은 간이나 담과 관련성이 아주 많다.

간이 작다(담력이 약하다)는 말은 실제 간(담)의 크기가 작다는 것이 아니라 간(담)의 기운이 부족하거나 약하다는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여러 감정과 정서의 발현에 따른 장부(장기)가 배속되어 있어서, 장부의 허와 실이 정서와 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따라서 해당 장부의 허와 실에 신체 증상이나 습관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인식한다.

간은 한방에서 장군지관(將軍之官)이라고 표현한다. 적과 싸워야 하는 용감한 장군의 역할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간이 허하면 상황의 변화에 따른 두려움이 많고 불안감을 쉽게 느끼며, 사람에 대한 낯가림도 많고 야단을 맞으면 잘 울기도 한다. 시험을 앞두게 되면 시험 이후의 상황에 대한 불안으로 책상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학습 효율이 떨어지는 학습장애로 나타나기도 한다.

담은 결단지관이라고 표현한다.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선택과 과감한 결단을 한다는 말이다. 담이 약하면 주저하거나 망설이게 되어 우유부단해진다. 지나치게 겁이 많아서 혼자 잠을 못 자고 어두운 것을 무서워하거나, 밤중에 무서운 꿈을 자주 꾸거나, 잠을 깨지 못한 상태에서 헛것을 보듯 흐느껴 우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편도가 큰 경우가 많아서 감기에 걸리면 편도가 잘 붓거나 고열이 잘 나타난다.

무서운 일을 당하게 되었을 때 '간담이 서늘하다'라는 말을 한다. 서늘하다는 말은 오그라든다는 의미로 기운이 더 위축됨을 말한다. 간담의 기운이 약한데 무서운 상황을 자주 겪게 되면 무서움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간담의 기운은 위축되어서 더욱더 겁이 많아질 수도 있다. 겁이 많은 아이를 용감한 성격으로 바꾸기 위해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지나친 상황을 강요하는 것은 조심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아이의 몸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완성되어 간다. 그 이전까지는 아직 완성된 게 아니고 변화하는 중이니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보완해 갈 수 있도록 도우면서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사춘기 이후에는 극기, 담력 훈련 등으로 무서운 상황을 극복한 경험을 쌓아서 조금씩 두려움을 떨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겁이 많은 아이를 단번에 용감한 성격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허한 장부를 도우면 겁이 많은 정도를 조금 덜 하게 할 수 있다.

   
 

정신은 육체라는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이다. 그릇이 약하면 내용물이 부실해지고 그릇이 튼튼하면 많은 내용물을 담아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흔히 보약이라고 하면 육체적인 발달과 튼튼함을 위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지만, 정신의 발달과 튼튼함도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보약이기도 하다.

/옥상철(창원시 마산회원구 아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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