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호의 '우포늪에 오시면'] (15) 이른 여름의 다양한 모습들

우포에 오셔서 유심히 보면 뽕나무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주매제방 위에는 수십 그루의 덩치가 큰 뽕나무들이 많았습니다. 매미 태풍 이전만 해도 주매제방 입구에서 시작하여 양옆으로 오디가 달리는 큰 뽕나무들이 있어 하늘을 덮을 정도였습니다. 우포를 보여주려고 데려왔는데 '금강산도 식후경'이었는지, 아니면 도시에서는 못보던 추억의 오디였는지 우포보다 오디 먹는 데 정신이 팔려 오디 삼매경에 빠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포의 뽕나무 오디가 올해 6월초부터 조금 늦게는 중순인 6월 15일까지 우포늪을 찾으신 많은 방문객들을 기분좋게 해주었습니다. 뽕나무는 우포 인근 대대제방이나 사지포제방 등에도 많아 볼거리와 약간의 먹을거리(?)도 제공해준 반가운 나무입니다.

방문객들이 좋아서 몇 개 정도 먹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어떤 얌체꾼들은 아예 트럭을 가져와 오디를 가져갔고 더 큰 문제는 가지까지도 부러트리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일로 우포늪 현장을 관리하는 담당자들이 더욱 바빠졌습니다. 오디는 새들의 먹이이기도 하니 지나치게 많은 양을 가져가고, 가지까지 꺾는 그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기를 우포늪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바라고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연극과 뮤지컬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성격으로 등장합니다. 빛을 받는 주인공이 있고, 역할과 비중이 적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포늪의 여름은 어떨까요? 우포늪 여름의 주인공은 수생식물이며, 특히 가시연꽃은 단연 그 아름다움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합니다. 가시연꽃은 우포를 대표하는 수생식물로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교과서에도 나옵니다. 장마나 홍수는 우포늪의 꽃을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일년생인 가시연이 우포에서 올라오는 4월께, 잎이 커가고 있는 지금의 6월, 그리고 꽃이 피는 8월에 큰 비나 홍수가 나지 않기를 가시연꽃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습니다. 우포늪에 오래 살아온 분들에 따르면 가시연꽃은 보통 8월말에서 10월 초까지 핍니다.

우포를 대표하는 수생식물인 가시연꽃.

가시연꽃이 그 아름다움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데 비해 우포늪의 또 다른 주인공 마름(말밤)은 어떤가요? 마름은 마름이라는 열매이자 씨의 윗부분에서 싹이 나고 커가면서 나중에 마름에서 몸체가 떨어져 나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우포의 대표 식물 중 하나인 마름은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극이 주인공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듯 메자기와 줄 등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새들의 보금자리 또는 먹이 역할을 해가며 우포를 지키고 있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일입니다. 해 준 게 없는데도……. 언젠가 우포에게 감사제를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우포야, 고맙다. 너를 그렇게 시끄럽게 하고 많은 이들이 밟아 가는데도 너는 한 마디 불평 없이 지내고 있구나. 빠른 시일 내에 너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고 싶은데. 지금도 너 때문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크게 말하고 싶구나."

6월 17일 일요일, 멀리 서울에서 방문한 기억나는 팀이 있어 소개합니다. 그 팀은 서울에서 우포늪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는지 16일 밤 11시 50분에 출발하여 새벽 3시 30분께 창녕에 도착하였답니다. 이른 새벽에 우포늪을 둘러본 40여 명의 이 팀은 우포늪생태관을 아침 10시께 방문했습니다. 우포늪을 보기 위해 그렇게 밤늦게 출발하여 아침 일찍 도착했다는 것은 우포늪을 사랑하는 글쓴이에게는 감동적이었습니다. 멀리서 온 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해설사 2명을 배정하여 어린이와 어른으로 나누어 해설을 듣게 하였는데 그러고도 아쉬움이 남아 약간이나마 즐거움을 주고 싶어 담당자에게 글쓴이의 생태춤 해설을 2개 정도 보여 주었더니 '명물이시군요'라면서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작은 선물을 주고 싶다'며 학생들과 부모들을 모아놓고 '생태춤' 중 습지의 정의, 우포늪의 봄, 그리고 마름 춤, 그리고 뿔논병아리의 사랑댄스를 시연하고 같이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었고 다 같이 웃으면서 즐거워했습니다. 끝난 뒤 기념사진도 같이 찍었고, 3명은 동영상 찍은 것도 보여주었습니다. 생태춤 해설은 해설사의 일방적인 전달과는 확연히 다른 소통과 참여를 통해 듣는 이들도 함께 주인공이 되는 해설 기법입니다. 즐겁게 배우는 것을 강조하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와 동·식물의 생태를 행동으로 이해하는 행동생태학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는 생태와 예술(춤)의 융합을 통한 창의적 기법이랍니다.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창의성을 위한 융합인재교육과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융합인재교육(STEAM)은 예술과 과학, 기술, 경영 등의 다양한 분야를 합(合)하여 새로운 기술이나 분야가 만들어지는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유심히 관찰하면 새로운 장르가 펼쳐지리라 생각됩니다. 사진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포에 거주하면서 13년째 우포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는 정봉채 작가는 우포늪을 자세히 계속해 보면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신비'를 볼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사진을 통해 우포의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넘어 명상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우포는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신비 그 자체" 라면서.

우포늪의 한낮은 덥습니다. 생태해설사 박영래씨는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커가는 수생식물들은 나중에 철새 먹이가 되는 귀중한 자원인 만큼 우포늪 여름을 불평하지 말고 받아들이시라"고 합니다. "우포늪은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면서.

새벽에 오면 더 많은 진짜 우포늪을 볼 수 있습니다. 우포늪의 새벽을 걷다 만난 정봉채 작가는 우포늪을 잘 보려면 동트는 새벽에 오라고 추천합니다. 오랫동안 한 곳을 응시하면 '파아란 무엇인가'가 보인다고 합니다. 우포의 사계절을 색깔로 나타내 달라고 하니 "봄은 연초록이며, 여름은 파란 하늘, 가을은 갈색이며 겨울은 청색"이라고 말합니다. 그 신비로운 자연 캔버스에 절대로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부탁하면서. 부산에서 온 우포늪의 새내기 생태해설사 조효선씨에게 우포늪에서 요즈음 꼭 보아야 될 것을 물으니 "곤충들의 짝짓기를 보시라"고 합니다. 특히 "실잠자리의 암수가 하트 모양으로 짝짓기하는 모습은 자연의 신비"라면서. 이처럼 우포늪은 다양한 시간에 각양각색의 얼굴로 방문객을 맞습니다.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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