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로 떠나자는 계획을 세웠을 때는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그 어떤 목표도 없었다. 그냥 떠나자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막상 계획을 세우려고 했을 땐 그 어떤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라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세렝게티 초원을 뛰노는 동물이나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들의 모습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는 기본적인 의식주도 해결 못하는 판에 배낭여행을 한다는 것이 괜스레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번에는 여행보다는 자원봉사의 길을 선택하자고. 그렇게 2개월간의 케냐에서 봉사활동이 시작되었다.

봉사는 여러 프로그램 중 원하는 것을, 원하는 기간만큼 선택해서 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각 고아원마다 지원 정도에 따라 특징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서양인들의 지원을 받는 고아원 아이들은 자기 이름이 새겨진 옷과 자기 장난감이 따로 있었으며 일반 아프리카 아이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먹고 자라났다. 이 보육기관에서 자란 아이 대부분은 서양 가정에 입양된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정해진 틀 속에서 생활한다. 정해진 침대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활동을 한다. 보육교사와 자원봉사자가 거의 1대 1로 아이들을 돌보는데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부족함이 없다.

반면 변변찮은 지원을 받는 고아원 아이들은 찢어진 옷에 꾀죄죄한 모습까지 겉모습만 봐도 생활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이곳에는 정해진 보육교사도 없으며 프로그램도 없다. 다 같이 우르르 뛰어놀다가 밥 시간 되면 밥 먹고 낮잠 잘 시간에는 낮잠 자고, 기저귀에 볼일을 보면 한 살이라도 더 많은 언니 오빠들이 처리를 한다. 두세 살밖에 안된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의젓하다. 세 살짜리 한 아이는 대장 노릇을 하며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보듬어 주고 달래주는 역할까지 도맡아서 했다.

안타깝게도 이 아이들이 입양되는 비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조금 더 자라면 다른 보육기관에 넘겨지거나 학교에 들어가서 독립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것도 서러운 일인데 시설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보육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축복인지도 몰랐다. 지금 이 시간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으며, 턱없이 부족한 보육시설 수 때문에 최소한의 보살핌조차 못 받고 죽어가는 아이도 많기 때문이다. 몇몇 아이들에게만 돌아가는 좋은 옷과 좋은 장난감 대신, 그 비용으로 더 많은 아이가 먹고 씻고 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식에게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지 않은 부모는 없겠지만, 좋은 장난감 하나 안사는 대신 지구 반대편에서 애타게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아기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훈훈한 마음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하고 바라본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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