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 음료수 한잔으로 간섭 없어…어르신들도 거부감 없이 방문

두 남성이 2층 창가에 자리를 정했다. 한 남성이 쟁반에 있는 노란 봉투를 집어든다. 위아래로 흔드니 '촥촥촥' 소리가 난다. 소리가 재밌었는지 과장된 몸짓으로 필요한 만큼보다 더 흔든다. 감자 과자와 소금은 그렇게 뒤섞인다. 마주앉은 친구는 얼음 섞인 커피에 시럽을 섞는다. 두꺼운 햄버거를 집기 전 이들은 감자 과자가 든 봉투를 찢으며 가운데에 놓는다. 한 명이 그 위에 케첩을 뿌린다.

두 여성이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가운데 놓였던 음식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배를 채울 공간보다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했던 듯하다. 복잡한 도심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흔하지는 않다. 물론 비용을 더 쓰자면 그런 자리가 없지도 않겠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은 그렇게 큰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무안한 마음만 없다면 굳이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공간은 허락된다.

원색 투성이 실내 장식에 분주한 분위기는 뜻밖에도 취향이 따로 없다. 아이들이나 젊은 사람 취향에 맞춘 듯하지만 어르신들도 거부감은 없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어르신 입맛에 맞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여기 음식 상당수가 씹는 데 큰 불편함이 없는 장점은 있다. 어르신들은 햄버거 포장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풀고 음식을 입에 넣었다.

   
 

음료수 한 잔만 앞에 둔 여성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인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지겨움을 지우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마시는 양이 잔 속 얼음이 녹는 양과 엇비슷한지 시간이 흘러도 음료수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스마트폰 조작이 한창인 여성 옆에 다른 여성이 다가온다. 먼저 온 여성은 나중에 온 여성이 마주 보는 자리에 앉을 때까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서로 눈을 마주치자 먼저 온 여성이 표를 꺼낸다. 이 패스트푸드점 바로 옆에는 영화관이 있다.

여고생이 휴지통 앞에 선다. 쟁반 위에 있는 음식물 용기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한다. 플라스틱 컵에 담긴 얼음을 휴지통 옆 얼음 용기에 쏟는다. 플라스틱 빨대와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 포크는 모두 같은 휴지통으로 들어간다. 햄버거를 감쌌던 종이, 쟁반 위에 깔렸던 종이, 감자 과자가 담겼던 봉투 그리고 휴지까지 역시 같은 휴지통으로 들어간다. 휴지통 위에 있는 휴지로 손을 닦은 여고생은 쟁반을 제자리에 놓고 계단으로 내려간다.

이렇게 소비자가 따로 들이는 품은 음식값 또는 자릿값에 반영된다.

   
 

이른 아침에 시작한 영화가 끝나는 시각이 좀 지나자 저마다 짝을 지은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온다. 이에 맞춰 다음 영화 시각을 기다렸던 사람들이 자리를 정리하며 일어선다. 점심을 먹기에는 시간이 이르고, 다른 곳에 가기에는 장소가 마땅찮다. 나중에 들어온 이들이 이곳에서 배를 채우자는 의견과 잠깐 시간만 보내고 식당을 가자는 의견을 놓고 조율한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던 이들을 대표해서 한 명이 주문을 하고자 일어난다.주문한 음식이 완성됐음을 알리는 진동벨이 울린다. 계산대에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음식을 내놓는 종업원은 할인카드, 포인트카드 사용 여부를 확인한다. 계산대 기계와 카드 결제기에 같은 숫자가 뜨자 종업원은 잽싸게 다음 손님에게 눈길을 돌린다.

2층 구석진 곳에서 혼자 책장을 넘기던 한 여성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그러다가 다시 책장을 넘긴다. 아직 붐비지 않은 공간은 번화가 한가운데서 한동안 개인 공간을 제공한다.

무리를 대표해 먼저 주문을 하러 갔던 남성과 뒤쫓아갔던 몇몇이 쟁반을 몇 개 들고온다. 쟁반 위에는 음료수와 사람 수에 한참 못 미치는 감자 과자만 몇 개 올려져 있다. 아무래도 식사는 다른 식당에서 하기로 정한 듯하다.

패스트푸드점에 머무는 시간은 음식이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결제만 끝나면 나갈 때까지 웬만해서는 간섭이 없다는 게 이 공간이 지닌 매력일 것이다.

여기를 찾는 사람 대부분은 그 구조를 매우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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