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남성합창단 엄영진 단원

얼마 전 KBS 2TV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마지막 편이 방영됐다. 중장년층이 들려준 아름다운 하모니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다. 성악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아마추어의 목소리라 더 큰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

청춘합창단과 같은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이 창원에도 있다. '창원시남성합창단'(이하 합창단)이 바로 그 모임이다. 지난 19일 밤 성산구 상남동 한 편의점에서 단원 엄영진(46·의창구 명서동·사진) 씨를 만났다. 왜 편의점이냐고? 엄 씨의 일터가 바로 편의점이다.

지난 2006년 10월 같은 교회에 다니던 지인의 권유로 합창단에 들어간 엄 씨의 처음은 고등학생 때 다니던 교회의 성가대였다. 그저 좋아 시작한 것이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목소리가 좋은 것도,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닌데 항상 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성가대에서는 찬송가 같은 교회 음악만 불러 다른 노래도 불러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온 거죠."

그렇게 단원이 된 엄 씨는 매주 월요일 저녁 연습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그를 열성단원이 되게 한 합창의 매력이 무엇일까. 엄 씨는 단연 '하모니'라고 말한다.

"독창은 부르는 사람의 실력과 기교가 중요하죠. 반면에 각기 다른 음색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각각의 음을 모아 멋들어진 화음을 만들어내는 게 합창의 힘입니다."

병원이나 교회, 축제 등에서 여러 번 공연을 해왔지만 엄 씨에게 가장 인상적인 공연은 제2회 정기연주회다.

"그때 인원이 적어서 그만뒀던 사람까지 다시 불러들였는데 시간이 촉박해 연습이 부족했죠. 공연하기 전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잘 될까 하고. 공연이 끝나고 녹음한 것을 들어보니 예상외로 아주 잘 된 거예요. 기뻤죠. 거기다 큰딸이 공연 중간에 플루트 연주를 하기도 해서 기억이 오래 남네요."

지난 18일 열렸던 제3회 정기연주회도 성공적이었다.

"다 큰 어른들이 노래 부르면서 춤추는 건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앙코르곡으로 장윤정의 <짠짜라>를 부를 때 율동을 함께했는데 관객들 호응이 절정이었습니다. 저희도 연방 싱글벙글했죠."

   
 

합창하는 재미에 푹 빠진 그는 지휘자가 도저히 안 되겠다,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계속 합창단을 하고 싶단다. 목소리가 나오는 한 계속할 수 있는 게 노래 아니겠는가.

화제를 바꿔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엄 씨는 편의점에서 일한다. 처음엔 가게 주인인가 싶었다.

"허허. 주인 아닙니다. 아르바이트하는 겁니다." 의외다. 엄 씨는 지난해 '인생의 하프 타임'에서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했다. 그 끝에 내린 결정은 사회복지사였다. 그래서 경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 과정에 등록했다.

"평생 남에게 봉사하고 싶었죠. 그래서 늦은 감이 있지만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와 함께 시작한 게 편의점 아르바이트다. 가장으로서 돈을 못 벌어 온다는 것은 분명히 가족들에게 눈치 보이는 일이다. 하지만, 엄 씨의 아내는 흔쾌히 허락했다.

"당신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돈은 내가 벌겠다고 했어요. 집사람이 억척스러운 면이 있거든요. 허허."

매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밤새 일하니 체력적으로 힘들만도 한데 엄 씨는 적성에 맞는다며 그런 기색이 전혀 없다. "내년에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노인복지법인이나 요양원을 세워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싶어요." 그의 꿈이 이루어져 노래하는 복지사 엄영진 씨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한다.

한편, 창원시남성합창단은 '음악을 사랑하는 36.5℃의 따뜻한 가슴과 체온을 가진 성인 남성이면 누구나' 환영한다.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합창단 홈페이지(http://cafe.daum.net/knppc)에 들어가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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