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 마산자산점 활동천사 신희선 씨

만약 당신의 출근시간이 오후라면 오전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새로운 취미를 배울 수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빈둥댈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천사'로 불리면 어떨까.

신희선(49) 씨는 금요일 오전마다 아름다운가게의 '활동천사'가 된다. 천사로 일한 지는 지난 4일까지 딱 8시간. 2주차 신입이다.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아름다운가게 마산자산점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신 씨는 자산동에 산다. 아름다운가게 마산점이 대우백화점에서 자산동으로 옮긴 후 신 씨는 '천사'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우연히 보게 됐다.

"아름다운가게 알죠. 대우백화점에 있을 때 종종 들렀어요. 기증도 하고 구매도 하고. 그런데 그때 매장이 워낙 작아 물품이 많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 아름다운가게가 자산동으로 옮겼죠. 제가 자산동에 살거든요. 우연히 지나가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는 현수막이 있는 거예요. 동네 사람으로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난 9월 아름다운가게는 자산동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그간 과정에 대해 묻자 옆에 있던 최명(40) 간사가 "개인과 기관을 합해 총 261곳에서 모금에 참여해 주었습니다. 2300여만 원이 모였어요. 큰 힘이 됐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최명 간사는 지난 2004년 아름다운가게가 마산에 문을 열 때부터 활동천사로 일했다. 그러다 운영위원을 맡으면서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을 이어갔고, 지금은 간사로 일한다. 신 씨는 "아름다운가게의 원조천사죠"라고 최명 간사를 소개한다.

지난달 28일 금요일 오전 신 씨는 첫 출근을 했다. 녹색 앞치마를 입고 매장 정리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이날은 오전에 함께 일하는 오숙자 활동천사가 아들 결혼 준비로 오지 못했다.

   
/김구연 기자

"솔직히 너무 힘들었어요. 매장 일이 서툰데다가 혼자 하려니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났어요. 퇴근 후 녹초가 됐죠. 그래서 고민을 했습니다. 괜히 한다고 했나, 지금이라도 그만둔다고 할까. 다음 주는 어떡하지.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하지만, 고민은 오숙자 활동천사의 한마디로 해결됐다. "오 천사님이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천사로 일한 지 1500시간이나 된다니 정말 오래 하셨죠. 그의 조언은 '편하게 하려면 그것은 봉사가 아니다'였어요. 심오한 말도 아니었는데 마음에 확 닿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이제는 매주 금요일이 기대된답니다."

신희선 씨는 금요일 오전 시간을 현재보다 더 잘 쓰는 방안은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남편과 아들, 딸내미에게 잘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최명 간사는 아름다운가게는 자기 것을 내어 나눔을 실천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점심 등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

아름다운가게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 재판매를 통해 자원을 순환시키고, 판매수익금으로 지역 어려운 이웃을 지원하는 나눔과 순환의 가게다. 가게가 착한 만큼 호칭도 착하다. 물품을 기증하는 시민을 '기증천사', 물건을 사는 시민은 '구매천사', 아름다운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시민을 '활동천사'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아름다운가게 마산자산점의 천사들이 부족하단다.

최명 간사는 "매주 화·목요일 오전·오후에 기증받은 물품을 정리하는 되살림터에서 일하는 천사를 구합니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 오전·오후 때 나눔을 실천할 활동천사님도 모십니다"라고 알렸다. 또 잡화를 보내줄 기증천사도 기다린다고 했다. 그는 "기증 물품이 가장 많은 것은 의류이지만, 구매력이 높은 물품은 주방용품이나 소형가전 등 잡화예요"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들은 이렇게 말했다.

나눔이나 봉사라는 말 자주 하잖아요. 그래서 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 하는 사람은 드물죠. 어렵지는 않은데 시작이 힘들거든요. 그래서 첫 발이 중요해요. 일주일 168시간 중 4시간, 약 2% 시간으로 아름다운가게 천사가 되는 건 어떨까요."

아름다운가게 마산자산점은 항상 열려 있다. (문의 055-244-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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