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주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창원 중앙동 남해식당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 오래된 개나리상가. 건물 2층 긴 복도를 따라 노래주점, 회계 사무소, 이용실, 마사지시술소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 가운데 남해식당이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지극히 평범한 모습. 눈에 띄는 장식도 하나 없다. 솔직히 모르고 지나쳤다면 딱히 들어오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곳이다. 식당계의 은둔자라고 할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담한 체구에 다부져 보이는 이상진(69) 사장과 고운 얼굴에 야무져 보이는 그의 부인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사장님은 선장 출신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사장님은 선장 출신이라고 한다. 사모님은 남해가 고향이란다. 그래서 식당 이름이 남해식당이다.

 

조그만 식당 간판./이서후 기자
서후 - 사장님~. 여기 하도 맛있다 해서 왔어요.

상진 - 맛보다도 손님이 배가 고프면 음식이 맛있고 배가 부르면 맛이 없습니더.

서후 - 하하하. 옳으신 말씀입니더.

서후 - 죄송한데 올해 연세가…?

상진 - 설 쉬면 육십 아홉이라.

서후 - 우와~. 그리 안 보이시는데요?

상진 - 내가 선장 일을 하다가 몸을 많이 다쳐서 그렇지 젊을 때는 날아다녔습니다. 낙법 같은 것도 하고 그랬는데, 태권도를 좀 했거든.

서후 - 언제까지 선장을 하셨어요?

상진 - 선장 안 한 지는 오래됐습니다. 한 20년 전까지 했지.

서후 - 선장은 왜 그만두셨어요?

상진 - 배 안 창고에서 떨어져서, 많이 다쳤습니다. 태평양 팔라우라는 데서.

서후 - 아, 예. 근데, 여기 음식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예?

카메라를 피하는 사장님 부부./김주완 기자

상진 - 될 수 있으면 찍지 마이소. 사진 찍어가 뭐할 낍니꺼?

서후 - 와예?

상진 - 고마, 사진 찍는 게 귀찮아! 인터넷에 올리가꼬 사람들한테 맛있다 켔는데, 와서 먹어보고 맛이 아이라 카면 더 안 좋은 기라. 음식이란 게 만날 맛있을 수가 있나! 그래서 우리 애가 요 근처에 STX 사무실에 댕기는데도 거기 직원들이 우리 집이 여기서 장사하는 줄을 모릅니다.
서후 -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네요.

가격이 싼 게 매력

7시까지 오기로 했던 김주완 국장, 고동우 차장, 이승환 기자에게서 마감이 늦어졌다고 연락이 온다. 음식도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나? 사장님이 틈만 나면 옆에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신다.

상진 - 내가 이걸 5년째 하고 있는데 여기서 하기 전에는 코아상가(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서 3년 했어요. 그때만 해도 부산 사람 대구 사람들이 우리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가서 인터넷에 올렸어요. 진주서 전국체전 할 때(2010년) 서울에 고려대학교 부속고등학교 선수들이 와서 우리 식당에서 밥을 먹었어요. 숙소를 마산에 둔 사람들도 밥 먹으러 우리 식당까지 왔어.

주방./이서후 기자

내가 꼭 음식을 잘해서가 아니고, 하나를 해 주더라도 남은 반찬을 쓰지 않아요. 오늘 반찬이 모자라면 모자란 데로 오늘까지만 쓴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오늘 먹은 반찬하고 내일 먹은 반찬이 맛이 똑같아요.

서후 - 그거 좋네예.

상진 - 2010년 3월에 여기 개나리상가로 옮겼어. 간판도 없이 했어. 이번에 건물 앞에 하고 옆에 하고, 상가 입구에 간판을 했어요. 원래 조그만 거 하나 구석에 붙여 놓고 장사를 했었지. 여기 가게 세가 저렴합니다. 상가를 살리려면 주인들이 건물세를 많이 안 올려야 합니다. 월세 저렴한 걸 갖다가 손님한테 드리는 겁니다. 내가 천원을 벌면 500원은 손님을 주고 500원만 가지겠다, 그렇게 하니까 손님들이 어느 정도 찾아 주시더라고요.

주방에 큰 냉장고가 두 개 있어요. 다른 데 또 하나 있고, 내일 모래 또 하나 들여 놓을 거예요.

서후 - 냉장고가 그럼 4개가 되는 거네요?

상진 - 예. 왜냐면 작년에 삼치가 1000상자 났다면, 올해는 한 300상자밖에 쓸 만한 게 안 났습니다. 그걸 일본인들이 전부 사들여서 중국으로 보내 가공을 해서 일본으로 보낸다고. 우리나라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그걸 얻으려면 힘이 들 정도가 됐어. 그러면 지금 나는 삼치를 요 만한(팔뚝길이) 것 아니면 안 씁니다. 적은 거는 내 놔도 손님들이 잘 안 잡숩니다. 규격에 따라 맛이 달라요. 큰 게 퍼석해도 제 맛이 납니다. 오늘 자시 보면 아실 낍니다.

서후 - 아, 예.

밑반찬./이서후 기자

상진 - 우리 집 우럭매운탕은 다른 식당에 가면 1만 5000원짜립니더. 저걸 내가 7000원에 내는 거는 구색 맞추기라. 뭐라도 한 가지가 헐은 게 있어야지 손님이 찾아옵니다. 비싸면 안 옵니다. 요 주변에 사물에 전부 보험하고 영업하는 사람들인데 지금 불황에 천원이 아까워서라도 둘이 와서 밥을 2인분 시켜놓고 다른 사람을 부른다. 그러면 식당 하는 우리는 더러워서 간이 디비집니다. 다른 집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우리 같으면 그라믄 계산이 안 나오는 거라. 공깃밥 천 원씩 해서 그분들이 반찬을 한 번씩 더 가지고 들어가삤다쿠면 그거는 계산 나오는 사업이 아니다 이 말이라.

꼼꼼한 재료 선택

기다리기 심심해 식탁 치우는 걸 돕는다. 쟁반을 들고 날라봤는데 꽤 무거웠다. 그러고 보니 테이블도 꽤 많다. 단체 손님이라도 받으면 연세가 적지 않은 두 분이 꽤 힘드실 것 같다.

상진 - 요즘은 불황이 되가지고 시장에 아침에 나가보면 어제 보이던 사람이 오늘 안 보이는 사람이 많아요.

서후 - 시장은 어디 가시는데요?

상진 - 마산 어시장하고 팔용동 공판장하고 주변 재래시장에 가는데, 마산어시장 같으면 새벽 두 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한다고 그래서 이것저것 사고 올라오면 6시 된다고.

그 길로 손질해서 넣어놔요. 우럭 같은 거는 산 거를 사와야 해. 직접 가서 파닥파닥 산 거를 사. 여기에 와서 바로 회를 해먹을 정도로 신선한 것이라야 맛이 나오거든. 이 게 한 마리를 가져와서 여기 시장에 파는 건 안 씁니다. 잘라가 나온 거는 아무리 상자 포장이 잘 돼도 바람이 들어갑니다. 아무튼, 그러고 있으면 집사람이 식당에 온다고.

서비스로 나온 오징어./이서후 기자

서후 - 아항~.

상진 - 지금 자기가 안 뛰고 남이 갖다 주는 것을 갖고 장사를 해서는 계산이 안 나온다고.

서후 - 웃돈이 더 붙어서요?

상진 - 그러니까 팔용동 공판장을 예로 들면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직접 보고 현찰을 주고 가져 오니까. 단골집이란 게 특별히 없고, 다니면서 물건 싸고 좋은 거, 손님한테 내줄 수 있는 거를 가져오는 거라꼬.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가면 상자 때기로 사온다꼬. 고추도 제일 상품 한 상자, 오이도 상품, 호박도 상품! 이렇게 충분히 비축을 해놓으면 반찬이 떨어지면 이걸로 간단히 뭐를 해줄 수 있다고. 만약에 김치가 떨어지면 고추에 된장을 내던지. 하다못해 호박을 잘라 전을 해서 드리든지 해야 하는 기라. 그래 안 하면 손님들한테 책대로만 딱 할 것 같으면은 장사 문 닫아야지!

서후 - 그러면 돈을 짜다리 버시겠다 그런 생각이 없으시네요?

상진 - 여기서 이 장사 해서 돈 벌 생각은 안 하고, 몇 년이나 더 할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현상 유지만 하는 거지.

상진 - 손님들은 밥값을 더 올리라 아우성입니다. 천 원씩 더 올리라고. 그러면 나한테는 천원 더 들어와. 점심 한 끼를 제대로 못 먹는 사람이 많은데 그러면 안 된다, 이 말이라. 내가 여기에서 장사하는 동안에는 저(메뉴판을 가리키며) 가격에 할 거라.

그래도 내가 하는 요걸 따라 한다고 식당 하려는 사람들 많이 왔다 갔습니다. 내가 물건 사러 갈 때 따라가기도 하고.

서후 - 비결이 뭔가 싶어서?

상진 - 예. 지금 김해 가면 남해식당이라고, 우리하고 똑같이 하는 데가 있다는 소리도 들었어.

밑반찬까지 온통 생선

싼 가격의 차림표./이서후 기자

한 시간째 남들 먹는 것만 보고 있으려니 배가 고파서 안 되겠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사장님께 음식을 내라 했다. 음식이 하나씩 나오자 그제야 김주완 국장 일행이 나타난다. 식탁으로 날라져 오는 음식을 보니 밑반찬까지 전부 생선이다. 주 메뉴인 삼치구이와 우럭매운탕을 빼고도 숭어, 벵에돔, 오징어가 각각 튀기고 굽고 삶아 져 나온다.

주완 - (메뉴판을 보고는) 싸다.

서후 - 반찬도 많이 나오네.

동우 - 이거 뭐 생선 코스 요리 같네. (삼치구이를 보고) 삼치 진짜 크다.

승환 - 식당에서 나오는 것치고는 크네요.

동우 - 큰 게 맛있나?

주완 - 원래 생선은 다 큰 게 맛있어.

동우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적정한 크기가 있어요. (취재 다음 날, 고동우 차장은 구이용 삼치는 3㎏짜리가 적당하다 알려왔다.)

승환 - 이거는 카레 가루를 살짝 묻혀서 굽잖아요? 그럼 닭튀김하고 맛이 거의 똑같아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그렇게 해준 기억이 나네.

동우 - 우럭 매운탕도 비쌀 텐데 7000원밖에 안 하네.

승환 - 근데 생선을 다 좋을 걸 쓰시네.

서후 - 삼치는 금방 구운 게 아니고, 일찍 오는 줄 알고 한 40분 전에 구운 거라 맛이 떨어질 겁니다.

주완 - 이렇게 생선을 간장에 찍어 먹게 하는 게 약간 남해 식이다.

동우 - 그런데 삼치는 좋아하십니까? 살이 퍽퍽하잖아요.

승환 - 저는 좋아합니다. 고등어도 좋아하고.

내부 전경./이서후 기자

주완 - 이런 걸 애들은 굉장히 좋아할 거 같아.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살이 많아. 내 같은 경우는 갈치나 전어처럼 뼈가 많아도 살이 부드러운 걸 좋아하게 되더라고.

승환 - 저는 이런 게 좋던데요.

서후 - 아직 나이가 안 들어서 그래.

주완 - 나도 어릴 때는 고등어 좋아했어. 고등어가 비린내도 별로 없고 살이 많은 편이잖아.

근데 창원 중심가에 생선구이가 6000원이라면 매우 싼 편이지. 가격으로 볼 때 괜찮은 집 같아. 근데 문제가 있다. 생선구이 정식을 시키면 항상 이렇게 삼치가 나온다면 삼치구이 정식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보통 식당에서 생선구이 메뉴를 삼치 한 토막 고등어 한 토막 조기 한두 마리 이 정도로 세트로 해서 나오거든. 여기처럼 삼치만 나온다면 삼치구이 정식으로 하는 게 맞지.

승환 - 신비주의 전략?

서후 - 메인도 생선이고 밑반찬도 거의 다 생선이고 서비스도 생선이고 오늘 생선만 배 터지게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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