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공약 85% 이행… 청사문제 매진

창원시 회원동에서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자대리점 사업에 모든 힘을 쏟았다. 그런데 지난해 창·마·진 통합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돌아보니 마산지역의 쇠락이 너무 안타까웠다. 특히 자신이 사는 회원·석전동은 갈수록 낙후되고 있었다. 통합이 되면 이러한 쇠락과 불균형이 더 심해질 것 같았다. 결국, 그는 시의원 출마를 결심했다. 지역구에 자신을 포함해 5명의 후보자가 나왔다. 경쟁자 가운데는 옛 마산시의회에서 3번이나 의원 배지를 단 거물급(?)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8252표를 받아 3명의 당선자 가운데 최다득표를 기록했다.

창원시의회 이형조(한나라당·회원1·2, 회성, 석전1·2, 합성1동) 의원이다. 그로부터 1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초선 의원으로서 할 말이 많을 법하다.

바깥에서 생각하던 관념과 실제 의정생활이라는 현실사이에는 괴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고충부터 털어놓았다.

   
/박일호 기자

"24시간 행동 하나하나 바르게 해야 한다. 특히 지역에 다니다 보면 그분은 나를 알더라도 나는 그분을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늘 인사하면서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한번 인사 안 하고 그냥 지나가는 모습에 '시의원 되더니 변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시의원 됐다고 어깨에 힘 들어가는 사람 되고 싶지 않은데, 그런 얘길 들을 때는 정말 속상하다."

하지만, 민원 얘기가 이어지자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 이 의원은 자신을 '민원맨'이라 부르며 '민원 문제에서만큼은 자랑하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늘 주민 곁으로 먼저 찾아가려 애쓴다. 의원 생활하기 이전부터 여러 단체에서 일하며 지역 주민과의 친밀감을 형성해 놓았다. 시의원의 가장 큰 역할은 민원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저기 민원이 들어오면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려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위에서 감사하게도 '민원맨'이라고 불러주고 있다."

그렇다고 안 되는 억지 민원까지 모두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 "들어주기 어려운 민원에 대해서는 직접 찾아가서 민원인을 만나 이해시킨다. 한번으로 안 되면 두세 번, 서너 번 만나는데, 그러면 고맙게도 이해를 하더라."

민원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공무원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민원인도 중요하지만 공무원들의 입장도 함께 고려한다. 공무원들도 사람이니까 질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얘길 나누며 순리대로 풀어가려고 노력한다."

이 의원은 선거 때 자신의 공약사항이 어느 정도 이행됐는지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었다. 이 가운데 교동초등학교 영어체험교실 구축·곰빌라옆 쉼터 조성 ·회원동 하수 개폐기차단설치 등은 '완료'라고 적혀 있다. 최근에는 앵기밭골 대규모 체육시설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 박일호 기자

"지역민과 유권자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공인은 약속이 생명이다. 공약사항 가운데 85%는 이행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아직…"

그 한 가지가 뭘까? 창원시의원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얘기, 역시 통합청사 유치 문제였다. 지난 10월 말 본회의장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같은 당 의원과 몸싸움을 하는 얄궂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 의원에게 통합청사 문제는 곧 '낙후된 마산지역 발전'이라는 시의원 출마 동기와 직결되는 문제였다.

이 의원의 목소리는 신중하게 변했다. 하지만, 동시에 톤도 높아졌다.

"나 역시 선거 때 통합청사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관변단체 아닌 일반주민은 청사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만나보면 그렇지 않다. 다들 엄청나게 관심 많다. 3개 지역 시의원들이 이 문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게, 유치 못 하면 솔직히 다음 선거에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립은 하고 있지만 각 지역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동지 의식도 함께 녹아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마산지역에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갈등을 이어갈 수만은 없는 노릇. 이 의원의 대안은 뭘까? "통합상징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는 무게감이 클 것으로 본다. 따라서 비슷한 규모의 청사·새 야구장·통합상징물 위치를 연내에 함께 결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 같은 타협이 최근의 갈등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하는 방법인 것 같다."

무거운 화제를 접고, 다시 출마 때 얘기로 돌아갔다.
25년간의 사업을 뒤로하고 출마를 결심했을 때 가족들도 모두 전폭적인 지지를 해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원은 "시의원이 되고 나서 가족과 시간을 보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말한다.

하루 일과는 오전 8시 지역구 등산로 입구에서 주민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다. 차가 있지만,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며 주민과의 접촉 빈도를 높인다. 하루 내내 의회 활동·민원 해결·자생단체 모임에 참석하다 보면 자정에나 귀가한다. 10월 어느 주말 하루에는 13개의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이러한 생활이 1년 5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남은 2년 7개월도 이렇게 보내야 함을 모르지 않는다.

"시의원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집안 등한시한다는 얘기가 따라붙었다. 늘 챙기던 집안행사에 못 가면서 어른들한테 꾸지람을 많이 듣는다. 그래도 시의원 생활하는 동안은 어쩔 수 없다. 허허…."
이 의원은 챙겨야 할 민원이 있다며 다시 의회를 나섰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