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통영 남망산공원 일대

바다를 내려다보며 호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기대감에 떠난 통영 여행. 귀를 베어 갈 듯 매섭던 동장군도 주말이면 잠시 주춤해 외출을 허한다.

겨울 바다는 차다고 했던가. 하지만, 통영 강구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겨울 바다와 인근 시장은 생명력에 펄떡인다. 강구안 포구를 끼고 한 바퀴 돌아 남망산 조각공원에 오르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조각 작품들로 눈이 시원하고 오솔길, 대나무 숲길 등 갖가지 길들을 느릿느릿 걷다 보면 몸도 마음도 여유롭다. 묘한 조화다.

남망산 공원./최규정 기자

강구안을 끼고 휘 한 바퀴 돌면

강구안 뒤편으로는 서민들의 삶을 소재로 고스란히 통영을 담아낸 동피랑 마을과 생명력이 펄떡이는 400년 전통의 중앙시장과 여객선터미널 방향의 서호시장이 펼쳐져 있다.

시장에는 싱싱한 생선과 마른고기가 널려 있다. 제철을 만난 생굴은 인심도 후하다. 접시에 넉넉하게 담아 시식해 보라며 권한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그대로 담긴 생굴은 초장 없이 먹어도 맛나다. 1㎏에 9000원이라는데 싱싱함에 저렴한 가격까지. 빈손으로 갈 수 없게 만드는 제철 먹을거리다.

남망산 공원./최규정 기자
통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충무김밥거리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통영꿀빵거리 또한 색다른 구경거리다.

강구안과 인접한 문화마당에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전함이 정박했던 곳답게 초입에 실제 크기의 거북선 한 척이 그 위용을 뽐내고 그 주변으로 가족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남망산 조각공원으로 오르면

강구안 바다를 끼고 남망산 조각공원과 청마 문학관은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바다가 보이는 정량동 언덕 위의 청마 문학관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고, 거북 등대와 한산도, 해갑도, 죽도 등 한려수도의 절경이 한눈에 담기는 남망산 조각공원에서 바다를 보며 숲길을 걷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탁 트인 바다를 내려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맑은 공기에 청량감이 느껴지고, 차가워지는 볼에 상쾌함마저 더해 움츠려 있던 몸에 생기가 돈다.

산꼭대기에는 1953년 6월에 세워진 이충무공의 동상이 서 있고, 공원 기슭에는 조선시대에 1년에 2번 한산무과의 과거를 보았다는 열무정 활터와 나전칠기공예 기술을 연마시키는 전수회관이 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목적지를 둘 필요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아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망산 공원./최규정 기자

남망산 공원./최규정 기자

 
강구안 주변 약도

<통영 강구안 일대에서 하루 보내기>

문화마당→중앙시장→물메기탕으로 점심→동피랑 마을→통영꿀빵 사서 청마문학관과 남망산 공원 오르기→굴 코스 요리 즐기기

<여행정보>

통영관광 (055-650-4681, 4680, http://tour.tongyeong.go.kr)

시원한 물메기탕 한그릇 달콤한 꿀빵으로 입가심

<강구안 주변 먹을거리 >

겨울 바다와 예술작품이 만난 공원 등 비단 볼거리가 아니더라도 미식 여행지로 빼놓을 수 없는 통영. 철마다 싱싱한 미식거리가 넘쳐난다. 봄에는 도다리쑥국, 여름엔 멸치·장어, 가을은 전어·방어, 겨울엔 굴과 물메기 아니겠는가. 토박이들에겐 잘 알려진, 그러나 관광객은 잘 모르는 강구안에서 가까운 맛집을 찾아가봤다.

물메기탕./최규정 기자

◇물메기탕 = 제대로 시원한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다 하여 찾아간 한산섬 식당(055-642-8021, 통영시 정량동 1374-10). 젓갈이 듬뿍 들어간 밑반찬부터가 바닷가 마을을 찾았다는 기분을 한껏 느끼게 한다. 널찍한 대접을 꽉 채운 물메기탕은 보는 것만으로도 개운함이 전해온다. 제철을 만난 물메기의 보드라운 살과 알싸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통영을 또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 준다.

통영 꿀빵./최규정 기자

◇통영 꿀빵 = '경주에 황남빵이 있고, 안흥에 찐빵이 있다면 통영엔 꿀빵이 있다.' 골목골목 제과점에서 팔았다던 통영꿀빵이 중앙시장에 거리를 이루고 있다. 견과류와 깨 등을 뿌리고 꿀이 발라진 겉 빵의 질감은 거칠지만 차지고, 안에 들어간 팥앙금은 부들부들 달콤하다. 원조 꿀빵에다 자색 고구마로 만든 고구마빵과 유자를 사용했다는 유자빵, 또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커피빵까지 그 모습을 다양화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1개에 1000원.

굴밥./최규정 기자

◇굴 코스 요리 = 굴은 생굴로 먹어도 그만이지만 제철이라면 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다. 굴밥, 굴전, 굴숙회, 굴찜 등 다양한 굴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굴 향토집(055-645-4808, 통영시 무전동 1061-10). 살짝 데쳐진, 통통히 살이 오른 굴숙회는 은은한 굴향을 즐길 수 있고 굴과 채소, 소고기 등을 갈아 만두 모양으로 빚어진 굴전은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별미다. 마지막에 나오는 은회색 빛의 굴밥은 굴을 넣고 밥을 했는데도 굴의 탱글탱글함이 그대로 살아있다. 간장에 쓱싹 비벼먹으면 한 그릇 금방 비운다. 굴 A코스(굴밥+굴전+굴회+굴구이+굴찜, 3인 이상) 1인 1만 7000원. 굴 B코스(굴밥+굴전+굴회, 2인 이상) 1인 1만 1000원.

굴숙회. /최규정 기자


 

굴전./최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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