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요즘 뭐합니까]석영철 경남도의원

1년 하고 6개월 남짓 지났을 뿐인데, 경남도의회에 묵직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이들이 있다.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이다. 6명의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경남도의회에 일약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그들이 선보인 일당백의 활동력은 '지방의회 활로 찾기'의 한 모습이었고 도민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경남도의회에서 진보 정당 소속 의원들의 존재는 아주 낯선 풍경이었음에도,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모습이 당연한 것으로 비친 것은 이들의 활발한 의정활동에서 기인했다. 특히 석영철(통합진보당·창원4) 도의원의 활동력은 눈부셨다. 노동운동가 출신답게 '관급공사 임금체불 방지 조례'를 만들어 도내 건설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했고,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힘들고 어렵기는 하지만, 사실 석 의원의 활동이 이 정도 선에서 멈출 줄 알았다.

석영철 경남도의원. /박일호 기자
노동운동가 출신 의원의 거침없는 의정활동

그러나 그의 활동 폭은 넓어져만 갔다. 지역구 관리는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일이겠고, 그 외에도 생활환경과 문화예술 분야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쌓아가고 있었다. 구체적인 성과로도 표출됐다. 행정의 부조리한 점을 꼼꼼하게 지적하면서도 경남 도정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키는 미세먼지 문제에 천착해 '미세먼지 예보 및 경보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현장의 민원을 접한 후 전문 분야에 대한 공부를 통해 고민을 진전시키고, 이어서 토론회를 개최해 문제의 본질을 종합해내는 능력은 돋보였다.

도의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관여하고 해결책을 찾는 활동도 활발했다. 최근 논란이 된 장애인 평생학교 문제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데 고심했고, 어느 정도 합일점이 도출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질문 하나를 던졌다.

"너무 많은 영역에 손을 대는 것 아니냐고요? 그런 측면도 있지만, 전반기에 두루두루 폭넓게 관찰을 하고 후반기에 특정 영역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반기에는 생활환경과 문화예술 분야에 집중하려 합니다."

석 의원을 더욱 바쁘게 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문화예술'이었다. 본격적인 의정활동이 시작됨과 동시에 석 의원은 도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공연, 전시, 축제 현장을 두루 섭렵했다. 초청장이 오거나 말거나 무작정 찾아다녔다. 그리고 문화예술 현장에서 느낀 감회를 SNS를 통해 공유해 왔다. 문화예술 분야를 의정활동의 중점 과제로 삼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 가면 '석 의원이 이런 곳에 올 줄 몰랐다'는 반응들이 있다고도 하니 더욱 궁금하다.

"문화예술이 일상생활에 폭넓게 향유되고 있음에도 지역 풀뿌리 문화는 비주류에 머물러 있습니다. 설 자리도 협소하고, 지역 내 기득권 구조도 여전하고요. 이를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해 탐구하고 활동하는 의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석영철 경남도의원. /박일호 기자

폭로보다 정책 대안 제도화

그리고 작지만 의미 있는 실험들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탐구와 분석은 석 의원이 지향하는 앞으로 의정활동 철학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었다.

석영철 경남도의원. /박일호 기자
"폭로성 의정활동보다는 정책 대안을 제도화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짚고 나가는 거죠. 일례로 생활환경 분야는 기존 환경단체에서 손을 안 대는 분야입니다. 바다 매립 등 큰 이슈도 중요하지만 실내공기의 심각함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죠. 작은 것이 큰 것으로 통하고, 우주와도 통하지 않습니까."

석 의원은 고려대 재학시절이었던 1985년 국가보안법과 집시법 위반 혐의로 2년 징역형을 살았고 그 후 1987년 창원(마산)에 정착했다. 봉암동 '마찌꼬바(영세 사업장)'에서 노조 운동의 기반을 닦았고,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으로도 활동했다.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 과정에서 세 차례 구속과 전과 26범이라는 '훈장'을 달았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작은 것'들을 찾기 위해 석 의원은 오늘도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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