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요즘 뭐합니까]허기도 경남도의회 의장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던 경남도의회, 뜨거웠던 것만큼이나 마찰과 갈등도 비일비재했다. 경남도 집행부와 도의원 간 마찰이 수시로 발생했고, 여야 의원 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시끌벅적한 가운데서도 경남도의회가 생산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던 데는 일차적으로 의원들의 역량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허기도 의장(한나라당·산청)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곳곳에 묻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멀게는 2010년 의장단 선출 갈등에 따른 본회의 파행에서부터, 도의회와 경남도 간 소통 부재로 서먹한 관계가 지속될 때면 허기도 의장은 실마리를 푸는데 최선을 다했다.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사태가 해결될 수 있는 단초는 의장실에서 도출되곤 했다.

허기도 경남도의회의장. /김구연 기자

2010년 제9대 의회가 개원하자마자 폭발했던 경남도의회 발 갈등은 2011년 수그러들었고, 허기도 의장 역시 "2011년은 큰 무리 없이 집행부와 의회가 도민을 위해서 일을 해왔다"고 자부했다.

갈등 해결 실마리 의장실에서 나와

허기도 의장은 지난 연말 회기가 모두 끝났지만, 거의 매일 의회로 출근했다.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민감한 현안은 여러 가지 많았겠지만 가장 시급한 건 극단적인 대립 양상을 빚는 사안들이었다.

허 의장은 연합고사 도입을 둘러싼 교육청과 교원단체 간 갈등과 장애인 평생학교 문제를 둘러싼 의견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들을 불러 의견을 경청하고 합일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의장 본연의 자세이기도 한 불편부당성과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 역시 이어졌다.

허기도 경남도의회의장. /김구연 기자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기보다는 주민에게 고통과 어려움을 주지 않는 것이 지방의원의 최우선 목표입니다. 집행부가 잘못하면 견제하고 비판해야겠지만 그것이 도민들이 보기에 발목잡기식으로 비쳐서는 안 되죠. 또 다양한 색깔을 띤 의원들이 9대 의회에 입성을 많이 하다 보니 많은 목소리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죠. 열심히 활동했다는 증거이기도 했고요. 그것들을 통합하는 게 과제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과 반대되는 주장들도 있었지만 깊이 있게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게 됐습니다. 의원님들의 협조도 있었고요."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심각한 갈등을 빚는 창원시의회 사태에 대한 논평을 부탁했다.

"애당초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통합이 이루어진 것이 발단이겠죠. 중앙 정부의 밀어붙이기와 국회의원들의 강요가 많이 작용했습니다. 통합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각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의회에서 몸부림으로 표출되는 건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물어야 해결이 될 것 같아요. 의원들에게만 세 지역의 유불리를 맡겨놓는다면 그 부담이 너무 커 보입니다."

허기도 의장은 1977년부터 13년간 교사로 일했다. 산청여중과 여고를 거쳐 진주 명신고등학교에서 많은 제자들을 가르친 '과학 선생님'이었다. 1990년 허 의장이 교편을 놓게 된 결정적 계기는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교조 강제 해직 사태 때문이었다.

"제가 전교조 창립을 이끌었습니다. 그때 명신고에는 60명 중에 18명이 전교조 소속이었습니다. 모두 강제해직 될 상황이었죠. 그때 걱정을 했습니다. 참교육에 대한 노력을 해야겠지만 당장 고3 아이들은 진학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끝까지 동료고사들을 설득해 탈퇴서를 받아 제출했습니다. 그 이후 심적 부담감이 컸죠. 결국 교직을 사퇴했습니다."

교직 사퇴 후 허 의장은 사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교사 출신들이 사업을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세간에 떠도는 말은 무의미했다. 벽돌 공장을 차리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노력 끝에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IMF 파도’를 넘지는 못했다.

허기도 경남도의회의장. /김구연 기자

주변 지인들의 추천으로 정치에 입문한 허 의장은 6대 도의원에 당선됐고, 7대를 건너뛰고 8대와 9대 도의원이 됐다.

"6대 의원을 마치고, 산청 군수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공천 경쟁에서 떨어졌죠. 정치 혐오감도 생기고 한나라당에서도 탈당했습니다. 다시 사업을 시작했고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4년 후, 이재근 군수가 존경하는 선배이기도 한데 지역에서 같이 일을 해보자는 요청도 있었고,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다시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지방의회 강화는 지방분권 전제돼야

대다수 지방의원이 가슴 깊이 새기는 문제의식이기도 하겠지만, 특히 허 의장은 지방분권 강화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고 현실 인식 역시 사려 깊었다.

허기도 경남도의회의장. /김구연 기자
"분권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지방의회 권한 역시 거의 없죠. 하지만 도민들은 의정비 인상이나 보좌진 도입을 반대합니다. 지방의회에서 대한 법적인 보장이 없으니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도민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악순환이죠. 국회의원은 오래 해야 살아남고, 지방의원은 빨리 끝내야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허기도 의장의 진주 갑 출마설이 나돌았던 적이 있었다. 허 의장은 당시 정황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품고 있는 정치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공유했다.

"진주 갑 지역구가 디도스 사건 때문에 정치적 변화가 있었죠. 제가 교사 생활을 하고 사업을 하던 곳이 진주여서 주변 분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고 저울질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도의회 임기를 충실히 마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후에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방정치를 한 사람들은 정치력에 대한 검증을 받았다고 봅니다. 지방정치를 하다가 국회로 진출하는 것이 올바른 코스라고 할 수 있죠. 국회로 진출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도의원 중도 사퇴 손실 이상을 보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죠. 부담을 안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했다면 그 어떤 당선자보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 사실 지방의원으로 활동하다가 쉬게 되면 주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습니까. 그 부담이 오히려 더 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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