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이 만난 사람 - 엄용수 밀양시장

엄용수 밀양시장은 2011년 한 해 동안 동남권 신공항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민선 4기에 이어 5기 밀양시장을 맡고서 가장 혹독한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불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일단 신공항 밀양 유치는 백지화됐다. 그래서 2012년은 엄 시장에게 신공항이 아닌 다른 신성장 산업에 심취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밀양시 발전의 밑거름이 될 아이템은 나노융합산업단지다. 엄 시장은 '나노'라는 말만 들리면 전국 어디든지 뛰어가서 정보를 입수하고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나노' 산업에 밀양시의 미래를 건 엄 시장의 포부를 들어봤다.

나노 융합산업단지를 밀양시에 조성하면 어떤 도움이 되나요?

엄용수 밀양시장. /박일호 기자

"전남 장성에 가면 나노바이오센터가 있어요. 우리보다 나노 부분 3년 이상 먼저 시작한 지자체인데, 지자체 차원에서 어떤 계획 갖고 있는지 보려고 갔죠. 전남도에서는 이미 향후 미래 먹을거리들을 시군별로 계획 짜서 그걸 밀고 가더라고…. 영남이 현재는 전남도보다 경제적으로 앞서가는데 10년 뒤에는 호남이 더 잘살 거로 생각하죠. 도에서 재단 만들어서 미래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더라고요. 우리는(경남은) 도에서 산업정책 갖고 가는 것 없어요. (전남이)굉장히 부러웠죠. 올해 (김두관)지사님도 중점 둘 분야 중 하나로 신성장동력 찾겠다 했는데, 당연한 발상이죠. 창원은 기계산업이 효자품목인데 기계산업도 10년 후가 되면 개발도상국이나 후발국가에 물려줘야 할 전통산업이 돼버려요. 경남은 나노 산업이 좋죠."

나노산업이 뭔지 설명 좀 해주시죠.

"나노가 뭐꼬? 사람들이 그러는데, 주변에 나노 제품이 별로 없어요, 사실. 은나노 세탁기 뭐 이런 건데. 나노는 융합산업이거든요. 나노기술을 적용한 무슨 제품이라든지 장비라든지 나노기술이 들어간, 나노기술을 접목한 산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예로 밀양 나노센터에서 갖고 있는 기술이 뭐냐면, 옛날에는 반도체를 찍으면 조그만 원판 안에 전자현미경을 보고 회로를 찍었거든요. 조금 진전된 게, 하나하나 심던 걸 평판인쇄라 해서 스탬프 형태로 쭉 눌러서 회로를 그리는 거죠. 평판을 찍으면 한 장씩 한 장씩 찍는 한계가 있어서 연결이 안 돼요. 요즘은 평면으로 찍지 않고 인쇄 금형 자체가 원통으로 굴러가게, 종이만 넣으면 끊임없이 이음이 없이 하나의 몸체로 두루룩 이어져 나오는 원통형 인쇄 장비 기술을 연구 중이죠. 몇 년 전부터 손 놓고 있던 (나노)기술인데,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자기부상기술을 이용해 원통형 인쇄기술을 개발했어요. 한 10년 걸렸죠. 이 기술을 이용하면 각종 기계 부분에서 지금보다는 훨씬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되는 거죠. 경남도와 밀양이 1억, 1억씩 나노 클러스터 구축사업 용역을 합니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거죠."
 

엄용수 밀양시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수경 부장과 조성태 부장. /박일호 기자

밀양에 나노센터가 생긴 건 언제입니까?

"나노센터는 처음엔 포항에 있었죠. 한국전기연구원 산하 부속기관인데, 부산대 밀양캠퍼스 박사님들이 가치 있는 사업인데 지자체에서 관심 가지면 유치할 수 있을 거다 해서…. 제가 엔지니어 출신은 아닌데, 2008년에 유치했죠. 나노센터 설비, 건축, 연구 기반시설을 밀양시에서 해줬죠. (밀양) 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결과물 내고 있습니다."

-민선 5기 밀양시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반 지났는데 중간평가를 하신다면.

"제가 재선이니까 민선 4기에서 하던 일들 연속이라고 생각하고 민선 5기를 맞았고. 처음 취임하면서 밀양의 문제점, 현안은 결국은 산업 부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목표는 인구 11만~20만 명 내외 자급자족도시를 위해 산업용지 200만 평 정도 공급하는 거였습니다. 근거는 공장용지 1000평에 종업원 10명으로 보거든요. 그럼 200만 평에 종사자 2만 명이고, 3인 가족의 경우 6만 명이 되는 거죠. 제조업과 관련해 서비스업 50% 더 붙을 거고. 200만 평 정도 산업용지 공급되면 배 정도 효과 있죠. 산업용지 7군데 정도 목표로 했는데 6군데 오픈했거나 조성 중이거나 용지 보상 중입니다. 그게 100만 평이에요. 현재 절반은 제 할 일 한 것 같고. 나머지 100만 평 정도 나노융합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과젠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게 일종의 바깥 일이고…. 내부적으로 경쟁력 갖춘 부분은 대민 서비스 강화, 청렴성, 재정 강화라든지, 그런대로 많이 좋아졌죠. 청렴도 평가는 저희가 재작년까지 4년 연속 톱클래스에 있었어요. 근데 작년 평가에서 꼴찌를 했어요."

엄용수 밀양시장. /박일호 기자
-꼴찌를 한 주요 이유가 있나요?

"저는 있다고 보죠. 청렴도 평가 산출방법 자체가 기본적으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일등이 꼴찌 되고, 꼴찌가 일등 되는 식이에요. 충격 받았는데, 올해는 그런 체질을 바꿀 겁니다. 오너 입장에서는 인사권 행사, 급여 조정하든지 해야죠. 직원들 올해 성과 상여급, 과장급 이상은 보류했습니다. 올 연말 결과에 따라 직원 성과급 줄지 결정할 겁니다. 1년 지나 평가했을 때 평균 이상 회복 못 하면 전 직원 성과급 지급 안 하는 걸로. 샘플에서 걸린 설문조사 추적해보면 20만·30만 원 소액 금품수수보다 상여금이 더 크거든요. 부자 될 것도 아니고 거기에 전혀 묶일 이유가 없죠. 경남 도내에서, 정부 합동 평가에서 밀양시가 여러 부분에서 가장 평가 잘 받은 시에요. 시민들이 볼 땐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내실은 다져졌다고 봅니다. 남은 임기 동안 그런 부분 잘 마무리해야죠."

밀양시정을 한 번 더 맡으실 생각은 없으신 건가요?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는데 마무리할 때쯤 말할 수 있겠죠."

신공항 문제가 총선 이슈로 떠오르는데 밀양시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두관)지사님 인터뷰 보면 지역명 거론하는 것 옳지 않다는 말에 공감하고…. (지난해는)지역에서 공항 해달라고 요청하고 정부가 뒤따라왔죠. 백지화는 됐지만 올해는 영남에 관심 있는 분야라는 건 정치인들이 인식했을 겁니다. 총선·대선에서 자연스럽게 이슈 선점을 안 할 수가 없겠죠. 지금은 정치인들이 공약으로 채택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져갈지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공항 문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죠. 한번 실패했으니까 다시 실패하고 싶지 않죠. 대구, 부산에서 성급하게 얼마 전부터 공항 얘기를 가시화하는데 망친다고 보죠. 지금은 정치권에서 끌고 가도록 내버려둬야지. 우리는 점검하는 차원서 가고 정부에서 언제부터 어떤 규모로 착공·완공하려 할 때 그때 노력해도 늦지 않죠. 지금 그러면 정치인들이 활용하는 수준밖에 안 되죠. 그렇게 되면 또 백지화될 수 있고…."

엄용수 밀양시장. /박일호 기자

밀양의 다른 현안으로 얼음골 케이블카, 미르피아 부농 만들기 등이 있던데, 어떤 단계인지 설명 좀 해주시죠.

"케이블카는 실제 영업 되면 밀양 관광산업에 가장 큰 변화 올 겁니다. 통영 (케이블카)수준이 될지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 반이라도 되면 성공이죠. 얼음골 표충사 쪽은 여름과 가을에 한정적으로 관광객이 옵니다. 케이블카 설치되면 사계절 관광객 운집하게 되죠. 효자 노릇 할 겁니다. 이전 시장 때부터 추진한 사업인데 환경단체 반대로 멈췄다가, 제가 시장 되고 재추진했죠. 현재 70% 공사 다됐습니다. 오는 2~3월 시험운행 할 겁니다. 지금은 환경단체와 충돌은 없죠. 이미 겪었죠. 8년 만에 이뤄진 사업입니다. 미르피아는 밀양시의 슬로건이자 브랜드입니다. 미르피아라는 브랜드는 2007년 만들었습니다. '부농 만들기'는 별도 사업이고. 농업 부분 1억 원 이상 소득 되는 농가를 2015년까지 1000가구 이상 달성하겠다는 것이죠. 작년에 계획했고 1년도 채 안 됐으니까…. 향후 5년간 계획이니 좀 지켜봐야죠."

 

-행정구역 통합은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도에 통합 건의를 안 했던데.

"현실적으로 2014년까지 통합 이루기도 어렵고, 주변 김해·양산·창원·창녕 이런 시·군 하고 통합돼서 장점이 없어요.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차이 크기 때문에 창원시가 마산·진해와 합쳐진 것과는 많이 다르죠. 특별한 목적 없이 아무런 명분도 실리도 없어서 고려 안 했습니다."

 

-곧 총선인데, 지역구 국회의원은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까.

"기본적으로는 시민들이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들 결정이 옳다고 봅니다. 거기 맞춰서 제 직무를 다해야 하고…. 어떤 분이 돼야 한다는 건 원론적인 겁니다. 자세죠, 자세. 누리고자 하는 생각 아니고 지역,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그런 사람이 돼야겠죠."
 

<일문일답, 엄용수는?>

엄용수 밀양시장과 이수경 부장. /박일호 기자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평가한다면?

"스스로한테 피곤할 스타일이죠. 유연성이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술과 담배는 얼마나?

"술은 잘 못하고 담배는 하루에 두세 갑. 소주 반 병이 주량. 술은 다 좋아 안 합니다."

저녁 술자리가 괴롭겠네요.

"예. 너무 괴로워요. 참고 먹죠. 억지로. 괴롭지. 가능한 한 적게 먹으려고…. 사실은 술 잘 마시면 좋겠죠. 어울리는 데서는 항상 술이 오가니까. 체질적으로 안 따라주니까,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고. 괴롭죠."

취미는.

"바둑입니다. 10급 수준."

여행은.

"좋아하는데 많이 못 가죠. 멀리 벗어날 수 없으니까 밤에 늦게 5.4킬로미터 밀양 강변 길을 걷죠. 시에 들어오고 난 뒤에는 여행 한 번도 못 갔죠."

독서는 많이 하시는지.

"항상 매일 몇십 분씩은 보죠. 요즘엔 <정의란 무엇인가> 구입해서 읽었고. 가끔 유명 저자들이 소개해달라고 보내오는 책들도 있고. 별로 안 가려요."

<정의란 무엇인가> 너무 어렵던데.

"어려운데, 앞으로 우리가 계층 간 갈등이라든지 이념 달리한 그런 것들을 통합할 수 있는 개념이 정의라고 보죠. 복지도 그래요. 좌측 우측, 있는 사람들 없는 사람들도 복지에 따라 구분해 버리잖아요. 거기에 안 휘말리는 데 필요한 게 정의죠. 사람이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원리로서 해석하면, 정의의 차원서 얘기하면, 좌도 없고 우도 없고 그런 거죠. 모 정치인 중의 누구는 그런 개념을 구상할 겁니다. 그런 느낌도 들고."

-최근에 본 영화는?

"자주 봅니다, 주말 늦게. 최근엔 전쟁영화 장동건 나오는 <마이웨이>, <미션임파서블>. 집사람하고 가죠. 사실은 영화광이에요. 여름휴가 때는 <삼국지> 98편짜리 이어서 봤어요."

-텔레비전 보실 시간은 있는지.

"<뿌리깊은 나무> 아주 재밌게 봤어요. 끝나고 나니까 허무해요. 거기 대사들이 너무 좋았거든요. 세종(이도) 하고 정기준 하고 오고 가는 대사들, 토론하는 거. 특히 두세 편은 정말 대사가 멋졌지…. 드라마를 만든 작가가 의도했지 싶어요. 국민 계도시키려고. 어떤 게 나오느냐면, 정기준 하고 이도 하고 토론하고 난 뒤에 자기주장 내세우고 돌아섭니다. 각자 집에 가서 상대를 생각해보는 거라, 그 장면이 찡하고 멋있더라고."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는지.

"가장 좋은 것은 잠을 실컷 자는 거고, 남 안 보는 데서 걷는 것. 아무래도 움직이면…. 스트레스를 받는 게 외부적인 게 아니고 자기 마음가짐하고 연관 많죠. 다 내 탓이다, 내가 받아야 할 것이다…."

-가족은? 가족들에게 몇 점 정도 아빠, 남편인지.

엄용수 밀양시장. /박일호 기자
"딸 딸 딸 아들. 초·중·고·대 다 있습니다. 70점? 잘하면 아이들한테 70점은 받을 것 같아요. 집사람한테는 70점 안 넘을 것 같고."

-형제분들은?

"둘입니다. 위에 누님 한 분. 밀양에서 가사일하고, 매형은 교육공무원이고. 외롭죠, 좀. 형제가 많지 않아서. 부모님도 밀양에 계시고. 자주는 못 봬도 전화하고. 저희 아파트에서 500미터 옆에 사십니다."

-좌우명은?

"유익한 존재로 살아가기. 제가 좀 엉뚱한 생각을 가끔 합니다. 왜 태어났나. 누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왜 존재케 했을까. 알 수가 없는,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필요가 있었을 거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목적에서 나게 하지는 않았을 거다. 필요에 의해 존재했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것은 주변에 유익한 존재로 살아가는 게 가장 가까운 정답일 거다, 그렇게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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