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조준택 창원시의원

조준택 의원은 뭔가 좀 다르다. 앞에 나서는 일도 별로 없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하지도 않는다. 초선 같지가 않다. 오히려 ‘정치를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른데’라는 표정이다. 그런데 자기 할 일은 성실하게, 그러면서 요란하지 않게 한다. 창원시의회 한 직원은 그를 ‘신사’라고 평했다. 물론 조 의원이 이런 평가를 의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나름대로 의정 활동 스타일에 대한 소신은 있었다.

감성적 성격이지만 의회 활동은 논리적으로

“시의회 분위기가 내게 회의감을 줄 정도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치우쳐 논리적으로 가려고 합니다. 원래 나를 포함해 우리 가족 모두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고 감성적인 것을 좋아해요. 대학 다닐 때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서 살다시피 했고 거기서 아내도 만났지요.”

동아리 커플? 조 의원과 아내는 대학 클래식 기타 동아리 동기다. 언제부터 따로 만나게 됐느냐고 물으니 MT에서 젊은 혈기로 말미암은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 거기까지, 더 묻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클래식 기타에 빠졌던 이유는 뭘까.

조준택 창원시의원./박일호 기자

“80학번인데 당시는 정말 격동의 시대였지요. 학생들이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는 것에 반발해 입학 첫해 제대로 수업을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김재규 사건 후 민주화 열망이 고개를 들었지만 신군부 등장으로 허탈감을 느꼈지요. 공부할 맛도 안 나고 해서 클래식 기타에 빠져 살았던 것 같아요.”

그 시절 학생이라면 한 번쯤 붙들었을 고민, 그리고 그 순간 많은 인생이 각자 길로 갈렸을 것이다. 그런데 조 의원은 한참 지난 요즘 그때 느꼈던 회의를 새삼 다시 반복하는 듯하다고 했다. 바로 통합 이후 창원시 갈등 문제를 대하면서다.

“창원시 갈등을 지켜보면 그 시절 회의감과 비슷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사업 파트너였던 이재복 전 진해시장 권유로 정치를 시작할 때 우리 지역정치가 낡은 틀을 벗고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뜻에 동참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창원시의회가 지역갈등에 얽매이다 보니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네요.”

조 의원은 1991년부터 프레스 공장을 하는 가업을 잇고자 고향에 돌아왔다. 조준택 의원은 고향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아내를 비롯한 대학 동아리 회원들과 격년으로 공연을 했다. 몇 해 전엔 창원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또 둘이서 매달 빼놓지 않고 창원시향 연주회에 참석한다. 문화 애호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끔 집에서 아내와 지역문화를 주제로 토론합니다. 창원시 문화발전에 대한 애착은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하지요.”

그런 문화적 소양에 대한 관심은 자녀에게도 이어졌다. 조 의원은 딸을 중학교 3학년 때 서울로 보내 성악을 가르쳤다.

“중학생 아이한테 방을 구해주고 근처 전통시장에서 살림살이를 샀습니다. 나도 자취생활을 오래 해봤고, 밥이랑 미역국 끓이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마음이 참 찡했지요. 지금은 이탈리아로 가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끔 찾아가면 200미터 밖에서 뛰어와 반기던 녀석이 이제 컸다고 같이 다니길 귀찮아하지요.”

애잔하면서 자랑스럽고 섭섭한 딸 이야기였다. 조 의원은 딸 외할아버지 노래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함께 공연하는 게 꿈이다. 딸 외할아버지, 그러니까 조 의원 장인은 ‘남촌’, ‘님이 오시는지’를 지은 김규환 선생이다.

조 의원은 지난해 1월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창원시립예술단 연주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연주곡 레퍼토리부터 세세한 것을 직접 챙기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딸이 외국에 있어 바람대로 가족이 함께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지켜보는 사람들 반응은 좋았다. 그러나 올해는 통합청사 갈등 문제로 연주회를 열지 못했다. 이 때문에 통합청사 문제는 조 의원에게 남달리 다가오는 고민이기도 하다.

“통합청사 문제로 창원시의회가 갈등을 겪는 것은 지역구 이기심에 굴복하기 때문입니다. 포퓰리즘을 멀리하고, 진해구 만이 아닌 통합 창원시 전체가 발전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대표를 뽑는 것은 전체 균형을 깨는 소지역주의를 한번 걸러내려는 측면이 있습니다. 모두 자기 집 앞에만 주차장, 경로당 만들어 달라고 하면 함께 발전하기 어렵지요.”

조준택 창원시의원./박일호 기자

지역 정서보다 소신, 근거는 진정성

조 의원은 지역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발언을 자주 하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통합청사 진해지역 유치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쪽이다. 차라리 야구장이 좋다는 견해인데, 지역 정서를 고려하면 쉽게 밝히기 어려운 의견이다.

조준택 창원시의원./박일호 기자

“돔구장으로 가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청사보다 야구장이 삶의 질을 더 높여줄 것입니다. 통합청사 유치 또는 진해독립을 말하는 사람들 속내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통합청사 소재지 문제로 몸싸움까지 하며 다투는데 감정에 호소해 보여주기 식 전술로 일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정치는 약발이 떨어지고 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지역민으로부터 창원시의회에 던져진 숙제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무엇이 가장 좋은 선택인지 부지런히 찾아보며 소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이런 조 의원 생각은 통합 창원시 출범 후 쓰레기봉투 값을 일원화할 때도 잘 드러났다. 과감하게 지역구인 진해지역 주민 부담이 커지는 방법을 고른 것이다.

“진해지역 봉투 값이 오르더라도 상향평준화한 것은 종량제 기본 원리에 따른 것입니다. 많이 버리는 사람이 많이 부담하게 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것이 종량제 취지라고 냉철하게 결론지지요.”

조준택 의원은 통합을 하면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통합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지역 정서만 좇는다면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판단이다. 그가 이런 소신 발언을 할 수 있는 근거는 단 한 가지, 진정성이었다.

“불편한 점은 머리를 맞대고 찾아보면 공약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진 않지만,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진정성을 보여줘 유권자들이 표를 준 것 아닙니까. 요즘 우리 지역 정치인들도 그런 자세는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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