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동네방네 이야기쇼'에서 다시 만난 호호국수 송미영 사장

창원시 성산구 내동 동우상가 1층 호호국수 송미영 사장.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자신이 만든 멸치 육수만큼이나 진하게 우려지고 달여진 인생을 산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녀를 수차례 만나 인터뷰하고, 그 인생을 연재기사로 엮어낸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은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새어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 함께 울었다"고 전한다. 그 삶의 이야기가 한편의 '이야기 쇼'로 만들어져 지난 25일 마산 창동 가배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경남도민일보 주최·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후원 '동네방네 이야기 쇼'를 통해서다.

자신의 추억담을 들려주는 송미영 사장. /박일호 기자

이번 '이야기 쇼'는 <경남도민일보> 연재 후 달라진 송미영 사장의 삶을 듣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송 사장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국숫집 아줌마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으로 유명해져서 이렇게 '이야기 쇼' 주인공으로 서게 되리라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고 강조했다. 내가 만드는 국수에 자신이 있는 만큼 이 맛을 알아줄 사람이 언젠가 나타나리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삶이 언제나 다른 사람을 향해 있었던 만큼 되려 내 삶을 되돌아봐 줄 사람이 언젠가 나타날 것으로 믿었단다. 그 사람이 각각 정민영 씨와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국장이었다. 이날 두 사람은 게스트로 출연했다. 직접 토크쇼에 출연한 정 씨는 "그 옛날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그 맛을 잊고 살다가, 호호국수에 그 맛을 찾았다"며 호호국수가 되찾아 준 어머니의 맛을 되짚었다. 영상으로 송미영 사장과 인사한 김 국장은 "사장님의 마지막 꿈이 4층짜리 건물을 사들어 1층 국수집, 2층 미용실, 그 외에는 소외 계층 아동들을 위한 돌봄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꿈을 꼭 이루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야기, 웃음, 감동이 흐른 이야기 쇼

그녀는 유명세 덕분에 몸이 고달팠던 재미있는 추억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사회자로 나선 이승환 기자의 "가야금 연습은 언제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요즘은 거의 못합니다. 새벽 4시에 나와서 밤 11시까지 일하면 몸이 힘든데 어찌합니까"라고 운을 뗐다.

송미영 사장. /박일호 기자
그러면서 "안 그래도 그리 온종일 바쁘게 일하고 손님들도 늘었는데, 페이스북 사람들이 김밥 100줄 싸 달라 하면 또 밤을 새워서 재료 볶고, 밥 만들고…. 말도 못합니다"라며 되받았다. 지난 8월 페이스북 창원시 그룹이 주최한 '페이스티벌 인 창원' 행사에 김밥을 지원한 일을 두고 한 이야기다. 순간 좌중은 웃음바다를 이뤘지만, 그녀를 보러 온 창원시 그룹 사람들은 일순간 웃음과 동시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이런 웃음 뒤에는 진한 감동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 자신을 마치 딸처럼 아끼고 사랑해 준 조순자 선생이 등장하면서다.

조 선생은 송 사장을 친딸처럼 사랑했다. 음악적 실력은 물론, 그 심성에 반해 자신의 딸을 삼으려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당시 현실의 벽은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두 사람은 <경남도민일보> 연재를 통해 재회했다.

이날 이야기 쇼에서는 그런 조순자 선생에 대한 송 사장의 '사모곡'이 울려 퍼졌다. 송 사장이 조 선생에게 쓴 편지를 낭독한 것.

A4용지 5장에 달하는 장문의 편지는 "밤 11시 49분을 향해가는 시간 앞에 사랑하는 나의 하늘이신 어머니께…"로 시작했다. 편지의 첫 머리부터 송 사장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이어 중간을 지나 "어머니가 계신 곳, 하늘이 계신 곳, 가곡전수관에 내 마음 전부가 가 있음을 느낄 때면…"이라는 구절을 만나자 송 사장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객석 역시 울음바다로 변했다. 송 사장의 편지를 끝까지 들은 조순자 선생은 "그만 울어 다신 울지 않기로 약속했지"라며 "사람이 어떻게 하늘이 될 수 있니? 이미 이렇게 깊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헤아릴 수 있는 너야말로 하늘이라고 생각해"라며 딸 같은 제자의 등을 다독였다.

조순자 원장과 송미영 사장. /박일호 기자

진일보한 이야기쇼, 지역 문화콘텐츠로 우뚝

이번 토크쇼는 지난 여름 열린 '페이비 토크쇼' 때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연출을 맡은 최성봉 연출가의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띄었다. 먼저 소극장을 호호국수로 재현하고자 무대와 객석을 뒤바꿨다. 무대에 테이블과 의자를 깔고, 그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호호국수의 국수와 수육을 먹으면서 편하게 토크쇼를 관람하도록 했다.

더불어 이야기 쇼 진행도 한 사람에 대한 단순 문답을 넘어 게스트 출연, 출연자 장기 즉석 시연 등으로 지루함을 한결 덜었다.

진행도 남달랐다. 송미영 사장이 참석자들에게 가야금과 가곡 한 소절을 들려준 후 즉석에서 조순자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품평하게 한 것. 비록 품평이 아닌 조순자 선생을 등장토록 하려는 설정이었지만, 이는 여느 녹화 방송 프로그램들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오프라인 이야기 쇼만이 가진 매력적인 시도였다. 이러한 연출은 '이야기 쇼'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켰다.

하지만, 출연자와 세트 구성의 특성상 음식과 술이 함께 곁들여지면서, 정작 이야기에 집중이 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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