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중식봉사 마산협회 초대회장 최점구 씨

1980년. 19살 소년은 '숙식제공'이라는 말 한마디에 중국집에 들어갔다.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 밥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이 필요했다.

"그릇 닦기부터 시작했죠. 배달은 물론이고요. 한참 후에 면 뽑는 것을 배웠어요. 당시에는 모두 수타였지요. 맛을 내기 위해서보다는 면을 뽑는 기계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죠. 면 뽑는 게 익숙해지면 프라이팬을 잡고 요리도 배웠어요. 그곳에서 3년 정도 있었어요."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만날재에서 ‘옛날 손짜장’을 운영하는 최점구(50) 씨다. 최 씨는 지난 11월 30일 창립한 순수민간봉사단체 '창원시중식봉사총연합회 마산협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중식봉사 마산협회 초대회장 최점구 씨 /박일호 기자
이날 창원시 마산지역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들 심각한 얼굴로 열띤 토론을 벌인다. 밀가루며 양파, 춘장 얘기가 오고 간다. 각자 서로 공수해오겠단다. 다들 '사랑의 짜장면' 만들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다.

최 씨는 "이왕 시작한 것 제대로 해봅시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였잖소. 우리야 가진 게 짜장면 만들고 짬뽕 만드는 기술 아닙니까. 오늘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마음 맞춰 꾸려갑시다"라며 당부와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창원시중식봉사총연합회 마산협회는 (사)한국교통장애인협회 창원시지회와 협약을 맺어 사정이 여의치 않은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기로 했다. 또 매월 1회 정기적으로 '사랑의 짜장면 나누기' 행사를 열 계획이다.

19살부터 놓지 않은 프라이팬

최 씨의 손은 못 생겼다. 못 생긴 것이 아니라 흉터로 가득하다. 그는 한 중국집에서 오래 머물며 배우지 않고 돌아다녔다. "한 집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 그 집 맛에 파묻히기 때문이다. 중국집은 사장마다 노하우가 다 있다. 그것을 배우려고 여기저기에서 일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29살이던 해에 옛 마산시 석전동에서 자신의 첫 중국집을 차렸다. 이후 20년 넘게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사장'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내와 둘이 가게를 꾸려나가는데 아내가 아기를 가지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의 가게에 가서 월급쟁이로도 일을 했었다. 그렇게라도 프라이팬을 놓지 않았다."

중식봉사 마산협회 초대회장 최점구 씨 /박일호 기자
그이 나이 47살. 만날재에 있는 지금의 중국집을 열었다. 배달은 하지 않는 중국집. 오로지 수타로 승부를 걸었다. 현재 최 씨 가게는 마산지역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특히, '탁, 탁' 치며 뽑아낸 면에 멸치 육수, 홍합이며 소라, 낙지 등 해물로 가득한 짬뽕이 인기다. 배달을 하지 않는 것은 맛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그는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카드 수수료 이야기 좀 해야겠다. 오는 손님 60% 정도는 카드로 계산한다. 그런데 카드회사에 떼어주는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 보니 남는 게 없다. 경기로 힘든 자영업자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타 기술, 누구에게라도 가르칠 것

현재 그의 나이 50살. 앞으로 목표는 '음식 백화점'과 후배 양성이다.

최 씨는 "층마다 중식, 한식, 일식 등이 들어선 음식타운을 만들고 싶다. 창원 중심지에 세워놓고 사업을 키우는 게 목표다. 그러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사랑의 짜장면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또 '수타'의 맥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수타가 육체적 노동이다 보니 맥이 끊긴 상황이다. 안타깝다. 그래서 내가 가진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 도제식 교육을 참아내고 제대로 기술을 배우고 싶은 이가 있다면 언제나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중식봉사 마산협회 초대회장 최점구 씨 /박일호 기자

어린 시절, 어려웠던 형편 때문일까. 최 씨는 '사랑의 짜장면'에 열정을 더했다. 그는 "창원시중식봉사총연합회 마산협회는 이제 시작이다. 마산지역 곳곳에 사랑의 짜장면을 배달하겠다. 함께 하는 회원과 이수길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창원시지회장에게 감사하다. 장애인들과 함께 나누는 사랑의 짜장면, 야무지게 꾸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