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요즘 뭐합니까]이상보 김해시의원

"집행부가 좋아할 질문이나 말만 해서 올바른 시정 견제가 되겠습니까."

이상보(51·한나라당·사 지역) 김해시의원은 의회가 열릴 때마다 시정에 대해 질의하는 단골의원이다. 그래서 공무원들로부터 쓴소리도 많이 듣는다. 자신을 질타하는 말을 듣고 공무원들이 좋아할 리는 만무하다. 공무원이 뽑는 베스트 의원이 되기는 이미 글렀다.

'주민 표'를 먹고사는 직업인만큼 그도 공무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 입맛에 맞는 말만 하는 것은 의원이 아니라고 주저 없이 일갈한다. 주변 지인들에게 적당히 (시 견제성 발언이나 질의)하라는 회유성 말을 들을 때면 항상 지지해 준 내외동 지역구 주민들을 생각한다고 한다. '음성적' 협박에 회유되면 이미 의원으로서 자격을 잃은 것이라며 기개를 잃지 않고자 스스로 강한 다짐도 한다고 했다.

 시가 100가지 사업하면 의원은 1~2개만 걸러내

이상보 김해시의원/박석곤 기자

초선인 그는 검찰직 공무원 출신이다. 20년간 이 분야에서만 잔뼈가 굵었다. 시청 주변에서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세상사 잡다한 일들로 얽혀 있다 보니 법무사 업무를 보면서 온갖 일반인들의 삶의 잡사를 누구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런 탓에 유난히 시정에 관심을 더 많이 두는 것 같다.

"시가 100가지 사업을 한다면 의원은 1~2가지 잘못됐다는 의견을 제시할 뿐이다. 옳은 일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지만 잘못된 일인데도 걸러내지 못한 채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한 의회를 고집하고 있다.

그는 의원은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원 상호 간 다른 생각들을 수렴하는 게 의회인데 현 시의회는 의원들 간 소통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의회 사무국 운영실태의 문제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의원들로서는 의회 전문위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전문위원들이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시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근원적인 문제점을 바꾸려면 전문위원을 의회 의장이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때 전국적 이슈화가 됐던 기초의원 보좌관제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했다. 전문위원들의 신분이 독립되면 새로운 재원투입 없이 이들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전문성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에서 그는 의회 전문위원들의 전문직화에 올인하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과 같은 이 일에 그가 매진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유난히 지방자치 활성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재정자립도 증대, 의회 전문위원의 전문직화, 기초의원을 반노예화하는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지방자치 활성화 과제 1순위로 꼽았다. 그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지방자치 활성화 논문을 지난 2월 시의원들을 상대로 발표하기도 했다.

지방의회 의장 당적 포기해야

이상보 김해시의원/박석곤 기자

그는 시와 의회가 시민을 위해 더불어 굴러가는 '차바퀴론'도 제안했다. 공무원이나 의원 모두 시민 없이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데 착안했다. 그러면서 시정 견제도 의회의 한 몫이지만 반대를 위한 견제도 자행되고 있는 만큼 제도적 개선점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의원들 소속 정당이 다른 데서 출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폐단을 없애려면 그는 시의회 의장은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초단체 중 전국 처음으로 의장 당적 포기 내용을 담은 김해시의회 회의 규칙을 개정하고자 의원 대표발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의장이 당적을 포기하는 규정이 있지만, 기초의회는 없기 때문이다. 의장이 당적이 없으면 누가 의장이 되더라도 시장에게 할 소리를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치 안 보고 소신 있게 의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의장과 시장 간에 소속 정당이 달라 여러 부작용이 속출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상당히 획기적인 제도다.

그는 법률전문가답게 업무가 중복된 보건·복지 업무의 비효율적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현실과 맞지 않는 시 조례와 규칙을 통폐합하는 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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