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맛집] 임금은 왜 몰랐을까…도루묵의 '참맛'을

[경남맛집] 김해 장유면 '묵어랑 미주구리'

김민지 기자 kmj@idomin.com 2012년 06월 13일 수요일

말끔한 외모를 자랑하는 A는 소개팅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였다. 애인이 있는 B는 친구 A에게 "얼굴만 잘생기면 뭐해. 상대가 마음에 들면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란 말이야. 맞장구를 잘 쳐~. 아 맞다. 맞장구나 칭찬에 능해도 서로 공통된 소재, 이야깃거리가 없으면 '○○ ○○○'인 거 알지?" A는 속으로 되새겼다. '그래 맞다. 말짱 도루묵.'

심혈을 기울인 일이 헛되면 흔히들 '말짱 도루묵'이라고 한다. 도루묵이 대체 뭐기에 이렇게 냉랭한 대접을 받는 걸까?

사실 도루묵은 동해안에서 겨울철에 많이 잡히는 생선으로 먹어보지는 못해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몸은 납작하고 위쪽으로 비스듬히 향한 입은 제법 크고 한 20~30cm 남짓하다. 등 쪽은 황갈색, 배 쪽은 은백색을 띤다.

   
 
  경북 영덕에 사는 사장의 고모부가 매일 직접 잡아 보내 주는 싱싱한 도루묵(아래)과 미주구리. 비린내 없는 담백함에 감칠맛이 절로 생긴다. /박일호기자  

난데없이 도루묵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 조선 정조 때 이의봉이 쓴 〈고금석림(古今釋林)〉에 따르면 고려시대 어느 임금이 동해안 쪽으로 피난을 갔을 때 목어(木魚)라는 생선을 먹고 맛이 아주 좋아 은어(銀魚)로 고쳐 부르게 했다. 훗날 임금이 궁에 들어가 그 생선을 다시 먹었는데 온갖 산해진미를 먹고 있었던 터라 맛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임금은 원래의 이름인 목어로 '도로 물리라'고 했고 그때부터 도루묵이라 불리게 됐다.

말을 들어보니 고급 어종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맛을 보면 도루묵이 결코 '말짱 도루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기자 또한 그랬다.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 '묵어랑 미주구리'. 이곳은 도루묵과 미주구리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강원도가 고향인 하명희 사장은 "예전에는 개도 안 물어갔을 정도로 흔한 생선이었다. 강원도 양양군에서는 겨울마다 '물치항 도루묵축제'를 하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해 가게를 차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비린내가 없을뿐더러 담백하다', '어육이 단단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라고 도루묵을 치켜세우는 그. 그와 함께 조리 과정을 살펴봤다.

도루묵이 일광욕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표면이 노릇노릇해졌다. 이때다. 생선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자 하 사장은 잽싸게 집게로 뒤집는다. 일시적으로 비틀어진 도루묵이 안정을 되찾았지만 몇 분 뒤 또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구이는 20분 정도 걸려요.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죠." 도루묵 옆에는 미주구리도 누워 있었다.

미주구리는 물가자미다. 경상북도 영덕 토박이들에게는 물가자미가 미주구리로 통하는데 하명희 사장의 남편이 경상북도 출신이다. 광어나 도다리와 마찬가지로 가자미목에 속하며 도루묵은 홀쭉한 데 반해 미주구리는 넙데데했다.

원재료의 차이가 맛의 차이를 부르는 게 '구이'다. 이에 대해 하 사장은 "경북 영덕에 사는 고모부가 직접 잡은 것"이라며 먹어보면 단박에 안다고 했다. 과연 어떤 맛일까 호기심을 충족시켜 볼 작정으로 도루묵과 미주구리 구이를 마주했다.

   
 

손으로 도루묵 머리를 잡고 쭉 앞으로 내미니 쏙 하고 뼈가 통째로 빠진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 바다 근처에서 말린 도루묵이 바다의 향을 가득 안고 입속으로 들어왔다. 뭔 맛인고 궁금했던 호기심이 씹으면 씹을수록 풀리기 시작했다.

도루묵은 무색무취한 평범한 사람 같았다. 겉모습은 그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이웃집 총각이었지만 들여다보면 진국이고 사람 냄새 팍팍 나는, 계속 마주치고 싶은 남자였다.

맛을 보니 왜 일본인들이 도루묵을 보면 군침을 삼키며 달려드는지를 알겠다. "통통하게 알이 밴 도루묵을 구워 먹으면 입안에서 '톡톡'하고 알이 터진다. 별미 중의 별미다"라고 하 사장은 설명했다.

미주구리를 먹으니 하얀 눈을 즈려 밟는 것처럼 입안이 깨끗해졌다. 비릿하고 텁텁한 맛은 온데간데없고 몸이 절로 가벼워지는 느낌이랄까. 서운한 게 있으면 바로 얘기하는, 뒤끝 없고 털털한 남자 같았다. 도루묵과 미주구리 원재료가 좋으니 없던 감칠맛도 절로 생기고 심심한 맛을 원치 않는 간사한 사람의 혀도 잡아당겼다.

"매일 아침 경북 영덕에서 하루 소비할 수 있는 양만 고모부가 보낸다. 경남에서는 도루묵과 미주구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없어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고향인 분들이 즐겨 찾는다"고 하 사장은 말했다.

이제 와 이름을 도로 물리라고 한 고려시대 한 임금을 탓할 수도, '말짱 도루묵'이라는 표현을 안 쓸 수도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도루묵이라고 해서 맛도 '말짱 도루묵'이 아니라는 사실.

   
 

<도루묵의 효능>

도루묵은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EPA, DHA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발달에 좋고 작은 생선이라서 뼈째 먹을 수 있다. 칼슘섭취에 효과적이라서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궁합이 맞는 음식으로는 채소를 꼽을 수 있다.

도루묵은 눌렀을 때 탄력이 있고 살이 단단하고 냄새가 없는 것을 고른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도루묵구이 대 3만 원, 소 2만 원 △가자미구이 대 3만 원, 소 2만 원 △도루묵찌개 2만 5000원 △미주구리회무침 소 2만 원 △꽃게탕·대게탕 소 2만 원, 대 3만 원.

◇위치 :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 315-2 재영프라자 110호. 055-339-6677.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지 기자

    • 김민지 기자
  • 안녕하세요. 저는 편집부 기자입니다.

4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profile photo
秋實 (南陽人) 2012-06-14 07:48:39
70년대까지 김해 이곳에서도 반티아지매들이 진해만에서 잡은 도루묵을 이고 왔음. 기름기가 많치만 담백한 맛이 짚불에 구워 놓으면 밥도둑이었음. 그땐 귀한 어종이 아니어서 보리쌀 한되만 주면 수태기 주었음. 도루묵의 일화는 선조임금이 전쟁을 피해서 가서 먹은 음식이라고 그렇게 듣고 알고 있었는데 기자가 책까지 확인하고 쓴 것입니껴?
1.***.***.83
profile photo
김해에디슨 2012-06-13 15:40:13    
몇년전 포항현장 5년 동안 있을때 객지의 고달픔을 잊어주게 만든 무주구리회 와 찌게 ....포항에서 먹어본 싱싱한 그 맛 그대로를 장유에서도 똑같이 맛볼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211.***.***.114
profile photo
동해바다 2012-06-13 16:31:08    
동해에서 맛보는 도루묵찌게랑 구이,미주구리회랑 구이 가히 일품이지요^^
59.***.***.211
profile photo
천둥번개 (jeey****) 2012-06-13 12:42:51
아~~~장유에 그 유명한 묵어랑 미주구리집이군요.
장유에 놀러 가서 소문 듣고 함 가봤는데 역쉬 소문대로 맛이 끝내주더군요.
미주구리회 먹고 남은 양념에 밥 비벼 먹으니까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도루묵찌게는 얼큰한 맛이 밥안주, 술안주로 안성맞춤이었는데
최근에 다시 가보니까 영덕대게탕도 시원하고 맛이 좋았습니다.
강추강추~~~~ㅋㅋ
59.***.***.211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