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요즘 뭐합니까]김해연 경남도의원

진보신당 김해연 경남도의원은 국내 민자사업의 병폐와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주인공이다. '민자사업자와 특정 정치인들의 이익을 위해 다수 시민과 도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은 지금에 와서야 일반론으로 격상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민자사업은 '지역 개발의 선구자'로 미화됐던 게 사실이다. 물론 지금도 '선이냐 악이냐, 아니면 필요악이냐'라는 논쟁이 지속되지만 "민자사업은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는 명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경남도의회에서 마창대교를 매개로 시작한 민자사업 검증은 'MRG(최소수익보장)'라는 독소조항이 민자사업법에서 삭제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국회에서 이를 결정할 때 여러 이유가 작용했겠지만, '김해연 의원이 활동한 경남'의 사례가 주효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김해연 의원/박일호 기자
김해연 의원은 과감한 문제제기와 치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도민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정확하게 긁어 주었다. 김해연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대형 건설사에 이끌려 다니기만 할 뿐, 도민들의 재산 보호에는 안중에도 없는 행정기관"이라고 성토했을 때, 많은 사람은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법하다. 투명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토목행정'의 진상을 일부나마 들춰낸 데 따른 것이고, 김 의원이 짊어졌던 작업의 힘겨움은 '안 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정도가 되겠기에 더욱 그렇다.

민자사업 병폐와 모순 처음 제기

김 의원이 의사당 안으로 들어설 때 걸음걸이는 항상 힘겹다. 두툼한 노트북 가방을 들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각종 서류가 쌓인 보따리를 거의 끌어안다시피 하고 걷기 때문이다. 자료 수집과 분석이 활발한 의정 활동의 1차적 기반이었다. 본인 말로는 '전혀 꼼꼼하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인데도 말이다.

"살기 위해서 (자료수집과 분석을) 합니다. 제가 문제제기를 하는 대상은 규모가 작은 지역 건설업체가 아닙니다. 대우, 현대, 롯데 등 재벌입니다. 주도면밀하고 재력이 있으며 여론의 뒷받침도 받을 수 있는 곳이죠. 하지만, 저는 혼잡니다. 백 가지를 잘하다가도 한 가지 잘못하면 내려앉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내거나 발표할 때 몇 번의 검토과정을 거칩니다. 한번 실수하면 꼬투리 잡아서 죽이려 들지 않겠어요?"

꼼꼼한 성격은 아니지만, 꼼꼼할 수밖에 없는 김해연 의원. 그런 그가 최근에는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조선소 노동자 출신이자 기계공학과 학부 과정을 거쳤기에 일면 당연한 듯도 보이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석사 논문을 쓸 당시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는 등 거가대교 문제가 정점을 찍었을 때였고, 김 의원은 하루 3시간 이상을 자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야 했다.

김해연 의원/박일호 기자
그러나 항상 활기가 넘친다. 에너지원이 궁금하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항상 건설 현장 도면을 펼쳐놓고 각종 수치와 씨름만 하고 있을 법도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김 의원은 '거제 국제 펭귄 수영축제' 대회장으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펭귄 수영 축제'는 거제 앞바다(덕포해수욕장)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행사로, 참가 접수자를 1300명으로 한정해 받을 만큼 국내의 대표적인 겨울 이색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김 의원이 거제시의원 시절 착안해 시작했으며 주민 자치형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색다른 축제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거제에 외국인이 많으니까 외국인들 하고 같이 할 수 있는 테마도 고민했고…. 지역 실정에 맞는 축제가 없었죠. 그렇다고 비판만 할 수도 없었고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막상 시작하니까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그 틀이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진화하고 있는 축제라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도의원의 활동이 어떠해야 하느냐에 대한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의견이 여야를 막론하고 동료의원들로부터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김 의원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김 의원의 정치 인생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2000년 직장 생활을 하다가 재보궐선거에서 거제시의원으로 입성하게 된 건 지역 민원 사안에 개입하면서부터였다. 아파트 단지 주차장 시절 부족 현상으로 발단한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김 의원은 시의회를 통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

생활 정치의 시작, 그것이 범위를 점차 넓혀 도의회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그 이전에도 정치권에 발을 디딜 기회는 있었다. 1984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1988년 20대 중반의 나이로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에 당선되는 등 이력이 쟁쟁한 노동운동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생활 정치인, 진보신당 정치인으로서 고민

김해연 의원/박일호 기자
생활정치로 첫 걸음을 내디뎠기에 결과적으로 김 의원의 지방자치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지금까지의 지방자치는 토호 중심으로 흘러왔습니다. 시의회와 도의회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특정 정당의 당정협의회 수준에 머뭅니다.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이 안 됩니다. 토호들끼리의 이익 공유와 배분이었죠. 민자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익을 분배하기 위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에서 단체장들이 자유로울 수가 없죠. 임금이 누구인지 모르는 시대가 진정한 태평성대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보신당 정치인으로서 고민이 깊을 것이다. 소위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로 일컬어지는 진보신당 탈당파들이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과 함께 통합 진보당을 창당하는 등 정치적 격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마다 고유한 정책과 색깔이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한나라당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뭉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큰 틀에서 진보정당이 새롭게 뭉쳐서 여러 문제를 개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진보신당 당원들이 통합안을 부결시킨 것 아닙니까.

설득을 해서 자연스러운 기회를 다시 찾고 좀 더 여건이 성숙하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데, (노심조의)탈당은 부적절했습니다. 특히 국민참여당은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사람들 아닙니까.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는 그대로 남습니다. 크게 동요하지는 않습니다. 통합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하는 것입니다."

사실 김해연 의원은 여러 채널을 통해 도의원 사퇴 후 총선 출마를 종용받아 왔다. 유력 후보권에 오르는 것도 분명하다. 김 의원의 답은 분명했다. "어떤 직책을 맡느냐, 어떤 일을 하느냐 이전에 그 과정이 원칙적이지 않으면 도민들과 시민들이 동의해주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김해연 의원/박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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