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이 만난 사람]지리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최원석 경상대 교수

지리산은 대한민국 1호 국립공원(1967년 12월 29일 지정)이다. 시·군·읍·면을 아울러 20개 행정구역이 지리산과 닿아 있으며, 면적은 471.758㎢에 이른다.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 등 3대 주봉을 중심으로 20개가 넘는 1500m 이상 봉우리가 장관을 이룬다. 이 같은 풍광과 더불어 지리산은 영·호남 사람들에게는 터전이다. 너무나 다른 듯, 때로는 같은 듯한 두 지역 사이 삶과 정서는 지리산에서 얽히고 다시 흩어진다. 그리고 지리산은 그런 이야기를 품으며 굵직한 역사를 만들었다. 이런 지리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리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귀가 솔깃했다. 경남에 있는 지리산, 그 신성한 산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더는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지리산의 명성이 세계에 알려지면 관광객이 늘어난다, 단순하게 드는 생각이 이 정도였다.

최원석 경상대 교수/김구연 기자

지리산은 어머니 품 같은 곳이다. 힘겨운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고, 정신적 지주가 되기도 한다. 국립공원 1호,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예부터 수많은 사람이 지리산과 함께 호흡하며 어우러져 살아왔기 때문이다.

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과 경상대 경남문화연구원이 2007년 공동으로 구성한 지리산권문화연구단(단장 최현주 순천대 교수, 부단장 장원철 경남문화연구원장)에서 '지리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었다.

최원석 경상대 교수/김구연 기자
지리산권문화연구단은 지난 9월 구례군에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1차 세미나를 열었고, 10월 25일 산청군에서 2차 세미나를 열어 지리산의 가치를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또 11월 18일에는 전북 남원시에서 '지리산 세계유산, 무엇을 등재할 것인가'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지리산 유산 중 세계유산으로 등재돼야 할 잠정목록과 그 범위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자리였다.

지리산 세계유산 등재 실무·연구를 맡은 경상대 최원석(49·지리학 전공) 교수를 만났다. 지난 11월 30일 경상대 남명학관 3층에서 만난 그는 "지난주 세계유산으로 이미 등재된 중국 마이산에 가서 사왔다"며 맛있는 차를 끓여 냈다. 그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지리산의 아이콘을 '어머니 지리산'이라고 밝혔다.

한국에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산 없다

-왜 지리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 하죠.

"설악산이 지금 세계유산 등재 잠정목록에 올라가 있어요. 2001년인가, 거기 주민이 반대하는 바람에 파리까지 가서 시위하고 그랬어요. 반대 이유는 주민들의 사유재산권 문제였죠.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아무래도…. 그래서 보류한 거죠. 더는 진행 안 되고. 한라산도, 원래는 한라산 자체를 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 했는데. 할 만한 기준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방향을 용암동굴로 바꿨죠. 제주도는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나 용천동굴이 세계적 가치가 인정된 거거든요. 한국에선 산으로 세계유산 된 경우는 현재론 없죠."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절차는 어떻습니까.

"먼저 예비등재를 해야 해요. 잠정목록에 등재되도록 올해 신청하니까 내년에 등재될 거고, 등재되면 본 신청 자격을 주거든요. 2~3년 준비해서, 빠르면 3년, 충분하게는 5년 정도 준비하고 나서 본 신청서 제출하는 거죠."

최원석 경상대 교수/김구연 기자

-세계유산 등재 추진 움직임은 언제부터 시작됐죠.

"4~5년 전부터 전남도청 차원에서 지리산 사찰권 중심으로 준비했었죠. 문화유산으로 생각하기는 유홍준 문화재청장 있을 때부터 움직임 있었고. 검토 과정에서 미흡하다, 이러면서 몇 년 지났고, 이번에 그런 흐름을 탄 거죠. 지리산을 자연적 가치까지 고려해서 복합유산으로 추진하는 것을 시도해보자, 해서 문화재청이 예산을 마련해 지리산권문화연구단에 용역을 줬어요. 3년 전에 마침 지리산권문화연구단이 구성됐고. 순천대와 경상대 박사만 12명이에요. 연구진이 탄탄히 구성됐고, 연구 성과가 3년간 상당히 많이 나왔죠. 지리산만 연구하니까. 연구도 탄력 받고 추진도 탄력 받았죠. 그게 현재의 모습이에요."

최원석 경상대 교수/김구연 기자
-지리산권문화연구단은 어떤 일을 맡고 있나요.

"연구진, 지자체와 주민이 (지리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주체가 되고 있죠. 서로 얼마나 협력해서 협조체제로 제대로 잘 이끌어 나가느냐가 핵심이에요. 몇 년 전부터 세계유산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고 그런 게 힘이 됐죠. 추진위원회가 아직 구성이 안 돼 있어요. 영암에서 국회의원을 한 유인학 씨가 추진위원장 이런 명칭을 가지고 노력은 해왔는데, 제대로 추진위 구성되려면 3개 도, 5개 시, 연구진 모두 참여해야 해요. (5개)지자체에서 함께 추진위를 구성해야죠. 예산도 추진하려면. (등재)예산을 문화재청에서 주는 게 아니고, 지자체에서 나눠서 내야 해요. 예산도 꽤 많이 든다고 들었어요."

-5개 지자체에서 현재 등재 추진을 하고 있습니까.

"그런 과정인데,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죠. 산청, 함양 등 케이블카 문제가 걸려 있어요. 그게 발목을 잡는 부분이 있죠. 문화유산 같은 경우는 큰 문제는 없는데. 지자체 쪽에서는 단기적 이익으로는 케이블카를 놓는 게 시급한 일이고, 환경평가 하는 데 수억 원을 들여 현재까지 왔고, 경쟁하고 있는데…. (세계유산 등재를)장기적으론 좋은 걸로 판단하겠지만 현안으로는 주저하는 면이 없지 않아요. 지자체 장도 만나고 해야죠. 하지만, 연구진은 연구하는 걸 중점에 둬야 하고, 추진위에서 그런 걸 풀어나가야 해요."

지리산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

최원석 경상대 교수/김구연 기자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어떤 장점이 있지요?

"우리는 복합유산으로 가는데, 지자체서 바라는 건 관광수입일 거예요. 국가적으로는 산청 등 5개 시·군에 세계유산 갖고 있다는 자긍심, 브랜드 가치 있을 수 있고. 세계유산 되면 저절로 홍보도 많이 돼요. 지리산은 세계에 하나도 안 알려졌어요. 한국사람은 중국의 산 많이 알고 관광도 많이 하는데, 중국과 일본에서는 지리산 잘 모르고, 가치도 잘 몰라요.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 국립공원 1호, 남한서 제일 중요한 산으로 알고 있는데,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세계적 가치로 평가하고, 세계적 수준에서 인류의 눈으로 지리산을 재평가하게 되죠. 세계화 시대에 세계유산으로서 지리산이 된다면 가치가 있죠."

-세계유산 등재되면 유네스코에서 특별지원 받는 게 있나요.

"세계유산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지원해주죠.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해주고. 보전하지 않으면 위험유산으로 분류되거든요. 독일 드레스덴 엘베(Dresden Elbe) 계곡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가 다리 개발하는 바람에 탈락했어요. (유네스코에서)그런 장치도 만들어주죠. 원래 취지는 세계유산을 후세에까지 잘 보전하자는 거니까."

최원석 경상대 교수/김구연 기자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은 어떻게 구분합니까.

"세계유산 되려면, 10가지 가치 기준이 있어요. 1~6번은 문화적 기준이고 7~10번까지는 자연적 기준이에요. 그중에 하나만 해당하면 돼요. 자연, 문화적 기준을 하나씩이라도 갖고 있으면 복합유산으로 등재돼요. 지리산은 자연적 기준으로는 7번 항목 자연미가 탁월하고, 10번 항목 생물종 다양성 가치가 있죠. 문화적 가치로는 2, 3, 4번이 해당하죠."

-지리산 세계유산 등재 전략은 뭔가요.

"어떤 세계적 가치가 있는지 잘 드러내고 설득력 있게 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신청서 내면 전문가들이 심사하는데, 지리산은 딱 세계적이라 할 만한 요소는 없어요. 탁월한 건물, 타지마할 같은 건물이나 유적같이 점적인 요소가 없어요. 대부분 조선후기 복원된 건물이고 임란 때 불에 타고.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게 점(點)적인 요소가 아니라, 건조물 군들보다 면(面)적으로 나가자.

지리산은 온대 중위도권에서 2000m 산지로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이에요. 특이한데, 한라산·설악산과 비교해 다르죠. 조선 중·후기부터 산으로 들어와 마을 이루고 집촌 이루고 벼농사 짓고. 지리산의 자연적 조건은 벼농사를 하면서 적당한 강우량도 있고, 적당한 분지가 형성돼 있어요. 기후조건, 여러 가지 문화적 조건이 갖춰져 있죠.

300~400년 정도 사람들이 산과 함께 적응하고 문화를 꽃피우며 살았기 때문에 지리산과 사람의 삶이 다양한 문화와 어우러져 있고요. 종교도 불교, 유교, 도교, 샤머니즘, 다양하거든요. 많은 은자(隱者), 유토피아 청학동, 한국전쟁 때 빨치산 투쟁 등 전체적인 면, 면으로서 산지문화로서 탁월성 있다, 그런 면을 종합해 이미지를 생각해보니 지리산이 신성한 어머니 산으로 요약되더라고요.

사람들을 품고 키우고 살리는, 성모의 이미지, 역사적 이미지와 지리산의 정체성이 딱 결부되는 거예요. 어머니 산으로 세계유산을 추진하면 임팩트가 있겠다 세계인한테, 서양사람들은 '마더 마운틴(Mother Mountain, Jiri)'이란 걸 생각 못하거든요. 서양문화에서는 산은 정복·극복의 대상이고, 사람은 산에서 사는 게 아니라 산 밑에 산다고 생각하죠. 중국과 일본에도 어머니 산이라 할 만한 산이 없거든요."

-경상대와 순천대가 같이 등재 추진을 하고 있던데, 비용은 어떻게 지원받습니까.

"한국연구재단이 3년 전부터 국책사업으로 인문학 진흥사업을 하고 있는데, 두 대학이 컨소시엄으로 '지리산권 문화연구' 실천계획을 신청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 사업 중 하나가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죠. 1년 예산이 8억 원이에요. 그 예산 중 일부로 연구진들이 지리산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문화재청에서 (지리산 세계유산)잠정목록 등재를 위한 용역비로 9000만 원도 받았어요.“

케이블카 설치로 유산 등재 안될 수도

최원석 경상대 교수/김구연 기자
-등재 추진과 관련해서 최 교수는 어떤 역할 맡았나요.

"지리산권문화연구단 구성되고 지리산 연구 일을 하면서 등재 추진 일도 하게 됐어요. 지리산권문화연구단 생긴 건 4년 됐지요. 컨소시엄에 대한 정부 지원 생기면서 그때 만들어졌어요. 지리산권문화연구단 단장이 있고, 저는 책임연구원이니까 협조를 하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신청서 작성이겠죠. 여기서 인정받아야 하는 측면 있으니까 연구진은 연구해야겠죠. 등재 신청서 작성해서 연구진 꾸려지면 그분들이 책임지고 등재 추진하게 될 거예요."

-세계유산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은 뭔가요.

"역시 등재하려면 예산이 있어야 하고, 추진력을 가지려면 추진위 구성해야 하거든요. 두 가지가 맞물려 들어가야 해요. 계속 진행하려면 그런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본 신청서도 준비하고…. 작년에 최소한 5억 원 정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신청서 작성 작업만 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뚜렷한 목적이 있는 사업이거든요.

조건과 과정이 필요한데, 지자체나 주민 협력, 또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모두의 충분한 인지, 지원이 따라야 해요. 추진위가 구성돼서 같이 엮어나가는 그런 과정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죠. 결국, 지자체나 주민들이 관리해야 하니까 가장 중요한 주체죠. 어느 지자체에서 케이블카 해야 하니까 안 하겠다, 시위하면 지리산 세계유산 등재 어려워질 수 있죠."

-케이블카 설치 때문에 세계유산 추진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건가요.

"자연유산으로 가지 않고 복합유산으로 가면 좀 저해될 수 있죠. 그런 것도 앞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에요. (케이블카 설치되면) 문화유산 쪽으로 바꿔야죠. 세계 문화유산 936개 중 복합유산은 28개밖에 없어요. 복합유산으로 등재하려면 자연적 가치가 있는 게 상당히 중요한데, 자연적 가치는 인정 못 받게 되는 거죠. 지자체와 주민이 판단을 잘해야 해요. 장기적으로 어떤 게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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