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항법장치 이용 병변 위치 파악…실시간 영상으로 안전하게 수술

약 1500g의 무게를 가지며 뇌혈류의 25%를 함유하고 있는 사람의 신체 중 가장 섬세하고 정교한 기관인 인간의 '뇌'.

인간의 뇌는 부위마다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기억력과 같은 인지기능뿐만 아니라, 사지의 움직임, 언어기능, 시각적 판단 등이 뇌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어느 한 곳 중요하지 않은 부위가 없다. 작은 손상에 의해 그 기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뇌에 질병이 생겨 수술을 하게 되면, 다른 장기보다 더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 실제 뇌수술 후 회복이 어려워 오랜 기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뇌수술은 민감하고 섬세한 장기에 손을 대는 것인 만큼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뇌종양이나 뇌출혈 등을 수술할 경우 두개골을 절단하고 뇌막을 개방해 뇌병변을 제거하게 된다. 이때 뇌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비침습적 수술법으로 해야만 환자의 예후가 좋다. 하지만 뇌수술을 하는 동안에는 정상적인 뇌 조직을 어쩔 수 없이 절개 또는 손상시키면서 병변부위에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병변이 뇌의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을 경우에는 의사의 눈으로 찾아내는 것이 어렵다. 중요한 기능을 하는 뇌 부위에 인접해 결국 병변을 제거하지 못하고 수술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때도 있다.

최근에는 자동항법장치(내비게이션)를 활용한 안전하고, 예후가 좋은 뇌 수술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실생활에서 흔히 '내비게이션'이라고 불리는 자동항법장치는 자동차나 항공기, 선박 등에서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하며 이미 널리 보급돼 활용되고 있다. 자동항법장치는 인공위성이 GPS수신기와 신호전달을 통해 현재위치와 속도를 파악하며 목적지를 안내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뇌수술에 활용되는 자동항법장치도 같은 원리로 작동된다.

뇌에 종양이나 심각한 병변이 발견된 환자들은 우선 CT나 MRI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자동항법장치를 이용한 수술을 시작하면, 환자의 CT, MRI 결과를 수술실 내에서 인공위성 역할을 하는 컴퓨터에 입력해 뇌의 전체 모양을 파악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컴퓨터가 보내는 위치추적 전파 수신이 가능한 뇌수술용 위치추적기(GPS)를 환자의 머리에 부착한다. 이 장치가 작동되면 의료진은 뇌 속의 병변 위치를 장비에 장착된 모니터를 통해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수술 전에 가상으로 환자의 두개골을 열고 어느 위치로 가야 하는지 검색해주는 모의 수술경로 탐색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집도의는 컴퓨터 모니터상의 실시간 입체 이미지 영상을 보면서 모의 계획된 수술 경로를 따라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시행한다. 모니터가 현재 수술장비의 위치는 물론, 병변이 있는 부위까지 거리와 좌표, 이동경로를 3차원 영상으로 표시해 주기 때문에 병소까지 안전하게 접근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제거해야 하는 병변 범위까지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완전제거도 가능하다.

   
 

이 내비게이션은 뇌종양, 뇌출혈, 뇌혈관질환 등의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뇌종양 제거술에 가장 많이 활용되지만, 뇌출혈시 발생할 수 있는 혈종을 제거하는 데도 효과가 크다. 실제 혈종의 위치와 양을 수술 도중 확인할 수 있어 뇌 안에 고여 있는 혈종의 완전제거가 가능하다. 또한 뇌실 내에 관을 삽입해 출혈을 빼내는 배액술을 시행할 때도 도관의 삽입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김영준(삼성창원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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