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시, 천연기념물 수달 서식 확인하고도 공사강행

해마다 5월이면 운동회가 한창입니다. 부모들 달리기 시합이 있습니다. 으레 마지막 한두 사람은 결승점까지 가지 않고 중도에 꼴찌가 뻔하니 슬쩍 대열에서 이탈을 합니다. 근데 꼴찌가 뻔한데도 꾸역꾸역 꼴찌가 제 임무인 듯 끝까지 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두들 그를 바보라며 비웃겠지만.

루쉰(1881~1936, 중국의 문인·사상가)은 말합니다. 일등이 아니라 이 꼴찌에게 상을 줘야 한다고. 그가 골인할 때 비웃지 말고 숙연한 자세로 그를 맞이할 그 때가 되어야 비로소 희망이 있다고.

사천시는 5월 3일 삼천교대교 기념공원에서 자연보호협회 회원, 유관기관 단체, 시민 등 7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사천환경비전선포 및 제14회 시장기 자연보호경진대회를 가졌습니다. 사천환경비전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도시 사천을 위한 일곱 가지 정책비전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같은 시각 '사천강 하천환경 정비사업'으로 사천읍 사주교와 예수교 사이에서 물억새·갯버들 등이 포클레인에 파헤쳐지고 있었습니다. 5월 2일 사천환경운동연합의 현장조사에서 수달 배설물과 발자국이 발견되었습니다. 수달은 멸종위기종1급인 동시에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즉시 공사 중단하고 서식지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그래도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었으며, 현장에서 중단을 요구하자 그제야 사태 파악을 했는지 중단했습니다.

해질 무렵 사천읍 사주교 옆 도로에서 바라본 사천강. /사천환경운동연합

사천환경운동연합에서 '사천강 하천환경 정비사업' 관련해서 경남도, 낙동강유역환경청, 사천시에 공사 중단 요청과 사천강 전역에 수달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2급 흰목물떼새에 이르기까지 생태조사를 다시 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공사 중단과 사업 구간과 주변지역까지 확대해 생태조사를 하라고 사천시에 요청했습니다. 사천시는 예산 부족 운운하며 사업구간만 한다고 환경운동연합으로 답변을 보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자연환경선포식에는 예산이 얼마나 들었는지?

경남도, 낙동강유역환경청, 사천시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5월 15일 경남환경운동연합이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입니다.

1. 사천읍 사주교 아래 자전거도로는 장마철에는 말할 것도 없고, 조금 많은 비에도 상습적으로 침수가 되어 제 기능을 상실합니다. 그럼에도 자전거도로를 연장한다는 것은 정확한 실태 파악도 못한 결과입니다. 사업 내용에는 저수호안 공사도 있어 하폭은 줄고 유속이 빨라지면서 사천만 만조시에는 침수지역이 확대될 것은 정말 뻔한 사실입니다.(사업시행 이후의 치수대책이 제대로 세워졌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사천강 사전환경성검토서 어디에도 수달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즉 잘못된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지역을 생태자연도 3등급 지역으로 지정하여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수달 서식이 확인되었으므로 이 지역은 생태자연도 3등급이 아닌 1등급 지역에 해당합니다. 또한 1등급 기준에 따라 계획이 다시 수립되어야 합니다. 사전환경성검토가 신뢰할 수 있도록 사천강 전역 생태조사가 필요합니다.

3. 환경부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3조(멸종위기야생동·식물에 대한 보호 대책의 수립 등)에 의거해 경남도, 사천시와 함께 중·장기보전대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합니다.

5월 7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공사를 중단하고 사업 시행으로 야생동·식물에 직·간접 영향이 예상되는 사업구간과 주변지역의 야생 동·식물 실태 조사를 다시 하고 수달과 흰목물떼새를 포함하여 생태 조사를 하고, 보호가 필요한 동·식물을 발견하면 규모 축소 등 적극적인 보존대책을 수립한 후 공사를 해야 한다는 이행조치 요청서를 사천시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5월 23일 사천시는 사천강 하천환경정비사업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내용 이행계획서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습니다.

5월 6~7일 2일간 수달이 서식하는지 현장 조사를 하였으며, 공사 구역에서 배설물을 확인, 그에 따른 수달의 보호방안 명시했고, 사업 시행 중 수달 발견 대처 방안, 사후 수달 보호방안(돌무더기 조성계획, 무인센서 카메라설치로 모니터링을 실시, 표지판 설치 등) 마련 등이 내용입니다.

그런데 수달 외에 야생 동·식물에 대한 서식 실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5월 31일 보완요청서를 보내면서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환경정책기본법' 제26조와 시행령 제10조제3항에 따라 사업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 협의 내용 이행여부를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했음에도 제대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행계획서를 조금더 살펴보면, 조사 방법 관련해서 '수달의 발자국은 앞·뒤 발가락이 모두 각각 5개로 발자국의 형태를 충분히 숙지하여 사업지역 하천을 도보하면서 조사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수달의 발자국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해서 조사할만큼 수달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전문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수달의 인공보금자리 돌무더기를 조성하면서 배설물 하나 발견되지 않은 곳에 돌무더기를 조성한다는데 그것조차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 보고도 모른척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달 서식실태를 조사하면서 배설물이 확인된 지점이 몇 곳인지도 전혀 적혀 있지 않으며, 발자국 또한 하나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6월 14일 경남환경운동연합은 현장조사와 함께 사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입니다. 사업시행자도 협의기관도 조사와 검토를 제대로 않고 진행한다면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사 구간에서 100m 위쪽에서 껍데기 길이 15cm의 펄조개가 발견된 사실로 미뤄 귀이빨대칭이가 서식할 가능성 또한 있으며, 그곳에서도 수달 배설물이 발견되었습니다. 사천강 전역에 야생동·식물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사전환경성검토 또한 다시 해야 할 것입니다.

(광주광역시는 광주천에 서식하는 수달이 촬영되어 보도된 후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영산강 4대강 사업으로 광주천에 서식하는 수달에게 어떠한 영향이 미치는가에서 출발하여 광주천의 수달 보전과 관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10개월간 민·관이 공동조사를 하였다. 2011년 9월 '광주천 수달 서식지 조사보고서'에서 수달의 서식처 복원사업을 제언했다. 사천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제 보물을 잘 보존해야 할 것이다.)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서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환경부와 사천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꼴찌인 줄 알면서도 끝까지 달리는 사람이 점점 많아질까 적어질까? 바보 같은 사람이 적어지는 게 좋은 일 같은데, 바보 같은 사람이 발 붙이고 살 수 없는 세상이 과연 좋은 세상일까 생각해 보면 정말 무서운 세상 같이 느껴집니다. 이념도 정책도 도무지 뿌리도 없이 부초처럼 카오스에 빠져 대중을 현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도 꼴찌로, 바보로 희망을 꿈꿉니다.

/김향진(사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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