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취업준비생 천준영(27) 씨

초여름 밤, 경남대 도서관을 찾았다. 늦은 시간에도 도서관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지금 경남대는 기말고사 기간이다.

그렇지만 도서관에는 꼭 기말고사를 앞둔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남대 도서관에는 취업준비생들도 많이 찾는다. 천준영(27) 씨도 그랬다. 천 씨는 지난 2010년 2월 경남대를 졸업했다.

"(경남대) 도서관에는 거의 매일 와요. 집도 코앞이고요. 공부하러 오는 거죠."

하루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보낸다는 천 씨. 그는 여기서 무슨 공부를 하고 있을까.

천 씨는 다른 취업준비생처럼 외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천 씨는 토익 820점과 일본어 자격증 2급을 취득했다고 한다. 나름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학점도 나쁘지 않단다.

경남대 도서관에서 취업준비생 천준영 씨가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취업에 토익, 토플 점수는 필수기재사항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천 씨 자신은 다르단다.

"저는 무역학을 전공했어요. 괜히 영어, 일본어 공부하는 게 아니에요. 진짜로 해외영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 공부합니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외국어는 필수겠죠."

천 씨는 지금껏 30여 차례 대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내봤다고 한다. 그 중 십여 차례 서류심사 통과도 해봤다. 수차례 면접도 보았다. 하지만 번번이 낙방했다고 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유제품 관련 대기업에 최종면접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진 일이란다.

너무 대기업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튼튼한 중소기업도 많다.

그러자 천 씨는 지난해 6개월간 창원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업체는 비록 직원 수는 적지만 연매출 60억에 달하는 기업이라고 했다. 월급도 그렇게 만족하지 못할 수준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왜 그만둔 것인가.

"누군가는 '지방대 출신이 무슨'이라고 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저는 열심히 했거든요. 전공도 살리고 싶고요. 영어, 일본어도 단지 이력서에 몇 줄 더 적으려고 공부한 게 아니거든요. 꼭 해외무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 중소기업은 제가 생각한 이상과 조금 달랐어요. 단적으로 지금까지 열심히 배운 영어와 일본어를 사용할 일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리고 튼튼한 중소기업이요? 현실적으로 그건 '중견' 기업이잖아요."

천 씨는 이런 이유로 일을 그만뒀다.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명강사나 혹은 취업과 관련된 조언들 중에서 '눈높이를 낮춰라'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어떤 일을 정말 하고 싶은지는 자신만이 알잖아요. 물론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거나 노력과 역량이 턱없이 모자라는 데도 무턱대고 지원하는 것은 저도 반대합니다."

금융권 등 이른바 사회에서 통념적으로 말하는 '취업을 잘한 친구'도 많단다. 그런 친구들 만날 때, 또는 축하해줄 때 심정은 복잡하단다.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지만, 왠지 속이 쓰리기도 하고…. 또 나도 잘됐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요."

게다가 요즘은 슬슬 부모님 눈치도 보인다고 했다. 죄송한 마음이 크단다. 천 씨도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고.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천 씨는 최근 일본의 한 유통업체에 지원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희망에 눈빛부터 달라진다. "이런 말하면 얌체 같겠지만, 일본회사라서 그런지 지원자가 많지 않나봐요. 왠지 느낌이 좋아요. 하하."

만약 그 기업에 합격하면 천 씨는 앞으로 3년간 일본에 머물며 일하게 된다. 천 씨에게는 무역 실무와 일본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천준영 씨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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