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의원들 요즘 뭐합니까?-김오영 도의원

'통술 아재.'

김오영 경남도의원(한나라당·창원8)의 별칭이다. 그 자신이 통술을 즐기기도 하지만, 최근 신마산 지역 '통술 연합회'에서 통술을 지역의 문화적 자산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김오영 의원을 일종의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마산 토박이이자 마산을 지역기반으로 20여 년 동안 지방자치 현장에서 고군분투해온 김 의원으로서는 영예로운 호칭이다. '마산의 술, 통술. 마산의 정치인, 김오영'이 연상되니 말이다.

김오영 의원은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던 해 36살의 나이로 마산시의회에 입성했다. 마산시의원 3선, 경남도의원 2선의 경력을 갖춘 지방의회의 산증인이자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역 정치인이다.

김오영 도의원./김구연 기자

지방자치 20년은 영욕의 세월이자, 절반의 성공, 미완의 과제 등으로 정의된다. 중앙집권화는 강화될 뿐 지역의 역량은 아직 미미하기만 하다. 그리고 수많은 지방자치의 주역들 역시 갖은 입방아에 오르며 법의 심판대에 서야 했다. 지방의원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이다.

"제가 시의원 초창기 때 우리 지역에 유명한 정치인 한 분이 이런 말을 했어요. 시의원을 오래 하려면 거짓말을 참말과 똑같이 연설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그런데 지금은요? 정치인은 속옷마저도 깨끗하게 입고 다녀야 하는 시대입니다. 유권자가 언제 어디서 '당신 옷을 벗어봐라'고 할지 모르는 시대로 변했습니다."

김 의원은 긴 시간 지방의회에 몸담으면서 체득한 시대의 흐름과 정치 변화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의 정치 철학 일단을 함께 소개했다.

김오영 도의원./김구연 기자

"행정환경이 얼마만큼 변했는가, 사회적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가, 유권자의 시각이 얼마큼 변해 있는가, 를 알아야 합니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변화보다 한 걸음 더 앞서나가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김 의원은 최근 한창 논란이 되는 창원시의회의 행보에도 일침을 가했다.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김오영 도의원은 창원시의회에서 '통합시 청사 입지 연내 결정 건의안'과 '3개 시 분리 촉구 건의안'이 동시에 통과되기 전,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한 3개 시 통합을 마무리 지으려면 통합시 청사 입지가 올해 안에 결정돼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시기상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김오영 의원이 '통합시 청사 논쟁'을 촉발시킨 모습이다.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지면 3개 시 시민들의 정서적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창원시장이 의회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했고, 그러면 창원시의회가 올해 안에 청사 입지를 결정하자고 추진하는 것이 모든 부분에서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그런 주장을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건 3개 시가 통합될 때는 특별법에 근거했고, 통합시 명칭은 창원시로 하고, 청사는 1순위와 2순위를 정해 차후에 통합창원시 의회가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 통합추진위의 마지막 결정문이었습니다."

이후 창원시의회에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혀 성격이 다른 두 건의안이 같은 자리에서 통과된 것이다. 김 의원은 '3개 시 분리 촉구 건의안'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적어도 대의기관이고 입법 기관이라면 지역민의 여론에 근거하든지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일방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 행동을 했어요. 지역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가 없었습니다. 여론조사라도 하든지 했어야지요. 그런데 분리 건의안을 상정해 처리했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윤리적으로 큰 잘못입니다. 시민의 정서가 과반수가 분리하자는데 동의한다면 건의안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습니다. 가관입니다. 이것이 지방의회의 권한입니까? 이번 창원시의회의 모습은 지방자치 20년 역사에 가장 큰 잘못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김오영 도의원./김구연 기자

김오영 의원은 경남도의회에서 한나라당 원내대표직을 맡고 있다. 한나라당 도의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묶어 여론화하는데 앞장섰고 또 그만큼 야권 도지사와 대척점에 서는 일도 잦았다.

"좁은 지역에서 정파가 달라도 한 사람 건너면 다 아는 이들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부담스러웠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했던 건 철학과 정파가 다르든, 그 정치집단의 규모가 크든 작든 상대를 인정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정치라는 원칙을 새기고 제 직책을 수행해왔습니다. 격론과 토론 과정에서 서로 불만은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일이 마감될 때는 서로 모두 인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 않습니까. 이 부분에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김오영 의원은 한나라당도 변화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리고 변화하는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지역 밀착형 정치가 필요함을 힘주어 강조했다.

"한나라당이나 비한나라당이나 국민이 요구하는 이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정파가 앞으로 희망적입니다. 여야를 떠나 그런 정당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고 우리 한나라당도 더 많은 가속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김 의원은 지역밀착형 정치인에 대한 정의를 의미심장하게 표현했다.

김오영 도의원./김구연 기자

"정치인은 지역에 밀착해야 합니다. 가령 국회의원도 직을 그만뒀을 때 그 지역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진정한 지역 밀착형 정치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그만두면 대부분 지역을 떠납니다. 현직을 떠났을 때 지역민들이 한때 국회의원이었던 사람을 욕하는데, 그분이 지역에 머무를 수가 없는 일이죠. 그게 바로 지역 밀착 정치를 못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현직을 그만두더라도 이곳에서 계속 살겠다고 마음먹으면 지역 밀착 정치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유권자들도 바로 이곳에서 뼈를 묻고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염두에 두고 선택을 하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김정권 사무총장이 이야기했듯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 공천의 우선 대상자가 될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어떠한 철학으로 지역 생활정치를 할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어느 정당이든 필요합니다. 모든 정당이 이렇게 접근하게 되면, 그것이 우리나라 정치발전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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