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을 찾아서] (2) 진주 삼솔한우농장 한기웅 대표

"한우를 키우는 것은 과학입니다. 프로그램이 전문가이지, 사람이 전문가가 돼선 안 됩니다."

진주 이반성면에서 삼솔한우농장을 운영하는 한기웅(46) 대표.

한 대표는 농산 부산물과 조사료를 이용해 '섬유질 배합 사료'(TMR 사료·Total Mixed Ration 사료)를 만들어 한우를 사육, 연간 3억 원가량 농업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무항생제 인증과 축산물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 지정으로 친환경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유도대학을 나온 한 대표는 유도 지도자 생활 등을 하다가 1995년 소와 인연을 맺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소가 좋았다.

"부친이 농사를 지으면서 농우 한 마리를 키웠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무작정 소가 좋았습니다. 인연이 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애정이 참 많이 갔습니다."

돈을 버는 대로 소를 한 마리, 한 마리 샀다.

"우리나라 농산 부산물은 버려지는 것이 많은데 이를 잘 활용하면 좋은 사료가 되리라 생각하고 사료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진주 이반성면 삼솔한우농장 한기웅 대표가 농산 부산물과 조사료를 이용해 개발한 '섬유질 배합 사료'를 한우에게 먹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하지만, 경험 없이 시작한 일은 순탄하지 않았다.

"육량은 높아졌는데 육질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다시 농후사료(볏짚)를 먹였죠. 그러다 2000년도 사료값이 오르고 경제적으로 안 좋아 고민하다 진주 평거동에 갈빗집을 냈는데 장사가 너무 잘되는 겁니다. 2002~2004년 소를 다 내다 팔았습니다."

그렇게 잠시 '외도'를 했다. 그런데 소를 팔고 나니 '천직을 버렸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때때로 눈물도 쏟아졌다. 2004년 초부터 다시 소를 사들였다. 나주에서 13마리를 사서 다시 시작한 것이 지금은 300마리가량으로 늘어났다. 돈을 버는 족족 시설투자에 집중했다.

축사를 짓는 데 4억~5억 원, 자가 TMR 사료 기계 구입비만 1억 원가량이 들었다.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보니 기존대로 했다가는 성공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전문성이었습니다."

경상남도 농업기술원과 현장 농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경남농업마이스터대학에 2년 동안 다니며 축산과학원 오영권 박사를 만나면서 돌파구를 발견했다. 사료 개발과 한우 사육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일반적인 사람을 만나 일반적인 기술을 습득해 노하우를 접목하는 정도였지만, 오 박사를 만나서는 전문성을 키워 기술적으로 자립할 수 있었습니다."

한 대표는 청보리·호맥·귀리 등의 조사료, 볏짚, 비지·깻묵·버섯 배지·소맥피·옥수수 등의 농산 부산물을 혼합해 섬유질 배합 사료를 만든다. 여기에 EM(미생물) 제제를 넣어 3~5일 숙성시킨다.

한 대표가 만드는 섬유질 배합 사료는 총 5종류. 소의 성장 단계나 상태 등에 따라 다르게 먹인다.

"섬유질 배합 사료는 소의 편식을 없앱니다. 소는 후각이 발달해서 볏짚을 많이 먹고 조사료는 적게 먹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섞어서 숙성해서 주기 때문에 골고루 먹을 수 있습니다. 단점은 습식이기 때문에 여름에 관리를 잘못하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부산물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그동안 10년 이상 자가 TMR 사료를 생산하면서 알음알음 공급처를 만들었지만, 사육량이 늘어나는 만큼 부산물 확보도 쉽지 않다.

또, ㎏당 원가 10원을 절감하면 소득이 월 150만 원 더 늘어나는 만큼 얼마나 싸게 구입하느냐도 중요하다.

"각 지자체 지원으로 농산 부산물 저장물류센터를 만들어 농민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섬유질 배합사료를 먹이면 30~40% 비용절감이 되지만, 부산물을 구하기 어렵고 노동력이 많이 들어 주위 축산농들이 적자를 보면서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대표는 조사료 생산을 위해 인근 논을 빌려 직접 농사를 짓는다. 40~45ha를 가을에 타작 후 바로 빌려 조사료를 심어 다음해 4월 말~6월 중순 수확한다. 그리고 논 주인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논갈이까지 모두 해야 하기 때문에 이때 한 달 정도는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낸다. 농장일은 아내 박미숙(43) 씨와 한 대표 조카가 돕고 있다.

한 대표가 초창기 TMR 사료를 시도했을 때는 소 육질이 떨어져 등급이 낮았지만, 지금 삼솔농장의 출하 성적은 1+등급 출현율이 87.5%, 이중 1++ 출현율이 62.5%로 월등한 육질 등급 변화를 기록했다.

자가 TMR 사료로 경영비를 절감한 한 대표는 2009년 전국 사일리지 평가회 우수상, 2011년 농업비즈니스 모델 우수상, 2011년 제16회 농업인의 날 수상, 국무총리 표창 등을 받았다.

삼솔농장은 지난해 축산과학원의 '거점농장'에 선정돼 올 초 현판식을 하기도 했다. 거점농장이란 축산과학원 자체적으로 전국 농가에 기술을 전파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고자 지정한 것으로, 경남에서는 한 대표의 삼솔농장이 유일하다.

한기웅 대표가 운영하는 삼솔농장은 지난해 축산과학원 '거점농장'에 선정됐다. 농가 기술 전파를 위해 지정된 거점농장은 경남에서 삼솔농장이 유일하다.

또, 한 대표는 경상대에서 축산 귀농인들을 위해 강의하고 있으며, 최고 경영자 과정 축산 분야 강의도 나간다.

"전국 어디에서나 배우고 싶다는 연락이 오면 100% 환영합니다. 귀찮다고 뿌리치지 않습니다.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노하우를 100% 가르쳐 줍니다. 저 혼자 이룬 기술이 아니지 않습니까.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견학 오는 축산농들에게 한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소 키우는 것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소니까 아무것이나 먹이로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소는 반추위(기린·소·사슴 등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소화관(위))라서 아무 거나 먹이면 안 됩니다. 프로그램에 따라 철저히 관리해야지, 무작정 먹이게 되면 소화를 못 시키고 살이 붙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이 전문가이지, 사람이 전문가가 돼선 안 됩니다."

한 대표는 꿈이 많다. 요즘은 기능성 사료 개발을 연구 중이다. 소가 먹는 사료는 소한테도 좋아야 하지만, 소의 동물성 단백질을 먹는 사람의 건강에도 도움 되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육두수를 500~600마리 규모로 늘릴 계획을 하고 있으며, 지금은 40ha에서 생산하는 조사료도 70ha로 늘려서 어려운 축산농에게 공급하고 싶다는 꿈도 있다.

"우수한 한우 유전자를 더 개량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소고기를 생산하고 싶습니다. 또, 농촌이 다들 어렵습니다. 주위 어려운 축산 농가들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 추천이유

△ 노치원 농촌지도사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소득생활자원과) = 한기웅 대표는 현재 약 40㏊ 논에 조사료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사료값을 줄이려고 시작한 조사료 재배(현장실증 연구과제 수행)가 섬유질 배합사료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고,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섬유질 배합 프로그램을 현장에 접목해 사료비 절감과 고급육 출현율을 높여가는 선도농가이기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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