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박병업(34)·최옥선(39) 씨 부부

박병업(34)·최옥선(39) 씨 부부는 지난 2006년 결혼했다. 자녀는 재우(6) 군·재이(3) 양 둘이다. 병업 씨는 무대 설치 관련 일을 한다. 유명 가수 콘서트나 큰 축제 무대를 설치하는 기획사 소속이다. 옥선 씨는 무대 미술 관련 일을 병업 씨와 함께 했었다. 첫째를 낳고 나서는 계속 전업주부로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4~5년 정도 함께 한 팀에서 일을 했었어요. 매우 편한 동료 이상은 아니었지요."

무대 설치 일이라는 게 따로 정해진 작업 시간이 없다. 주최하는 쪽에서 원하는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이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으면 밤을 새우는 일도 허다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병업 씨와 옥선 씨가 편한 감정과는 다른 특별한 감정을 키울 만한 일은 없었다. 이런 관계가 특별해지려면 그만한 계기가 있어야 했다. 그것도 일상을 벗어난….

   
 

"경기도 과천에서 무대 제작을 하고, 바로 용인에서 작업이 하나 더 있었어요. 그 사이 시간이 남아서 함께 영화를 보고 용인을 갔는데, 마침 비가 쏟아졌지요."

병업 씨 표현대로라면, 둘 다 속옷까지 흠뻑 젖을 정도로 비를 맞았다. 일단 주변 숙박시설을 찾았고, 옥선 씨는 방을 하나만 빌렸다. 숙박시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을 하면서 함께 찜질방에 가는 일 정도는 허다했기에 별로 어색하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흠뻑 젖은 몸을 말리는 게 급했다. 옥선 씨가 먼저 씻었고, 병업 씨가 나중에 씻었다. 그리고 한 방에서 각자 잠이 들었다. '아무 일' 없이….

"정말 아무 일 없었어요. 그런데 아내는 그렇게 아무 일이 없었던 덕에 저를 남다르게 생각하게 됐나 봐요. 그래도 한 방에서 보냈다고 그 다음 날부터 저를 대하는 게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서로 이미 알 만큼 아는 사이였다. 전기처럼 감정이 통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연애가 시작됐다. 주변에 연애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고 순서처럼 결혼을 생각하게 됐다.

마침 옥선 씨 아버지도 무대 설치 관련 일을 하면서 그동안 병업 씨와 몇 번 마주쳤기에 허락을 얻기도 어렵지 않았다. 병업 씨는 '내가 내세울 것은 열심히 사는 것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장인이 될 분은 그 점을 높이 샀다.

"연애라고 할 것은 따로 없었어요. 늘 함께 일하는 게 연애였던 셈이지요. 남들처럼 어디 놀러다니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데이트는 거의 못했어요."

돌이켜 보면 연애 기간은 6개월 정도다. 아무 생각이 없을 때는 몰랐는데, 옥선 씨는 보면 볼수록 병업 씨가 평소 생각했던 이상형과 가까웠다.

"나이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런 것은 별 의미 없는 사이였어요. 제 이상형이 무엇보다 아이를 잘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아내는 심성이 착하고 행동이 바른 사람이었어요. 생활력도 강하고…. 그런 면이 자꾸 눈에 들어왔지요."

어렸을 때부터 외로움을 많이 탔고 보수적인 성격이었다는 병업 씨에게 옥선 씨는 여러모로 큰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일에 쫓기느라 생각할 여유도 없던 외로움은 의지할 사람이 생기자 갈수록 커졌다. 함께 가정을 이루는 일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처음 한 방에서 보낼 때 유지했던 평정심(?)도 별 의미 없었다. 12월에 결혼한 이 부부는 다음해 3월 건강한 아들을 만나게 된다.

"벌써 7년차 부부네요. 후배들에게 늘 얘기하지만 결혼하면 100가지 중 95가지는 좋은 것 같아요. 혼자일 때는 먹고 자고 돈 쓰는 게 전부 엉망이었는데 결혼하니 생활이 잡히더라고요."

부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넉넉하지도 않은 살림 때문에 고민스러울 때도 잦지만 병업 씨는 잘 버텨주는 아내가 늘 고맙다. 주변에서는 5살 차이를 어렵게 보기도 하지만, 막상 함께 일하면서 가정을 꾸릴 때까지 나이 때문에 고민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굳이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결혼 전에는 한 달에 200만 원도 썼는데 지금은 20만 원밖에 못 써요. 그것도 어렵게…."

병업 씨는 아내가 재능이 있는 사람인데 육아 때문에 묶여 있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최소한 집에서 살림 걱정은 않도록 더 뛰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아내가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당연히 사랑한다는 말부터 해야겠지요. 부족한 저와 잘 버텨줘서 고맙고, 우리 목표를 위해 온 힘을 다할 테니 다른 걱정하지 말고 우리 가정을 위해 서로 역할을 잘 했으면 좋겠어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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