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바짓가랑이 붙잡은 형국…출판기념회가 반전 계기 될지 관심

정치는 대의명분이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대선 후보로 나오려면 도지사직을 그만두면서까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 이유를 납득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점할 수 있어야 대의명분이 성립된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다. 자신이 도지사로 있는 경남에서 더 어렵다. 김 지사 스스로도 "경남도민의 일반 정서는 70% 전후가 도정을 계속 수행해줬으면 한다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경남에서, 특히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 반대기류가 많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김 지사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김 지사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처럼 구들장 있는 따신(따뜻한) 방에 앉았는데 또 그 험한 곳으로 나가려고 하느냐 하는 안타까움"(월간 〈피플파워〉 2월호 인터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가 역사상 첫 야권 도지사라는 점에서 그간 새누리당 일색의 경남도정에서 소외되어 왔던 지지자들의 기대와 불안도 있다. 오랜 새누리당 독점구조를 깨고 어렵사리 도정 참여와 수혜자가 될 기회를 잡았는데, 그걸 포기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근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김 지사의 딜레마가 있다. 대의명분을 획득하려면 우선 자기 안방에서부터 출마의 당위성이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안방 사람들이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답답할 것이다. 대놓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안철수의 높은 인기에는 초인(超人)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거품을 형성하고 있고, 문재인은 참여정부의 과오까지 함께 책임져야 할 '비서실장 프레임'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야권의 대안 중에는 자신이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며 서민적일 뿐 아니라, 성공과 실패, 좌절을 두루 경험하며 현실 정치와 행정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온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경남이라는 안방에 갇혀 좀 더 멀리 넓은 곳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서운하기도 할 것이다.

물론 대권의 꿈을 품은 그에게 가장 좋은 상황은 자연스럽게 '국민의 부름'을 받는 것이다. 김 지사 자신도 앞의 〈피플파워〉 인터뷰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시대와 역사, 국민의 부름이 있어야 가능하지, 개인이 욕심 낸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현 조건에서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금쯤 안철수의 거품이 꺼지고, 문재인의 한계가 드러났다면 굳이 개인이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저절로 '시대와 역사, 국민의 부름'이 왔을 거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빨리 오지 않았고, 총선 후 두 달이 지나도록 답보 상태는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김 지사가 마침내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 같다. 12일 열리는 출판기념회가 대표적이다. 굳이 과거의 선례를 찾지 않더라도 현직 광역단체장이 임기 중반에 정치자금 모금 행사의 하나로 굳어진 출판기념회를 연 사례는 없다. 더구나 아직 대선 출마 선언도 하기 전이다. 출마 선언과 공직 사퇴 후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과 현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대선 후보 김두관의 출판기념회에는 말 그대로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하는 지지자들이 참석할 것이다. 하지만 도지사 김두관의 출판기념회에는 직간접적으로 각종 이권이 얽힌 업자나 기관·단체는 물론 인사권으로 엮여있는 하위직 공무원까지 '눈도장'을 찍으러 갈 것이다. 그들이 들고 올, 얼마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봉투'는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온갖 구설수와 역풍에 대비책은 있는 걸까? 12일 출판기념회가 대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대의를 그르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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