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제경록 김해시의회 의장

제경록(새누리당) 김해시의회 의장은 주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굵직굵직한 관련조례들을 대거 발의한 의원으로 유명하다. 주민불편 현안들을 마치 유능한 광부가 금맥을 발견하듯 의회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해결책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이런 남다른 노력으로 일명 ‘주민불편 해결사의원’으로 통한다. 그가 발의한 조례들은 대부분 도내 처음이거나 전국 최초다. 이런 탓에 그에게는 언제나 ‘처음과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3선인 그가 10년째 시 의원으로서 지내온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시의원의 역할론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가를 대변하고 있다.

장기기증·의사상자·농작물재해보험 지원조례안 등 발의

그의 여러 의정활동 이력 중에는 ‘장기기증 지원조례안’ 발의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그는 장기기증조례안을 발의해 김해시 조례로 제정시켰다. 이 조례제정으로 김해시는 장기기증자에게 장제비에서부터 일정 부분 병원비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장기기증자나 가족들이 돈을 보고 장기를 기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자체가 장기기증자에게 일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관련규정을 마련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조례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의돼 화제가 됐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장기기증 조례로 꺼져가는 수많은 생명을 살려냈고, 장기기증운동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이 조례안을 발의한 데는 평소 그가 이 분야에 관심도 많았지만 국내 장기기증운동이 유럽 선진국 등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데 자존심이 상해 이런 안을 냈다고 했다.

결국, 작은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분야에 동력을 창출해 낸 셈이다.

그는 또 ‘의사상자 지원조례’도 최초로 발의했다. 의로운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죽었을 때 자치단체가 일정 부분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조례안은 오래전 일본에서 지하철 역에 뛰어내린 일본인을 구하고 대신 목숨을 바친 고 이수연(한국인) 씨의 의로운 행동을 보고 생각해 냈다고 했다. 의사상자에게 국가가 일부 위로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금액이 극히 적어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지자체 차원에서 의사상자에게 별도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관련 조례를 만드는 길뿐이었다.

그의 이 조례안 발의로 김해시는 김해 시민이 의사상자로 판정되면 국가 지원금과 별개로 시 차원에서 일정한 예산을 지원해 고인의 의로운 넋을 기리고 있다.

그는 ‘농작물(과실) 재해보험 지원조례안’도 전국 최초로 발의했다. 단감재배지로 유명한 김해 진영이 고향이다 보니 단감 농가들이 태풍이 올 때마다 엄청난 낙과 등으로 농작물 손해를 입는 광경을 수차례 지켜봤다. 태풍을 비롯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농가들은 1년 농사 실패로 장기간 부채에 시달려 ‘빚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실도 알았다. 어떻게 하면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 끝에 농작물 재해보험제도를 떠올렸다.

하지만, 예상치 않은 자연재해로 농작물 피해를 본 농민들이 선뜻 돈을 내고 재해보험에 가입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과수농가들의 이런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자체가 도와주는 길이 가장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지자체가 재해보험료 중 일정부분을 지원하면 농민들의 보험가입률도 증가할 것으로 봤다. 그의 이런 판단은 적중했고, 큰 성과도 거뒀다.

이 조례안이 제정된 이후 경남도는 도 차원에서 동참했고, 정부도 정부차원에서 농민재해보험가입 확산 운동에 나섰다. 농민들이 부담하는 보험료가 대폭 낮아지자 농민 재해보험 가입률도 덩달아 높아져 과수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앞장서 보험에 가입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가 이런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한 데는 그만의 오랜 의정경험이 한몫했다. 멀리서 내다보는 ‘망원경 잣대’를 들이댄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제6대 김해시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시의회에서 유일한 3선 의원이다.

‘베테랑’ 의원답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떤 분야에 새로운 조례를 만들어야 할지 지금은 눈에 훤히 보인다고 한다. 마치 전문 산악인이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경지에 오른 것 같았다. 그는 의장으로서 시 의회를 활기차게 이끌어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여야(각각 10명씩) 동수인 시 의원들의 갈등과 분쟁해결에도 탁월한 조정력을 발휘해 의회를 안정화시켰다.

주민과 시 행정 간에 마찰이 있을 때는 중재역할을 통해 해법을 찾아 해결한다. 제 의장은 평소 “의원이 폼만 잡는다고 의원대접을 받는 게 아니다. 지역주민의 불편한 점을 의회 제도권으로 흡수해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주민에 대한 의원으로서 도리”라는 점을 공·사석 구별 없이 강조해오고 있다.

“자원봉사자로서 마지막 인생봉사 하는 게 꿈”

그는 이번 6대 의회를 끝으로 야인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제경록 김해시의장./박석곤 기자
“다이내믹했던 의정활동 못지않게 지역발전을 위해 자원봉사자로서 마지막 인생봉사를 하는 게 꿈”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시의회 입성 전 야인시절에도 특별한 행동주의자로 통했다. 1993년 그가 김해 진영 JC 회장을 맡았을 때 JC 최초로 전북 임실 JC와 영·호남 간 우호교류를 맺었다. 그가 영·호남 간 민간 교류의 첫 물꼬를 틔운 이후 지금까지 약 20여 년이 다가오도록 양 JC 간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JC 회장 1년 동안 상실된 도덕성을 회복하려고 연중 도덕성 회복운동 캠페인도 펼쳤다. 당시 물질만능주의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함몰된 패륜범죄가 횡행해 가족 간 갈등을 일으키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기 때문이다. JC 차원에서 그를 중심으로 민간단체가 주도한 이 도덕성 회복운동은 “YS대통령 시절 권장해야 할 운동이라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는 회신(청와대)도 받아 나름대로 보람도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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