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53) 기독교와 식물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장미(41.6%)인 이유는 무엇일까? 장미가 경상남도 학교 교화 1위(26%)인 이유는 무엇일까? 무슨 사연이 있길래 우리나라에서 나지도 않는 외래종 카네이션을 어버이날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려야 했을까? 1950년대 한국 전쟁이 끝나고 먹고 살기도 어려운 나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한 번 보지도 못했던 외래종 카네이션을 어버이날 꽃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말연시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 가슴에 다는 사랑의 열매는 호랑가시열매라고 알고 있는데 왜 아니라고 할까? 종이로 만든 연꽃 꽃상여 타고 극락왕생을 꿈꾸며 저승가던 한국 사람이 왜 어느 순간 하얀 국화 조화에 파묻혀 천당을 꿈꾸며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을까?

◇대한민국 국민의 꽃 장미 = 장미가 대한민국 국민 거의 절반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고 경상남도 전체 학교의 4분의 1의 학교 꽃, 교화가 장미인 이유를 찾으려면 기독교가 아니면 이 사실을 설명해 줄 수 없다.

장미는 바로 기독교의 상징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장미는 메시아의 약속과 그리스도의 탄생을 상징한다고 한다.

하얀 장미는 성모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하고 붉은 장미는 예수의 순교를 상징한다. 그래서 고딕 성당 입구의 크고 둥근 모자이크 창을 장미창이라고 한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성모의 눈물) = 어버이날 우리나라에서 나지도 않는 외래종 카네이션을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려야 했을까?

그 유래를 찾아보면 미국 교회가 나오고 미국 교회에서 또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성모마리아의 눈물이 결론으로 나온다. 카네이션은 성모가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보고 흘린 눈물이 땅에 떨어져 꽃으로 변해 피어났다고 한다.

카네이션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하지만 성모마리아의 눈물이 모성과 부모님의 은혜가 된 것이다.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순결한 성모〉 중 일부, 1632, 바르셀로나 카탈루나 국립박물관 소장. 장미와 백합은 기독교의 핵심 꽃으로 불교의 연꽃과 같다.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비밀 아닌 비밀 =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가슴에 달던 사랑의 열매는 어떤 나무 열매일까? 그 답은 의외로 쉽게 호랑가시나무라고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랑의 열매 홈페이지는 무슨 열매인지 밝히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백당나무일 것이라며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 왜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에 가시 면류관을 쓰고 오르실 때 나오는 새 로빈이 좋아하는 나무 열매라고 떳떳하게 밝히지 않았을까?

◇스카우트 휘장 = 사랑의 열매와 비슷한 사례가 스카우트 휘장이다. 어릴 적 초등학교 때 처음 보이스카우트를 할 때 창모양의 이 그림이 무엇인지 참 궁금했지만 끝내 알 수가 없었다.

   
 

스카우트에서 가르쳐주지 않지만 스카우트 휘장은 백합꽃이다. 성모마리아의 순결함을 상징하는 꽃이며 부활절의 꽃이다. 예수의 재림과 부활을 상징하는 꽃이라고 한다.

◇장례식 흰국화 = 할아버지 할머니는 종이 연꽃으로 만든 꽃상여를 타고 극락왕생을 꿈꾸며 저승으로 가셨는데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흰 국화 꽃 사이로 천당을 꿈꾸며 하늘나라로 가고 있다. 불교식 연꽃 꽃상여가 사라지고 기독교식 백합꽃과 한국식 하얀 소복에 국화를 사랑하는 동양의 정서가 맞아 떨어져서 일본식 하얀 국화 장례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대중화된 것이다.

장례식 흰 국화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꽃과 문화와 종교 = 고려대학교 입학 시험 수학 통계 문제는 화투짝으로 문제를 내고 연세대학교 입학 시험 수학 통계 문제는 포커 카드로 문제를 낸다면 도시와 시골 학생 중 어떤 학생에게 유리할까?

이렇게 문화와 종교는 아주 미묘하지만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연꽃과 장미의 전쟁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가끔 모든 사람이 외계인이나 좀비이고 나만 이상한 듯한 그런 이질감…….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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