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우포늪

잠시 세상이 조용해졌다. 자신을 지지해 달라며 온종일 귀를 어지럽히던 후보자들의 노랫소리는 이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예년보다 늦게 찾아온 봄 덕에 꽃 잔치는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세상도 몸도, 마음도 들썩들썩한다.

봄비가 흠뻑 대지를 적신 다음 날은 유난히 선명하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평온한 곳을 찾아 떠난 곳은 창녕 우포늪(창녕군 유어면 우포늪 길 220(세진리 232번지)).

더는 설명이 필요없는 곳이지만 꽃구경으로 사람들이 눈길을 돌릴 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기도 하고 하루에도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내보이는 곳을 찾다 발길이 닿은 곳이다.

   
 

‘소의 형상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우포는 1억 4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단다. 1억 년의 시간이 상상이나 가는가. 현생 인류라 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태어난 것은 4만~5만 년 전에 불과하다. 최초의 인류라고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온 것은 300만 년 전이라니. 한반도가 시작될 즈음에 함께 시작된, 거대한 시간이 만들어낸 '생태의 보고' 우포가 경이로울 따름이다.

제방을 경계로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로 나뉘는데 나무가 울창한 목포는 나무벌, 모래가 많았던 사지포는 모래벌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단다. 담수 면적만 2.3㎢, 서울 여의도만한 크기의 자연 늪이다. 15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 천국. 자연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늪, 람사르 협약에 등록돼 보호되고 있는 곳. 수식어가 정말 많다.

   
 

온전히 우포를 몸으로 느끼고 싶다

평일에 찾은 우포는 조용하다.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 입구에 들어섰다. 자전거를 빌려볼까도 했지만 흙길을 느껴보고 싶다. 걸을 수 있을 만큼 걸어보자 싶어 우포늪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만개한 매화와 양지바른 곳의 봄꽃들이 생동감을 더한다. 어른 크기만큼 자란 물억새가 오롯이 나를 감싸는 느낌이 좋다.

어른 키만큼 자라있는 물억새 사이로 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로 달려보는 기분은 어떨까?

봄이지만 가을 느낌에 젖는다. 나만 다른 계절에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 묘하게 와 닿는다. 봄비로 적당히 젖어있는 흙길이 보드랍다. 우포늪을 탐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실속있게 다가서는 길은 목포제방, 주매제방을 넘어 목포, 우포, 사지포 일대를 걸어서 둘러보는 것. 요즘 걷기 좋은 길들이 많이 생겼지만 여느 길 못지않은 행복감이 느껴진다.

   
 

아직 이른 봄이라 수생식물이 많이 자라지 않아 늪이라기보다는 잔잔한 저수지 같은 느낌도 든다. 아직 떠나지 못한 청둥오리들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오롯이 우포늪을 느끼고 싶다면 이른 아침부터 찾아오는 것이 좋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사이로 물새가 날아오르는 모습은 몽환적이다. 이는 사계절 어느 때나 맛볼 수 있는 정취다.

또 해가 지면 별빛이 선명해지고 깊은 숲 속 어딘가에서 동물 소리와 곤충 소리가 어우러진다. 별자리 감상은 우포늪 8경의 하나라니 도시락 싸들고 온종일 우포에서 시간을 보내도 매시간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우포늪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환경단체인 '푸른 우포 사람들'은 우포늪에 대한 친절한 안내와 함께 우포자연학습관을 운영하고 있다.

늪의 군락과 역사를 몸으로 배우는 생태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차로 들어갈 수는 없다. 주변에 식당도 없다.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므로 승용차로 가는 게 가장 좋다. 우포늪은 무료다. 주차료도 무료다. 우포늪 어귀에 있는 생태관은 어른 2000원, 중·고생 1500원, 어린이(3세 이상) 1000원이다. 월요일은 휴무. www.upo.or.kr (055)530-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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