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껍데기만 남은 창작센터 타산지석으로…특성 살린 프로그램 준비 절실

미술대학을 졸업한 많은 젊은 작가 중에는 경남에 정착하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은 경남보다 미술관과 화랑에서 신진작가를 공모하는 일이 잦고 작가들에게 무료 또는 실비로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창작스튜디오(센터)가 많기 때문이다.

경남에는 4년제 대학 3곳의 미술대학에서 매년 70명 안팎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지만 이들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은 부족하다. 졸업 후 바로 개인 작업실을 갖기는 쉽지 않아, 대부분 원치 않는 대학원을 가거나 선배·동기와 같이 작업실을 나눠 쓴다. 이런 가운데 일정 기간 작업실을 무료로 쓸 수 있는 정주형 창작공간이 지난달 31일 산청에 생겼다. 경남문화재단은 도비 4억 원을 지원받아 올해 초 산청군 평촌리 662번지 한 폐교(구 고읍초등학교)에 '경남예술창작센터'를 세웠고 최근 입주 작가 3명을 뽑았다. 구 고읍초등학교는 몇 년 전 박찬갑 전 숭실대 교수가 창작스튜디오로 사용했던 곳이다.

신진 작가 데뷔 돕는다

경남예술창작센터는 스튜디오 6곳과 숙박이 가능한 게스트룸 4곳, 전시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입주 기간은 6개월이다. 입주 작가들은 한동안 경제적 부담 없이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으며 오픈스튜디오·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타 지역 작가와 합동 전시 등에 참여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창작공간과 지원비를 주겠으니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라는 이야기다. 단, 조건은 있다. 입주 작가는 월 10번(총 80시간) 이상 스튜디오를 실제 사용해야 하고 경남예술창작센터에서 기획하는 행사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경남문화재단 관계자는 "경남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확보하고 유망한 신진작가들에게 창작과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며, 작가들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경남 외 다른 지역 입주 작가 3명을 추가로 모집 중이다"라고 밝혔다.

게스트룸과 다목적실, 스튜디오 등이 갖춰진 경남예술창작센터 교육동과 개별창작공간 스튜디오 모습.

사실 이번 시도는 도내에서 처음은 아니다. 작업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취지 하에 폐교를 활용해 만든 창작스튜디오는 진해·남해·김해 등 여러 지역에 있다.

하지만 몇 곳을 제외하고는, 말만 창작공간일 뿐 작가들의 실질적인 활동은 작가의 또 다른 작업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도심과 먼 거리, 불편한 교통, 낡은 시설, 지속적인 관리와 예산지원 부재 등 때문에 작가들의 활용과 외부 방문객들의 이용이 저조한 편이다.

소프트웨어 필요하다

문제는 하드웨어뿐만이 아니다. 그나마 있는 시설을 잘 활용할 소프트웨어도 없다. 창작 지원은 비단 작업 공간만이 아니라, 워크숍 또는 세미나, 갤러리와 교류 등 창작의 수행과 작품의 소통이 하나가 돼야 한다. 타지역 창작스튜디오 간 프로그램 정보의 교환 등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대구 가창창작스튜디오는 작가들이 작업실이 없어서 입주하려는 것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단점으로 꼽히는 고양창작스튜디오의 경우 시설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많은 작가가 입주했고, 오히려 그 안에서 더 활발한 교류가 가능해졌다.

창작스튜디오가 단순히 작업 공간 제공이 목적이었다면, 도심 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재정 문제를 떠나 왜 도심에서 떨어진 폐교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경남예술창작센터'는 다른 창작스튜디오와 무엇이 다른가, 자신만의 성격에 걸맞은 어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가가 명확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경남예술창작센터 전경./김민지 기자

제2의 폐교 돼서는 안된다

작가와 창작스튜디오를 관리하고 홍보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중요해 보인다. 경남문화재단은 예술센터가 문을 열기 이틀 전에야 센터 프로그램 매니저를 모집하고 있으며, 당연히 프로그램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경남예술창작센터가 제2의 폐교가 되지 않고, 작가와 지역공동체가 소통하고 지역문화가 함께 발전하는 장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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