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준석(35)·정민경(28) 씨 부부

김준석(35) 씨가 정민경(28) 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8년이다. 한 대학축제 자리였는데, 준석 씨 지인과 민경 씨 지인이 서로 아는 사이였다. 많은 사람과 축제 분위기에 기대어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정도였다. 또 그렇게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2년 남짓 일본에서 공부를 하던 준석 씨는 귀국을 앞두고 평소 알던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그 전화를 민경 씨가 받게 된다.

"친구가 무슨 일을 하는 중이라서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안 돼서 대신 받아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화를 받았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축제 때 왔던 분이냐고 물었지요."

더욱 반가운 쪽은 준석 씨였다. 단아한 외모에 조곤조곤한 말투가 인상 깊었던 민경 씨를 준석 씨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전화를 건 용건은 어느새 의미가 없어졌다. 저녁 함께 먹기로 하고 아쉬운 통화를 끝냈다.

   
 

연수를 마친 준석 씨는 잊지 않았던 민경 씨와 약속을 추진했다. 다행히 민경 씨도 약속을 잊지 않고 응했다. 그렇게 저녁을 함께 먹었다. 특별한 얘기 없이 그동안 안부를 서로 묻고 재밌게 이야기하다 헤어졌다.

"저녁 먹고 그렇게 헤어졌어요. 이후 한두 달 정도 서로 연락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여기까지는 상당히 발전할 기미가 보이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에서 끝나도 이상할 게 없을 관계였다. 그런데 끊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이 인연을 이어간 쪽은 민경 씨였다.

"제가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때였어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가 영업 쪽 일을 하는 것까지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마침 세일즈를 하는 오빠 생각이 났지요. 조언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둘은 다시 만났다. 마음은 있지만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하던 준석 씨는 당연히 민경 씨 연락이 반가웠다. 그것도 일 때문에 조언을 구하는 것이라니 마음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늦은 시간에 만나 시작한 이야기는 짧게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다시 약속을 정하고 헤어졌다. 간단할 줄 알았던 상담은 이틀 동안 이어졌다. 민경 씨는 영업 쪽으로 방향을 정하지 않게 된다.

진로 상담만 하고 이 만남이 끝난다는 것은 준석 씨에게 억울한 일이었다. 준석 씨가 생각한 방법은 다른 건수(?)를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든, 저녁을 먹든, 취업 이야기를 하든…, 뭔가 만날 이유가 필요했다. 다행히 민경 씨도 그런 제안을 잘 받아줬다. 그리고 민경 씨는 호의를 받기만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남에게 받은 만큼 베풀 줄도 알아 준석 씨는 핑계를 만드는 수고를 조금은 덜 수 있었다.

민경 씨와 준석 씨는 그렇게 서로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경 씨는 준석 씨와 연인으로 발전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알았는데 마음이 준비가 안 되었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보통 친한 사이였다가 한쪽이 고백을 했는데, 다른 한쪽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색한 관계가 되잖아요. 제가 그렇게 되는 게 싫었어요. 오빠가 저를 좋아하는 것은 알았는데, 그런 고백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친한 사이였으면 했지요."

준석 씨를 만난 민경 씨는 그런 마음을 풀었다. 그런데 대체로 남자가 좀 단순하다. 준석 씨는 조심스럽게 민경 씨가 풀어놓은 생각을 반대로 생각한다. 그런 고백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서둘러 고백하라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준석 씨는 오히려 그동안 묵혔던 마음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그날 상당히 늦게까지 서로 이야기했어요. 술도 오래 마셨고요. 오빠가 저를 좋아하는 마음을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또 결국 저도 마음이 있었나 봐요.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열렸어요."

그렇게 둘은 시작하게 된다. 더딘 시작이었지만 결혼까지는 오히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여기에는 약간 행운도 겹쳤다.

"사실 자연스럽게 오빠와 결혼을 생각하면서 현실적인 문제가 가장 고민이었지요. 모아둔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진행이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지난해 12월 준석 씨 형이 아파트 청약 당첨이 되면서 준석 씨에게 집이 뚝 떨어지게 된다. 준석 씨 형도 행운이었지만, 준석 씨에게도 못지않은 행운이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상견례, 결혼 준비, 예식장 예약까지 쭉 이어지게 됐다.

"우리는 서로 대화가 잘 되는 게 제일 좋아요. 앞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친구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준석 씨와 민경 씨는 오는 17일 결혼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