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이길종 도의원(통합진보당·거제1)

이길종 도의원(통합진보당·거제1)이 운전하는 지프 뒷좌석에는 각종 문서 자료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를 만나던 날 지역행사에 참석했다가 헐레벌떡 달려온 이 의원은 차 뒷문을 올려놓고 자료 분류에 여념이 없었다.

“아직 사무실이 없습니다. 도청에 자료 요청을 많이 하는데, 자료 보관할 때가 없습니다. 왜 아직 사무실이 없느냐고요? 특별당비 내야죠, 창원까지 왕복 기름 값이 100만 원가량 들죠, 생활비도 보태야죠. 사무실까지 사용하면 수천만 원 적자가 불 보듯 뻔합니다. 여력이 없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도의원이 된 후 쉬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역 현안 문제를 알면 알수록 해야 할 일은 끊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길종 도의원./김구연 기자

“받는 돈을 월급으로 따지면 400만 원이 안 되는데, 활동비가 없습니다. 아니 월급 안 받아도 좋은데 같이 일할 보좌관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 제도는 재산 있고 사업하는 사람들만 지방 의정 활동하라는 식입니다. 지방 의원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도의원 한 사람이라도 일을 잘하면 경남도 예산 수백억 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르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지방의원들에게 투자하는 게 아까운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마땅히 일할 때가 없어서 PC방에 가서 문서 작성하고 출력하는 일까지 있습니다. 말이 안 되죠.”

화물자동차 지원 조례 최초 발의

이길종 의원은 당선된 후 거제와 창원을 오가며 많은 일을 벌였다.

이 의원이 경남도의회에서 제일 먼저 발의한 조례는 ‘화물자동차 지원 조례’였다. 도내에 화물자동차 주차 공간은 600여 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등록 차량은 2만 5000대다. 이 때문에 대형 화물차들이 국도변 갓길에 주차하기 일쑤고, 각종 사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물동량이 많은 거제에서의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이 의원은 지원 조례를 통해 각 시군에서 화물 자동차 주차장을 만들 때 도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길종 도의원./김구연 기자

매년 혈세 낭비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보도블럭 교체 공사가 시민 감시 없이 자의적으로 추진돼온 사례들을 끄집어 내 일침을 가하고 대안을 제시한 활동도 돋보였다.

이 의원은 보도블럭 교체 공사를 추진하려면 각 시군별로 심의위원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단 한 차례도 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폐기처분되는 보도블록을 보도블록 뱅크를 통해 필요한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창원 의창구에서는 관련 조례를 제정해 산책로나 논밭 조성 등에 필요한 보드 블록을 시민들에게 분배해 1석 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거제∼부산 간 시내버스 운행을 제안하기도

거제 출신인 이 의원은 1981년 대우조선에 입사했다. 노동운동을 했고, 도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전까지 노동자로 생활했다. 고향이자 삶의 가치관을 확립한 곳이 거제다. 거제 현안 문제에 쏟는 열정은 대단했다.

동부 채석장 허가 갈등이나 사등면 레미콘 공장 건립 논란, 그리고 청포산업단지 건립 지연 문제 등 주민들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찾고 있었다. 주민 대책위와 함께 대안을 마련하고 지자체와 사업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있었다. 시원시원한 성격인 데다 소신 있는 발언도 아끼지 않는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무조건 주민들 편을 듭니다. 하지만 주민들한테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합니다. 가령 사업자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경우죠. 마을 전체적으로 피해를 입으면 마을에 필요한 도로를 낸다든지 노인정을 짓는 등 공동의 이익을 위해 보상을 받아야지, 가구별로 몇 백만 원씩 나눠 받기를 요구하는 건 옳지 않죠. 그런 일이 있으면 저는 손을 떼겠다고 합니다. 물론 확연하게 개인의 재산 피해가 드러난다면 정당하게 보상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이 의원은 거가대교 개통 후 거제∼부산 간 시내버스 운행을 제안했다. 하지만 상권 붕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거제시는 난색을 표했고, 시외버스 업자들의 반발도 있었다.

“지역 상권은 이미 붕괴됐습니다. 하지만 거제 시민들의 불편을 볼모로 상권을 활성화하겠다고 접근하는 건 안 되죠. 또한, 수조 원을 들여서 거가대교를 만들어 놓고 거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불편을 주는 것도 재고해야 합니다.”

“2014 조선해양엑스포, 장기발전방향 속에 추진돼야”

2014년 거제에서 열리는 것으로 계획된 조선해양 엑스포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이는 거제의 발전을 위한 장기 마스트플랜이 부재한 현상과도 맞물린 고민이었다.

이길종 도의원.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공약을 남발했고 사업주들 요구를 무분별하게 들어주면서 거제는 엉망이 됐습니다. 일회성 행사도 너무 많습니다. 소득 3만 5000달러 도시지만 유흥 말고는 할 게 없어요. 수십억 원 투입해서 3박 4일 정도 하는 축제가 대부분입니다. 조선엑스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380억 원 규모로 알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게 없더라고요. 국비가 내려오니까 한다는 식인데, 2014년에 급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수조 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여수엑스포 규모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남부내륙 고속철도가 완공되는 2020년 이후에 세계조선엑스포를 유치하자는 거죠. 2014년에는 세계 조선엑스포 유치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잡고, 향후 발전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급하게 추진하다 보면 또 하나의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맙니다.”

총선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당은 다르지만 진보정당 후보가 석패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대답은 역시 시원시원했다.

“100% 이기는 싸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죠. 책임론을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총선 후 논쟁이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로 가면 거제는 또 (진보정당이) 집니다. 이기는 싸움을 진 것에 대해 평가를 분명히 해야 다음 선거에서 이깁니다. 잘잘못을 따지고 과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거제 (진보정치)’를 평가해야 합니다.”

이 의원은 자신 또한 책임질 일이 있으면 기꺼이 나서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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