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38) 합천박물관 조원영 학예연구사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합천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알려주는 합천박물관. 지난 2004년 개관해 지역 문화의 산실로 자리 잡은 합천박물관 역사 한가운데는 합천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며 전시 관리하고 있는 조원영(48·사진) 학예연구사가 있다.

가야 문화권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된 합천박물관은 처음에는 쌍책면의 옥전고분군에서 발굴 조사된 유물을 전시하기 위한 유물전시관의 성격으로 역할을 한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상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합천의 전 역사를 담는 박물관이 따로 건립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 조 학예사는 언젠가는 이 전시관이 그러한 역할을 하게 하겠다고 마음먹고 박물관으로 등록하기로 계획했다. 이를 위해 지역 유물 기증 운동을 펼쳐 박물관으로 등록하는 데 필요한 유물을 확보하고,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 자격증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취득해 합천박물관으로 등록시킬 수 있었다.

   
 

그러한 그의 노력이 최근 결실로 나타났다. 개관할 때 옥전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만 전시하던 박물관이 올해 3월 8일 기존 박물관 건물 옆에 건물을 신축해 합천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합천역사실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한편, 조 학예사는 합천박물관이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문화기반시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박물관의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썼다. 2005년 지역 성인들을 대상으로 합천 역사를 알려주는 '박물관대학'을 시작으로 체험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엄마와 함께하는 어린이 박물관학교'를 개설·운영하고 있다.

또 전국 박물관에서는 처음으로 '테마가 있는 한국문화' 강좌를 열고, 관내 학생들에게 지역 문화를 알리는 '찾아가는 박물관교실'을 운영하면서 직접 학교를 찾아다니며 강의를 하고 있다.

"지금껏 박물관을 관리 운영하면서 크게 힘든 줄을 몰랐다"는 조 학예사는 "아마도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이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활력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2급 정학예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아직 1급 정학예사가 없으니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학예사로서는 가장 높은 자격을 갖춘 셈이다. 그만큼 유물 관리나 박물관의 지역에서의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또 합천박물관의 외연을 넓히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조 학예사는 창원대학교 외래교수로 출강 중이다. 대학 강의를 할 수 있도록 군청에서 배려해주었기 때문이다. 조 학예사는 공무원이 그의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강의하는 이러한 현상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을 근거지로 하는 국립대학 간의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학이 상호 인적 교류를 함으로써 지역을 알리고 또 그 지역의 유능한 인재가 그 대학에 많이 진학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갖추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학의 연구진이 학술회의와 같은 프로젝트를 개발해 지방자치단체를 돕고 홍보함으로써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학예사는 박물관 운영과 함께 다양한 집필 활동을 통해 지역을 알리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그는 2008년 <가야, 그 끝나지 않은 신화>라는 저서를 통해 가야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 속에서 합천의 가야왕국인 다라국뿐만 아니라 삼가 고분군을 만든 가야 세력에도 주목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합천의 뿌리가 오래되었음을 보여주고 그동안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역사의 흔적을 되돌아볼 수 있게 했던 것이다. 2009년에는 <왜 가야는 하나로 통일되지 못했을까>라는 청소년 교양도서를 썼다.

최근에는 <불상에 새겨진 경남의 얼굴>이라는 저서를 출간해 경남지역에 흩어져 있는 불상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조 학예사는 이렇게 책을 쓰는 이유가 역사를 매개로 대중과 만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합천박물관의 사회교육에 대해 "우리 지역이 대도시처럼 문화강좌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은 아니지만 어려운 지역 여건에도 합천군민들의 문화적인 마인드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는 말을 듣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합천의 역사를 차곡차곡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해 선사시대부터 근·현대 역사에 이르기까지 합천 역사의 모든 자료를 박물관에 집결시켜 보존 관리하면서 새로운 연구 성과를 이루어낼 계획"이라며 "앞으로 합천의 문화적 역량이 얼마나 더 커 나갈지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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