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있거나 반쯤 묻힌 이, 염증 등 유발…뽑는게 우선

"사랑니를 꼭 뽑아야 하나요?", "신경이 가깝다던데 괜찮을까요?", "뽑을 때 많이 아픈가요?"

사랑니로 병원에 온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환자 대부분은 사랑니 부위 통증, 음식물 끼임, 충치 등을 이유로 동네 치과의원에 갔다가, 여기서 다시 발치를 위해 큰 병원으로 가라는 권유를 받고 병원에 오는 이들이다.

사랑니는 자주 듣는 말이지만, 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로 말미암은 오해와 공포로 발치를 미루면서 문제가 커지는 일도 있다.

사람의 치아 수는 32개다. 이 가운데 4개의 최후방 어금니인 제3대 구치는 여러 가지 명칭이 있다. 이가 나올 때 첫사랑 마음 앓이를 하듯 아프다 하여 '사랑니', 만 18세쯤 나온다 하여 '18세 구치', 영어권에선 사리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는 시기에 나온다고 하여 '지치'(Wisdom tooth) 등으로 불린다.

이 중 사랑니가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이다. 사랑니는 상태에 따라 뽑아야 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치아들처럼 똑바로 나 양치질이 가능해 관리가 어렵지 않으면, 또는 하나의 치아로서 저작(음식물의 씹는 행위) 기능을 할 경우 이를 뽑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인류가 진화하며 턱뼈 크기가 작아져 사랑니가 나올 공간이 좁아지면서 누워 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어떤 경우에는 묻혀 있거나 아예 없는 일도 있다.

누워 있거나 반쯤 묻혀 있는 경우에는 대개 이를 뽑아야 한다. 음식물이 끼면서 이로 말미암은 잇몸 염증이 생길 수 있으며, 사랑니뿐 아니라 앞의 치아 뒷면에 치아우식(충치)이 생길 수 있다. 완전히 묻혀 있는 경우에도 원칙은 발치다. 보이지 않는 잇몸과 뼈의 내부에서 물혹 같은 것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간혹 깊이 묻혀 있는 경우, 신경 손상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주기적으로 X-ray 촬영을 통해 관찰해가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그대로 두는 일도 있다. 만약 사랑니 주변이 붓거나 염증이 발생하면 이를 뽑아야 하며 염증이 심한 상태에서는 이를 가라앉힌 후 이를 뽑는다.

사랑니가 잇몸에 묻혀 있을 때는 부분적인 마취 수술을 통해 발치(외과적 발치술)를 한다. 수술을 할 경우 며칠 간 붓고 통증이 지속할 수 있다. 사랑니 뿌리가 신경에 근접한 경우 신경이 손상될 수 있는데, 이를 확인하려면 CT를 찍어야 하는 일도 있다. 신경 손상으로 감각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으나 대부분이 회복되며 손상이 심할 경우는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환자들 중엔 치과와 수술을 통한 발치에 공포감을 느껴 사랑니 발치를 미루거나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랑니 발치에는 큰 위험성이 없으며 오히려 내버려두면 보다 많은 합병증에 노출된다. 그러므로 주저하지 말고, 필요하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김진우(근로복지공단 창원산재병원 치과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